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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11~2015)

설악산 흘림골

 

 

 

 

 

 

 

산을 좋아하는 이유가 단풍때문만은 아닐테지만

 가을에 산을 찾는 이유에 단풍이 한 몫을 하는 것은 사실이고

또 단풍이 산을 더 좋아하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겠지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듯

갸날픈 여인의 한쪽 어깨에 걸쳐져 있는 숄처럼

설악의 단풍은 그렇게 흘림골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것도 초입에서는 그 모습조차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이미 겨울의 문턱에 한발 들이민채 서 있는 듯한 설악산

그 깊은 곳에서 만난 설악의 단풍은

사람들의 마음을 물들이기에 아직도 충분했지요.

 

 

등산로 입구에서 올려다 본 설악산 

 

 

 

 

 

 

 

 

 

등선대 오름길에 본 거대한 설악산의 계곡

언제인지 태풍에 쓸려내려간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커다란 바위와 나무를 쓰러뜨린 거대한 힘.....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힘이겠지요.

 

 

 

 

등선대 (登仙臺)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등선대...

이런 곳에서라면 누구라도 신선의 마음이 되지 않을 수 없을것 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그런 곳이었지만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등선대의 가을 풍경은 그다지 한가롭지가 않습니다.

높은 산 꼭대기라도 하늘아래이니

속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그래도 아름다운 풍경에 넋이 빠지고,  이제 오름길이 끝났다는것에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자연인님의 풍경안에 들어온 설악은 어떤 모습일지??

 

 

오래 머물고 싶은 풍경이지만

천천히 오래오래 걷고 싶은 길이지만

이제는 내려가야 합니다.

밀려오는 사람들한테 등 떠밀려 내려가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할 것 같네요.

 

살면서 가끔은 누군가에게 등떠밀려 가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산길에서조차 그리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누군가와  온전하게 함께 간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산길에서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각자에게 느낌을 주는 대상들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대상들과 교감을 나누며 걷다보면 어느새 홀로입니다.

그리고 때론 모이고 또 다시 홀로 걷게 되지요.

 

 

 

 

주전골을 소천불동계곡이라고 불린다지요.

뽀얗게 마른 돌 위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주변의 기암들과 단풍이 어우러진 그 아름다운 풍경속에

잠시 주저앉고 싶습니다만

잘 정리된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의 행렬을 따라가야 합니다.

그 행렬은

마르지 않는 용암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가을속을 흐르는듯 한가롭습니다.

 

 

 

 

 

 

 

 

 

 

 

 

 

 

 

 

 

 

 

 

 

 

 

 

 

 

 

 

 

 

 

 

멀리서 보니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멈춰서는 곳이 있더군요.

무엇이 있는지..무슨 일인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곳에 와 보니 바로 이런 풍경을 마주하고 있네요.

발걸음을 멈출만 합니다.

아니 멈출 수 밖에 없을것 같습니다.

 

 

 

 

아주 천천히... 오래오래 걷고 싶은 길이었지만

그 길도 끝이 보이는군요.

아쉬움은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을 더 극대화시키지요.

단풍도... 사람도... 하늘도...

참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곳

아름다운 산과 기다려준 단풍속에

함께 있을 수 있었던  반갑고 고마운 사람들.

 

 

 

 

 

 

 

 

 

쓰러진 고목 옆에서도 단풍은 붉게 타고

물에 떨어져 흐르다 잠시 멈춘 낙엽들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름답게 떠나는 준비된 이별 앞에서는

아쉬움이나 슬픔은 접어둬야 하겠지요.

 

 

 

 

 

 

 

 

산과 단풍과

물과 나무

그리고 사람들

 

마주보는 그 속 어딘가에

내 모습이 보일듯도 합니다.

 

 

 

 

 

 

 

 

 

설악에서 가을을 배웅하고 돌아오니

이곳은 이제 가을이 시작입니다.

 

 

2012. 10. 21

 

흘림골~ 여신폭포~ 등선폭포~ 오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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