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16
산악회 회원 20명과 함께
상천주차장~ 용문폭포갈림길~ 금수산~ 망덕봉~용문폭포~ 상천주차장
(대략 10킬로 정도, 6시간)
우중산행을 각오하고 떠난 산행길이었다.
코스를 잡기 위해 자료들을 검색하면서 소용아릉 코스에 구미가 당겼으나
독수리바위쪽으로 코스를 정했다.
바위길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인지라
태풍만 아니었어도 어찌 해 보겠는데
우중산행엔 아무래도 좀 무리일것같아서였다.
들머리인 상천주차장
산수유의 마을답게 마을어귀의 집집마다 마당엔 커다란 산수유나무가
열매를 매달고 있었고
따가운 가을볕에 탱글탱글 익어가야 할 대추가
빗물을 한껏 머금고 있었다.
안되는 줄 알면서....한 알을 따서 깨물어본다.
음... 가을맛이 제대로 들었군.
내려오면서 보니 윗 사진의 오른쪽 바위옆에 용문폭포가 숨어있었다.
들머리 입구에 위치한 보문정사
스님이 혼자서 일궈가고 있는 곳이라서인지
전각들도, 돌탑도 단촐한 것이 아담하고 소박해 보였다.
대한불교 조동종?
좀 생소하다.
초입의 오름길은 그런대로 완만하였고
등산로 옆에는 바보여뀌, 투구꽃, 물봉선, 산괴불주머니가 피어있었다.
특히 산괴불주머니가 많이 있었고
가녀린 모습이지만 무더기로 피어있는 바보여뀌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주렁주렁 열매가 매달린 으름덩굴을 만나기도 하였다.
계단을 지나고부터는 제법 가파른 오름길이다.
몇 되지 않은 인원이지만 그래도 팀이 나뉘었다.
앞서 걸으면서 뒤에 친구를 두고 온 한울님이 걱정을 하신다.
나중에 뭐라고 할텐데....
어디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산행에서는 각자 자기가 아는 자기 걸음대로 걷는 것이 최고 좋은것 같다.
물론 자유자재로 맞춰줄 수 있는 체력이 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기의 페이스를 지키는것이 스스로는 물론
모두를 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습한 날씨에 여기저기 예쁜 버섯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피는 모습이 특이해서 한장
정상에서의 조망이 아쉽다.
산기슭을 휘돌아 흐르고 있을 충주호의 맑은 물빛을 볼 수 없다니.
안개장막을 배경으로 정상에서의 모습을 남길 수 밖에 없었다.
정상에서 망덕봉을 향하는 계단을 내려와 바로 만나게 되는 작은 바위봉오리
허기를 달래주고 가야할것 같다.
잠시 쉬는 동안 후미팀이 지나갔고
우리도 서둘러 그들의 뒤를 따랐다.
빗물을 머금은 흙길의 산길은 무척 미끄러웠다.
조심조심 내려서서 열심히 걸었지만
바로 앞서간 사람들의 기척을 느낄 수가 없었다.
걸음들이 그렇게 빨랐었나....
혹 다른 길로 내려간거 아냐..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전체에게 알리지도 않고 그랬을것 같지는 않았다.
정 코스대로 망덕봉을 향했다.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지만 평탄한 능선길에서 만나는
산바가 몰고오는 바람은 때로 상쾌함을 느끼게 했다.
별다른 특징이 없이 밋밋한 망덕봉
이제부터라도 금수산의 진수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얼마쯤 내려오자 서서히 조망이 열리기 시작했다.
안개가 상천주차장쪽을 휘돌아 서서히 밀려가고
골골이 숨어있던 충주호의 물줄기가 어렴풋이나마 모습을 드러내 주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금수산의 선물인지라
더 기쁘고 고맙다.
모두들 그 선물을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금수산의 상징같은 건너편의 독수리바위 능선
그곳에 등산로가 있을까?
그곳을 걸어도 멋질것 같다.
그러나 가까이 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것이다.
이만큼 떨어진 바로 이곳이야말로
독수리바위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이겠기에.
이것이 길이 맞는가 싶은 생각이 들게끔
내림길은 가파르기도 하고 바위에서 바위로 이어진 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빗길에도 그다지 미끄러운 바위는 아니었고
좀 가파른 곳에는 잡을 수 있도록 보조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도전하고 견뎌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을 만끽하며 풍경을 즐겼다.
잠시 조망을 살피러 올라간 곳에서 보니 가늘게 물줄기가 보였다.
우렁찬 폭포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1단...2단...3단 폭포였다.
맑은 산빛이 그대로 들어와 앉은 아담한 소가 선녀탕인가보다.
접근조차 어려워 보이는 산중턱의 바위 옆
선녀 흉내조차도 내볼수 없을것 같다.
산에 다니다 보면
조금이라도 산을 닮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직도 서운한 일이 있고, 마음 상하는 일이 있는 것을 보면
그건 내 욕심뿐이었나보다.
언제쯤에나...
그것도 욕심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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