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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11~2015)

백암산의 추일몽

 

 

 

 

 

 

 

 

"쌍계류의 추야몽"

연극 제목인듯 했다.

쌍계루의 추야몽은 어떨까

추야몽은 아니지만 백암산에서 한바탕 꿈을 꾼 듯한 하루였다.

깨어나면 잊혀지는 꿈이 아니라

오래오래 기억될 그런 꿈을.

 

 

 

 

담 너머의 풍경이 궁금했지만

슬쩍 보이는 비석을 보며 부도밭이 아닐까 짐작했지만

위쪽에서 부도밭을 또 본듯하니 그냥 아름다운 풍경으로 기억해둬야겠다.

 

 

 

 

 

백양사까지 오르는 길에 몇개의 작은 연못들을 지났다.

아직 쌍계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풍경이 아름답기는 어디나 마찬가지였다.

 

 

 

 

다리를 건너는데

연인의 모습을 찍어주고 싶었는지

"누구야~~ 다리위를 걸어가봐" 하고 외친다.

그 한마디에 계곡의 풍경을 한번 올려다보고는 종종걸음으로 다리를 건넜다.

웬지 비켜줘야 할것 같아서였다.

내 이름이 아니었기에 그 이름이 누구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며

" 다리 위를 천천히 걸어가봐" 그래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사람들이 붐비기 전에 여유로운 산행을 하고자 새벽 일찍 출발했지만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나보다.

이른 시간인데도 산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쌍계루 앞 돌다리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풍경과 마주하고 있었고

백학봉의 봉우리는 날개를 활짝 편채 우리를 반겨 주었다.

 

 

 

 

 

 

 

 

 

 

고목의 단풍이 황홀할만큼 아름답다.

이제 며칠 후에는  저 푸른 물 위에 자신의 몸을 던져 붉은 수를 놓을 것이다.

 

 

 

 

 

 

 

 

 

 

운문암 갈림길에서 백학봉까지 오르는 길은 무척이나 가파른 오름길이었다.

"심장마비 조심" 이라는 안내문구가 괜히 있는게 아니구나 싶었다.

 

 

 

 

약사암과 약사암에서 바라본 백양사

 

 

 

 

 

 

 

 

 

위 사진은 약사암 전망대에서 바라본 백양사의 모습이고

아래 사진은 첫번째 조망터인 바위위에서 바라본 백양사의 모습이다.

자신을 버리는 연습을 하는 수도처인 때문일까

그래서인지 붉게 타는 단풍에 휩싸인 풍경보다는

잎을 떨군 앙상한 가지 사이로 보이는 백양사의 풍경이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영천굴의 모습이다.

샨행객 중 누군가가 영천약수를 마시고는

달달하고도 쌉쌀한맛이라고 하여 한바탕 웃었다.

목이 마르지 않아도 약수물을 한바가지 벌컥 들이켰다.

영천굴 위에는 관세음보살상을 모셔 놓았고

몇분이서 불공을 드리고 있었다.

 

 

 

 

 

영천굴을 지나 오름길 왼쪽으로 살짝 비껴선 첫번째 조망터

잠시 쉬어가려 들른 곳이었는데 그런 아름다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우뚝솟은 바위위에 소나무하며 백양사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번엔 등로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벗어나 짧은 칼바위능선을 지나니

또 멋진 조망처가 나왔다.

발밑의 단풍과 뿌연 안개에 희미하지만 건너편의 부드러운 능선과

깍아지른듯한 학바위까지 조망되는 아주 멋진 곳이어서

그곳에서 한참을 머물러야 했다.

 

 

 

 

 

 

 

 

 

한구비 돌아 가파른 계단을 올라 학바위에 도착했다.

현기증에 아래를 제대로 내려다볼 수도 없는데

그래도 사진을 찍겠다고 한발짝씩 바위 아래로 내려섰다.

그런데 이건 무슨 포즈?

수렁에 빠진 자동차 뒤꽁무니를 미는 것도 아니고..

선뜻 바위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엉거주춤 ^^*

 

 

 

 

학바위 위에서 날개를 펴듯 두 팔을 벌려 보지만

이건 웃는게 웃는게 아니다.

 

 

 

 

 

 

 

 

 

 

 

 

 

 

학바위를 지나고 사자봉까지는

슬금슬금 단풍을 돌아보며 산죽길도 지나며

가볍게 오르락내리락 조망을 즐기며 걷는 길이 편안했다.

사자봉까지 1.9km의 거리를 한시간이 넘게 걸려 걸었으니

그 걸음의 여유로움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사자봉을 지나 청류암쪽으로 하산하며 뒤돌아본 풍경이다.

 

 

 

 

아랫사진 왼쪽 뒷능선의 뾰족한 봉우리를 보고

맑음님이 미인의 얼굴 모양이라고 하여 보니

정말 그랬다.

오목조목 눈.코.입이 보이는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내려와서 지도를 보니 가인봉이 있던데

위치를 보니 아마도 저 봉우리가 가인봉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언제 단풍이 들꼬?

 

 

이제까지 아름답게 펼쳐진 조망을 즐기며 걸었다면

이제부터는 조망대신

바로 눈앞의 단풍에 흠뻑 취해 걷는 길이다.

단풍나무, 사람주나무, 떡갈나무, 생각나무...

나무마다 저마다의 색깔로 붉게 노랗게 물들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붉게 물든 단풍잎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성한것이 별로 없고 모두 상처 투성이이다.

그건 지난 세월을 치열하게 살았다는 징표일테고

또한 아름다움에 깊이를 더해줄것이다.

 

 

 

 

 

 

 

 

 

 

 

 

 

 

 

 

 

 

 

 

 

 

 

 

 

 

 

 

 

 

 

 

 

 

 

 

 

 

 

 

 

아직도 나는 그날의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것 같다.

해지는 줄 모르고 골목길을 누비는 골목대장처럼

의기양양하고 신나서 걸었던 백양산 그 길

백양산의 단풍처럼

은은하고 멋스럽게 맞이할 그런 나의 가을을 꿈꿔본다.

 

 

 

 

 

 

 

 

 

 

 

 

 

 

 

 

 

 

 

 

 

 

 

2012. 10. 28일

 

백양사~ 약사암~ 백학봉~ 사자봉~ 청류암길~가인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