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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11~2015)

또 다른 시작을 꿈꾸며......영남알프스 태극종주 완결편 (가지산, 운문산)

 

 

 

 

미인 소리를 듣고 싶으면

미인들과 함께 다니면 됩니다.

산꾼 소리를 듣고 싶으면

산꾼들과 함께 다니면 되구요.

참 쉽죠~

딱 한가지만 조심하시면 됩니다.

미인이 아니라, 산꾼이 아니라

묻혀갈만큼의 .....들 이어야 한다는 것

 

 

 

 

영남알프스 종주 3차 산행

서산의 내노라 하는 산꾼들이 모인 아우리와 함께였기에

저같이 허술한 산꾼도 그 긴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역시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하는가봅니다.

 

중봉의 추위와 가지산의 멋진 상고대

정말 잊지못할 산행의 추억을 남겨준 아우리산악회와

여러가지로 이해해주고 배려해주신 회원님들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세구간의 종주를 멋지게 완주한 회원님들께도 축하의 박수를 보냅니다.

 

 

 

 

석남사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했지요.

살짝 눈에 덮힌 산길이 정상에 대한 기대를 부풀게 합니다.

석남터널의 통제로 인하여 산행코스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었고

계획된 코스에서 조금 벗어나기는 했지만 예정대로 종주를 하기로 결론이 났습니다.

그렇게해야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짧은 원점회귀에 줄을 설 수 밖에 없었던 마음을 이해하시려나요.

 

 

 

 

일단 시작은 아주 좋았습니다.

하루 쉬기는 했지만 김장후유증이 없을까 걱정했었는데

예상외로 산행을 시작하니 발걸음이 가볍더라구요.

별반 차이가 있겠나 생각했는데  훈련의 효과가 있나보다 내심 기뻤지요.

한 삼일 15층 계단을 두번씩 걸었거든요.

하지만 딱 그만큼이더라구요^^*

 

 

 

 

오름길에 오른쪽으로 보이던 새하얀 능선

어쩌면 오늘 걸을뻔했던 쌀바위능선이라는군요.

 

 

 

 

한끼분량의 쌀이 나오던 쌀바위는

누군가 욕심을 부린 뒤부터 쌀 대신 물이 나온다하더라구요.

 

 

(쌀바위)

 

 

석남터널 갈림길을 지나고, 능동산 갈림길도 지납니다.

멀리 보이는 저 임도는 지난 달 걸었던 능동산 임도가 아닐까요.

터벅터벅 걸어가는 두 남자 그리고 세 여자가 보이는 듯 합니다.

 

 

 

 

마을 옆으로 보이는 저 왼쪽의 산은

영남알프스의 일곱개 산군중의 하나인 고헌산이라고 어느 자료에서 본것 같은데

맞는지 모르겠네요.

 

 

 

 

철쭉군락지 표지를 지나 중봉을 향해 난 계단길을 힘차게 오릅니다.

쿵~ 쿵~ 들려오는 계단의 발자국 울림이 묵직하니 듣기 좋네요

마치 병사들의 진군을 지휘하는 북소리처럼 힘이 나게 합니다..

계단이 끝나고 가파른 오름길에 접어듭니다.

 

 

 

 

숨이 턱에 차오르게 힘이 드는데

요놈의 상고대는 환장하게 아름답고, 하늘은 눈부시게 푸르릅니다.

어쩔거나

손가락은 추워서 장갑속에서 꼼짝하기 싫다고 하고

발걸음은 빨리 따라가라하고

눈으로, 마음으로만 새기기에는 너무 많은 아쉬움이 남을것 같고...

그냥 몇장 퍽 퍽 눌러댑니다.

 

 

 

 

 

 

 

 

이제 저기 저 언덕만 오르면 가지산이겠거니 믿었는데

그런데 중봉이라는군요.

 

 

 

 

 

 

 

 

 

 

 

가지산 정상은 시치미 뚝 떼고 저만치 물러앉아서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조아님처럼 상큼하고 들꽃님처럼 새침한 표정으로 말이죠.

상고대 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정상과

구불구불 오름길을 오르는 사람들

그리고 바위와 어우러져 옆으로 길게 늘어선 산능선이 너무 아름다워서

미워할수도 없습니다.

 

  

 

 

 

 

 

 

 

 

많이들 산행을 인생과 비교를 하지요.

언제 가나 까마득해 보이던 그 길에 어느새 내가 서 있는 것도 그렇고

문득 발걸음 멈추고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보면

아득히 멀어진 것도 그렇습니다.

 

 

 

 

 

 

 

그곳을 지나올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아름다움도 알게되구요

저기도 가볼걸....그것도 해볼걸....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나 후회가 남는것도 그렇지요.

 

  

 

 

 

 

 

 

 

 

 

 

 

저 곳 어디에 길이 있을것 같지 않은 산도

가다보면 길이 열려있고

여기가 길의 끝인가 싶으면 또 다른 길이 시작되는것도 그렇습니다.

 

 

 

 

가지산 정상석을 한번 올려다보고 일행들을 향해 발걸음을 돌립니다.

포근한 소나무 아래 보글보글 끓고 있는 김치찌개가

반가운 얼굴들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네요.

누군가의 수고로 누군가는 이렇게 행복합니다.

내려가서나 볼 수 있으려니 했던 일행들의 모습도 너무 반가웠지요

그렇게 많은 분들이 계시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었거든요.

의자를 내어주신 서풍님 국원님께도 감사드립니다.

 

 

 

 

 

 

 

갈길이 먼 종주팀이 서둘러 떠나고 후미팀도 다시 길 떠날 채비를 합니다.

가지산 정상을 다시한번 올려다봅니다.

일어서는 왼종일님과 소주일병님의 모습이 추워보이네요.

오래 기다리게 해서 너무 미안하고

 맛있고 따듯한 찌개를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쪽 산군들을 보며 바위능선을 걸으면 너무 좋을것만 같은데

눈길이라 그럴수가 없네요.

새하얀 눈꽃터널속으로 빨려들어갑니다.

바람이 모아지는 곳에는 길에도 몇십센티씩 눈이 쌓였네요.

야생화님께서 꼭 꼭 밟아놓고 가신다고 했는데 조금 바쁘셨나봅니다.

마치 눈장화를 신고 벗듯이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야했지요.

 

 

 

 

 

 

 

 

 

 

 

 

 

멀어져가는 가지산 능선이 참 아름답습니다.

지난달에 걸었던 천황산은 케이블카 승강장때문에 알아볼 수 있었지요

 

 

 

 

 

 

 

 

 

 

 

조망을 즐기며 잠시 멈춘 곳에서 매 사냥꾼처럼

힘껏 활시위를 당겨봅니다.

계룡산 자연성릉에서 그들의 사진을 보면서 한번 흉내내보고 싶은 포즈였거든요.

소주일병님의 지도아래 일사불란하게 포즈를 취해봅니다.

어때요  제법 그럴듯 한가요?

 

 

소주일병님의 은근한 몰이에 또 발길을 재촉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후미에 남은 사람들이 있어 조금은 여유가 있었지요.

 

 

 

 

 

 

 

 

 어찌해야 이 사람들을 빨리 걷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소주일병님 ^^*

 

 

아우리산악회 표지도 반가운 마음으로 한장 담아봅니다.

 사진을 다시 보니 왜 갑자기 "광야"의 한 귀절이 생각날까요?

...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는 ...

 

 

 

 

다시 날씨가 흐려지고 눈발이 휘날리네요.

열심히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뒤에서 바짝 따라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막강후미조

다른것이 있다면 셋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반면에

저들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죠...참 부럽습니다.

 

 

 

 

 

 

 

 

 

 

 

 

 

저들이 바라보고 있는 산이 백운산이 아니었을까요

참 멋진 산이라고 자연인님이 여러번 얘기를 하더라구요

천황산을 걸으면서 백호를 보았던 산이죠.

 

 

 

 

 

이제 아랫재까지....

또 아랫재에서 상양마을까지....

조심스런 내림길을 열심히 걸어봅니다.

운문산을 오르신 회원님들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저녁 자리에서 소나무님이 그러시더라구요.

후미팀 운문산 오르려면 날은 저물고 눈물을 빼야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구요.

 

 

(곱게 말라버린 산수국)

 

 

 

 

 

 

 

 

 

 

 

3차에 걸친 영남알프스 종주를

가지산의 아름다운 상고대를 보며 멋지게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새해 어떤 시작이 기다리고 있을지 설레이는 마음으로

또 다른 시작을 꿈꾸며

 

 

 

 

  (노박덩굴 열매)

 

 

2012. 12. 8일

아우리산악회와 함께

 

 

석남사주차장~ 가지산~ 아랫재~ 상양마을~석골사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