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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11~2015)

등 떠미는 사람이 곁에 있는 것도 행복인것을....문장대

 

 

 

 

 

 

 

 

 

부지런한 아버지를 어찌하여 닮지 못했는지

태생이 그다지 부지런하지도 못하지만

늦으막한 아침에 투표를 마치고 하루종일 게으름을 피울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치명적인 내 약점을 알고 있었다.

산행의 청을 잘 거절하지 못한다는 것.

집앞에서 기다릴테니 몸만 나오란다.

시키는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몸만 쏙 빠져나와서는 속리산으로 향했다.

 

 

 

달리는 동안 먼 산에 상고대가 하얗게 피어 탄성을 지르게 했다.

높은 산능선을 따라  펼쳐진 황홀한 풍경 .  그곳은

이곳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저 세상속으로 내가 들어갈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그 세상은 잊어버리고 또 다른 세상속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암봉

저곳의 어느 바위봉오리가 문장대일까?

보이기는 하는 것인지...

 

 

 

 

 

무슨 나무인지...

산죽과 함께 바위에 길게  드리운 나무그림자를 찍었는데

무슨 글씨의 흔적이 보인다.

 

 

 

 

 

 

 

 

 

하늘이 정말 푸르다.

눈부시게 푸르다.

곁에 있는 이들과의 행복한 시간은

그리움조차 잊어버리게 한다.

 

 

 

잠시 쉬며 주변 산군들을 둘러본다.

희미하게 상고대 핀 산줄기가 보이고

왼쪽 뒤편의 바위능선이 주흘산의 부봉쪽이 아닐까 짐작해보지만 자신이 없다.

내가 산을 알아보는 방법이라는 것이

한번 가본 희미한 기억에 의지하거나

아니면 사진으로 본 느낌상의 직감으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맞을 때보다는 틀릴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돌아와 지도를 펼쳐보니

문장대 북동쪽으로 대야산 희양산 주흘산등이 보였다

 

 

 

 

 

 

바위마다 커다란 고드름을 매달고 있고

계곡의 표면은 얼어 있었지만

졸졸졸 소리를 내며 얼음속으로 계곡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계곡의 물소리는 언제 들어도 평화롭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