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를 챙겨 보내고
15시 30분발 간월도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도비산에 갈 생각이었는데
버스가 인지쯤 지나자 갈등이 생겼다.
그냥 종점인 간월도까지 갔다 올까?
딱히 간월도가 보고 싶었던것은 아니었다.
그냥 흔들리는 버스가 좋았고
같이 흔들리면서 달리는 버스에서 내리고 싶지 않았다.
버스에서 내려 도비산을 향해 걸었다.
군데군데 소나무가 흰눈을 이고 있는 산빛이 정겹다.
눈만 뜨면 보던 산빛이었으니....
논에서는 기러기들의 수다가 시끄러웠다.
한번 날려볼까...
그들에게 난 그냥 침입자고 불청객일 뿐이기에
못본척 그냥 지나쳤다.
"부석에 도착하면 전화해봐" 하던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도곡지까지는 걸어가서 연락을 할 생각이었으나
상황이 어떤지 알 수 없었기에...
도곡지는 텅 비어 있었다.
의아해하는 내게 아마도 준설을 한 모양이라고 말해주었다.
일요일 오후의 경내는 조용했다.
템플스테이 가족들도 다 떠난듯
소복이 흰눈을 이고 있는 담장안이 고즈넉하다.
상봉에 올라서니 멀리 부남호?에 햇살이 내려앉았다.
어릴적 동네를 눈으로 더듬어본다.
삼십년 세월을 함께한 곳인데 얼른 한눈에 들어오지가 않는다.
한적한 시골이니 그다지 변한것도 없는 곳인데....
헬기장 눈 쌓인 공터에
누군가 정성스레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눈사람의 표정이 사뭇 다르다.
모든것에는 빛나는 아름다움이 숨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것을 볼 수 눈이 제대로 닦이지 않았을 뿐
그것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문이 열려있지 않을 뿐
이제 내일 하루만 지나면 해가 바뀐다.
볼 수는 없지만 저 구름뒤의 빛나는 세상.
내일은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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