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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11~2015)

두 개의 선물.......남덕유산

 

 

 

 

 

 

 

출발지에서 바라보이던 저 봉오리...할미봉인가봅니다.

 

 

남덕유산

백두대간을 사람에 비유한다면 남덕유산은 어디쯤 될까요?

무릎에 가까운 종아리 어디쯤 되려나요

할미봉과 서봉 삿갓봉

이중에서 둘을 포기해야 한다면 어디를 선택할 것인가

저는 서봉이 보고 싶었습니다

만 2년전인 2011년 1월

육십년만에 찾아온 추위라고 방송에서 떠들어대던 그날

남덕유산을 올랐었지요

상고대는 없었지만 눈부시게 파아란 하늘과 탁 트인 조망이 시원스러웠던 날이었지요.

 

 

 

 

 

눈만 빼꼼히 내놓고 정상석 앞에 잠깐 서 있다가 월성치로 내려서며 바라본 서봉.

유난히 희게 빛나며 날개를 펼친듯 정면으로 서 있던 서봉을

 

언젠가 한번은 꼭 가보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오늘 기대를 했었지요.

교육원에서 오른다면 서봉을 볼 수 있겠구나

영각사에서 오른다면.... 삿갓봉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육십령에서 시작하는 산님들이 아무리 발이 빠른 님들이라지만

둘 중에 한 봉오리는 볼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지요.

 

 

 

 

(육십령에서 출발한 팀입니다.  모기대님의 사진을 보면서..."사진이라도 함께 찍고 올걸"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육십령에 한 팀을 내려놓고 영각사로 향하여 출발합니다.

겨울날씨치곤 참 포근하여 좋았지만 상고대도, 시원스런 조망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아 살짝 아쉬웠지요.

 

 

 

 

2킬로쯤 올랐을까요?

아! 상고대다.!!

저 멀리 경사면 한쪽이 하얗게 변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안개를 앞세우고 바쁘게 산 아래로 내려오는 상고대의 마중에

마음은 한없이 들뜨는데

발걸음이 따라가지를 못하네요.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차거운 바람이 장난이 아닙니다.

육중한 이 몸이 버들가지처럼  휘청이게 하네요.

하지만 그 차가운 바람과 안개가 아니었던들 이 아름다운 상고대를 볼 수 없었을 테니

고맙게 견뎌야겠지요.

 

 

 

 

 

 

 

 

 

 

 

 

 

 

 

 

 

 

 

 

 

 

 

 

 

 

 

 

 

 

 

 

 

 

 

 

 

그런데 그 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질 산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아쉬웠지요.

나중에 푸른솔님에게 물으니 너무 추워서 기다릴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 오늘 이곳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카메라도 아는 모양입니다 ^^*)

 

 

(소주일병님은 불러도 대답이 없으시고...)

 

 

 

정상의 칼바람은 오늘도 여전합니다.

순간을 잡아두기 위한 사람들의 작업도 여전하구요.

먼 발치로라도 모습을 보고 싶었던 서봉은 안개속에 가려 보이지 않네요.

 

 

 

 

 

 

 

 

 

 

 

남덕유산 정상을 지나 서봉과 월성치 갈림길로 내려서는데

육십령에서 출발한 선두팀이 마주오고 있네요.

몇 시간 만에 다시 보는데도 반갑습니만...

오늘 삿갓봉을 보기는 그른것같습니다 ^^*

 

 (점심을 준비하던 곳에서...오르리님.   월성치에서 점심을 드셨다구요)

 

 

 

 

 

평평하니 넓은 눈밭 한곁에서 따끈한 떡라면과 제육볶음으로

허기를 때우는 내내 안개가 산 언저리에서 오락가락합니다.

혹시나 하면서 자꾸 눈길을 하늘로 돌리는데

안개가 인심 한번 쓰기로 마음을 정했나봅니다.

 

 

 

 

 

 

 

 

 

 

 

 

 

 

 

 

점심을 끝내고 일어서는데 파란 하늘이 고개를 내밀어 인사를 건넵니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아끼는 장갑을

양말바구니에서 찾아냈을 때 처럼 횡재한 기분 ㅎㅎ

 

 상고대가 첫번째 선물이라면

푸른하늘은 남덕유가 우리에게 주는 두번째 선물이었네요.

 

 

 

 

 

 

 

 

 

 

 

 

 

즐거운 기분으로

푹푹 빠지는 눈에 슬쩍슬쩍 발 미끄럼을 타며

월성치로 내려서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이 길을 올라가는 사람들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월성치에 도착을 했습니다.

A, B팀 선두도 이곳에서 황점으로 하산을 하였다고 하고

A팀 후미와의 시간 차이가 많으면 어떻게 삿갓봉을 한번 넘보겠는데

3~40분 정도의 차이가 난다고 하니 아무래도 삿갓봉은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월성치에서 머뭇거리는 동안 서풍님께서 홀로 삿갓봉을 향해 출발을 하시네요.

남덕유 정상을 오르기 전부터 정말로 삿갓봉을 가고 싶어하시는구나 하는 것이 느껴졌었는데

그 때는 그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얘기를 듣고서야 이해가 되었지요.

 

 

 

 

 

 

 

모기대님과 함께 백두대간의 첫 발걸음을 뗀 곳이 바로 육십령~ 삿갓봉~ 구간이었다구요.

그 첫 느낌을 잊을 수 없었을 테고 다시 느껴보고 싶으셨겠지요.

예전의 맛 그대로의 커피도 드시고

아쉬움도 남기지 않았으니 다행입니다.

멀어져가는 서풍님의 뒷모습을 뒤따라간 두 분 모기대님과 구절초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삿갓봉 가는 길은 푸른하늘과 어우러진 상고대가 너무 아름다웠지만

꽤 힘든 길이었다구요.

 

 

 

(남자분들도 이렇게 하고 사진을 찍는군요^^*)

 

 

별거 아니라고 따라가라고 자꾸만 부추기던 푸른솔님 말을 안들은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게 여겨지던지요.

서봉과 삿갓봉 둘 중의 하나는 가고 싶어 하는 제 마음을 헤아려준 푸른솔님 마음은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여기까지도 팀원들 챙기랴 요리하랴 수고하신 소주일병님이었지만 내리막길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시네요.

단단하게 여미는 끈까지 준비한 비료푸대 ^^*

비료푸대 채우고, 옮겨주고, 밀어주고, 따라오며 “겁먹지마..겁먹지마..” 소리치고...

초반 내리막길에서 몇 바퀴나 굴렀는지.....

그때는 재미있어서 아픈줄도 몰랐는데

지금 어깨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ㅠㅠ

그러고도 너무 재미있어서 타라는 대로 다 탔지요.

소주일병님! 힘드셨지요.

덕분에 여러사람이 즐거웠네요.

 

 

(누군지 모르지만 눈사람 만드신 분께서도 복받으실겁니다.^^*)

 

 

남덕유산과의 두번째 만남

산을 잘 타시는 산님들도 많은 분들이 B코스로 합류를 하셔서 살짝 걱정이 되기는 하였지만

각자에게 맞는 산행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챙겨주시는 회원님들 덕분에

즐겁게 즐기며 산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산행 때마다 항상 받아온 선물이니 회원님들의 배려는 선물 목록에서 빼도 되겠지요.^^*

 

 

 

 

 

 

 

 

 

 

2012. 1. 12일

영각사~ 남덕유산~ 월성치~ 황점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