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걸었습니다.
길에 고인 물을 피해 풀섶에 바짝 붙어 걸으니
무성한 풀에 바지가랑이가 무릎게까지 축축히 젖어 옵니다.
엊그제 길 옆에 있는 오가피나무 어린 잎을 한 줌 따다 살짝 데쳐 물에 담궈두었습니다.
이제는 쓴맛이 빠졌겠거니 무심코 한입 깨물었다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때죽나무
일본노각나무?
이미 약이 오를대로 오른 오가피잎은
아무리 물에 오래 담가 놓아도 쓴물이 빠질것 같지가 않습니다.
너는 어찌 달지 않고 이다지도 쓰단 말이냐
그렇다고 오가피를 타박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쓴맛을 참고 먹든지 아니면 버리든지 해야하겠지요.
찔레꽃
피라칸다
내게도 빼내고 싶어도 빠지지 않는 것들이 있을겁니다.
더러는 내가 알고 있는 것도 있지만
또 나는 모르지만 주변에는 보이는 그런 것들도 있겠지요.
내 안의 것이든, 내 밖의 것이든
버릴 수 없다면 껴안고 사는 수 밖에요.
으름덩굴
자주달개비
이틀째 비가 내리고 있지만
호미질 당한 콩밭이랑의 잡초처럼 자꾸만 몸이 내려앉습니다.
빗방울을 욕심껏 머금은 자주달개비꽃처럼 머리도 무겁구요.
정향풀
몸이 내려앉는다는것은
몸보다 먼저 마음이 내려앉았기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초여름 촉촉히 비가 내리는 날에 말이지요.
산조팝나무
붉은인동
퇴근길에 오토바이가 쌩하니 지나갑니다.
빨간 배달통에는 "초밥"이라고 씌어 있네요.
아! 초밥이 먹고 싶습니다.
사실 오늘 점심으로 칼국수가 너무나 먹고 싶었습니다.
...............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
출장중이랍니다.
그녀는....
식구와 함께 있을 것 같아서 전화하고픈 마음을 참았습니다.
이렇게 비 오는 날 칼국수 한그릇 함께 먹을 사람이 없다니....
슬픕니다.
내일 사주겠다는데
내일도 칼국수가 먹고 싶을지 모르겠습니다.
광대나물
그 집 마당을 한바퀴 돌아오니 몸도 마음도 다시 일어섭니다.
정갈하게 피어난 정향풀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붉은인동.
작은 나뭇잎에 슬어놓은 풀잠자리 알.
...........
부족하고 넘치는 속에서도
참 조화롭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생명들입니다.
2013.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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