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쬐다.
- 유홍준
사람이란 그렇다
사람은 사람을 쬐어야지만 산다
독거가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 사람이 사람을 쬘 수 없기 때문
그래서 오랫동안 사람을 쬐지 않으면
그 사람의 손등에 검버섯이 핀다 얼굴에 저승꽃이 핀다
인기척 없는 독거 노인의 집
군데군데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피었다
시멘트 마당 갈라진 틈새에 핀 이끼를 노인은 지팡이 끝으로 아무렇게나 긁어보다가 만다
냄새가 난다, 삭아 허름한 대문간에
다 늙은 할머니 한 사람 지팡이 내려놓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바라보고 있다
깊고 먼 눈빛으로 사람을 쬐고 있다
'딸에게 읽어주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관심...김운화 시집 "먼지들의 정거장" (0) | 2014.07.03 |
---|---|
어머니가 된 여자는 알고 있나니 (0) | 2014.07.02 |
역(驛)...김 승 기 (0) | 2012.04.17 |
꽃자리.....구 상 (0) | 2011.05.04 |
벗에게 부탁함...정호승 (0) | 2011.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