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22일
9시 20분 터미널발 간월도행 시내버스
간월도 둘이요.
버스 버스요금을 계산하며 무심코 나온 말입니다.
의자에 앉아 생각하니 뭔가 이상합니다.
왜 간월도 둘이라고 말했지?
아마도 올해 첫 시내버스 산행에, 새로운 동행과 꽃을 볼 생각에
흥분했었나봅니다.
부석사 일주문
일주문 뒤쪽에 걸려있는 현판인데...무슨 뜻인지 좀 알려줘요.
나보다 한살 아래인 동행이 저를 언니라고 부르겠다는걸 말렸습니다.
그냥 친구하자고.
그랬더니 모모씨! 하고 이름을 부르네요.
요즘엔 온라인상으로 사용하는 닉네임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름으로 불리니 참 듣기 좋습니다.
사자문을 지나 부석사로 오르는 계단 주변은 완연한 봄빛입니다.
열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꿩의바람꽃은 아직
입을 꼭 다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네요.
계단 틈새에 피어난 현호색을 일화당을 배경으로 담아봅니다.
아직 꿩의바람꽃이 잎을 열지 않았으니 산행부터 해야할것 같습니다.
사실 항상 부석사 언저리만 다녀가는 것이 아쉬워서
오늘은 산행까지 작정하고 왔거든요.
동사방향으로 들머리를 잡고 오르기 시작했지요.
등산로 주변에 아직 꽃은 보이지 않고
산달래가 눈길을 끕니다.
동행이 달래 삼매경에 빠져있는동안 배낭을 내려놓고 다른 산길을 더듬었지요.
산자고와 현호색이 한창이네요.
길마가지 나무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구요.
부석사 입구 고목옆에 있던 길마가지나무가 다 베어져서 아쉬웠는데
산 위에서 만나니 반가웠지요.
정상의 하늘은 참 맑아보이는데
시계가 그리 좋은날은 아니었습니다.
정상 부근에서 큰멋쟁이나비도 만났지요.
성충으로 월동하는 나비들이 꽤 많은가봅니다.
그들에게 봄은 얼마나 반가울까요.
저도 꽃과 나비를 만날 수 있는 봄이 참 좋습니다.
딱총나무
완만한 능선길을 걸어 일출전망대 위쪽의 전망바위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네요.
저 들판에 봄빛이 내리면 정말 아름답겠지요.
가을빛도 역시 아름다운데
가까운 곳인데도 때맞춰 걸음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게으름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산길 걷다가 너무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네요.
지나면서 날보고...딸 하고 함께 왔나보다고....
동자승 앞에 주저앉아서 통곡이라도 하고 가야 할까봐요.
다시 돌아온 부석사엔 꿩의바람꽃들이 활짝 웃으며 기다리고 있네요.
동행은 달래를 캐고
저는 또 꽃과 한참을 놀았지요.
꽃이 아니어도 부석사는
어릴적 추억이 많은 곳이라서 항상 마음속에 그리움으로 자리잡고 있는 곳입니다.
산행도 하고
꽃도 보고
고향도 느끼고
즐거운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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