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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구름처럼/풍경속으로

개심사

 

 

 

 

 

 

 

2014.  4.  13일

 

예정대로라면 어제 친구와 둘이

자전거를 타고 낑낑대며 이곳을 다녀갔을 것이다.

얼마전 도비산을 함께했던 친구의 자전거하이킹 제의에

주저없이 떠오른 곳이 개심사였다.

푸른 목초지 사이를 , 신창저수지를 가로지르는 다리위를 달릴 생각을 하며

마음 설레었는데

 감기기운때문에 다음으로 미루자는 연락이 왔다.

왕복 두시간 남짓

어쩌면 그녀에겐 조금 걱정이 될 만한 거리였는지도 모르겠다.

 

 

 

 

 

해우소 가는 길의 만첩홍도

 

 

 

 

 

 

 

 

 

 

 

 

 

 

 

하루 늦어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개심사에 왔다.

봄이면 겹벗꽃과 만첩홍도 꽃이 핀 모습이 보고 싶고

여름이면 배롱나무의 근황이 궁금하고

가을이면 주렁주렁 매달린 빨갛게 익은 감과

노랗게 물들었을 산신각 뒤 대팻집나무 단풍이 보고 싶고

눈 내리는 겨울이면

흰 눈에 덮힌 경지와 기와지붕의 고즈넉한 풍경이 그리워지는 개심사

 

 

 

 

 

 

절집을 찾다보면 멀리 입구에서부터 마이크를 통해

들려오는 독경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곳이 많은데

개심사에서는 한번도 독경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

 

 

 

 

 

 

꽃이 곧 경전이고

새, 바람소리가 법문을 대신하는 곳

떨어지는 꽃잎조차 해탈을 이루는 곳

꽃들도 절집을 향해 합장하는 곳

 

 

 

 

 

 

 

 

 

 

 

바람처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걷다보면

어느새  눈과 마음이 맑아지는 곳

개심사는 그런 곳이다.

 

 

 

 

 

 

 

 

 

 

 

 

 

 

 

 

 

경지 옆에 있는 아름드리 팽나무 뒤로 돌아섰다.

커다란 나뭇가지가 앞을 가로막는다.

휘어진 가지 틈새로 보이는 작은 세상.

가까이 다가서거나

뒤로 물러서며

옆으로 조금씩 몸을 움직이면서

보고 싶은 것만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것

풍경에는 렌즈가 그것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사람에게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개심사 계단 오름길 입구에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통나무 의자를 받치고 있는 길고 짧은 받침대를 보며

평등하다는 것,  더불어 산다는 것은 저런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필요로 하는 곳에서 그 자리를 지키는 것....

 

 

 

 

 

 

지금 한창 꽃이 피어나고 있는 개심사는

정말 아름답다.

명부전 앞의 청벗이 피면 개심사의 봄은 절정을 맞을것이다.

장승마저 꽃피는 봄이 즐거운듯 표정이 환하다.

이 다음엔 누구와 더불어 개심사를 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