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 소 리....박 남 수
나는 떠난다. 靑銅의 표면에서.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振幅)의 새가 되어
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되어
하나의 소리가 되어.
인종(忍從)은 끝이 났는가
청동의 벽에
"역사"를 가두어 놓은
칠흑의 감방에서
나는 바람을 타고
들에서는 푸름이 된다.
꽃에서는 웃음이 되고
천상에서는 악기가 된다.
먹구름이 깔리면
하늘의 꼭지에서 터지는
뇌성(雷聲)이 되어
가루 가루 가루의 음향이 된다.
어스름녁
산사에 울려퍼지는 종소리
흠칫 놀란 가슴에 잠시 머물다 사라졌다.
부석사 산신각 옆
마애불 앞에 서 있다가
종소리의 여운을 따라 종각으로 내려왔다.
스님의 흥얼거림.
묘한 부조화
종소리에 살짝 아쉬움이 섞이지만
마음을 울리는 소리라면
노래인들 어떻고
염불인들 어떠리
2014. 9. 10 부석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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