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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읽어주고 싶은 시

낙엽... 이생진

 

 

 

 

 

 

 

 

 

 

지난 늦가을쯤 길을 걷다가

멀리 단풍나무 아래에서 낙엽을 줍고 있는 중년의 남자를 본 적이 있다.

 

예전에는 나는 물론 다른 사람들도

 낙엽을 주워

그 위에 낙서도 하고,  책갈피에 끼워두기도 많이 했겠지만

그런 풍경을 보기가 힘들어진 지금

그것도 남자가 낙엽을 줍고 있는 모습이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보았었다.

 

며칠전 동네산책을 하다가

그 집 뒷마당에서 미처 떨어지지 못한채 매달려 있는 잎새를 보았다.

햇빛을 반사시키는 다른 나뭇잎을 배경으로

햇빛을 받고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한참을 서서 바라보았다.

그리고  문득 떠오른 시 한편

 

이생진님의 낙엽이란 시였다.

한장의 지폐보다 한장의 낙엽이 더 아까울 때가 있다.

.........

지금 이 순간

내가 그랬다.

한장의 지폐가 주는 즐거움보다 훨씬 더 큰 즐거움과 행복을 선물해준

잎새 한장.

 

무엇을 기억하고 싶어하는지 알 수 없지만

낙엽이 기억하고 싶어하는 것을

나도 기억하고 싶다.

 

 

 

 

 

 

 

 

 

 

 

 

 

 

 

 

 

 

 

 

 

 

 

낙엽.      이 생 진

 

한장의 지폐보다

한장의 낙엽이 더 아까울 때가 있다

 

그 때가 좋은 때다

그 때가 때묻지 않은 때다

 

낙엽은 울고 싶어하는 것을

울고 있기 때문이다

 

낙엽은 기억하고 싶어하는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엽은 편지에 쓰고 싶은 것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낙엽을 간직하는 사람은

사랑을 간직하는 사람

 

새로운 낙엽을 집을 줄 아는 사람은

기억을 새롭게 갖고 싶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