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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구름처럼/소소한 이야기

한해를 보내며

 

 

 

 

 

 

 

일년에 두어번 타보는 서울의 지하철 안에서

앞 사람을 쳐다보다가 깜짝 놀란적이 있었다.

건너편 의자에 앉은 그 사람은 흐트러지지 않은 자세로 눈을 감고 있었는데

그 표정이 너무나 힘들고 고단해보였다.

 

왜 그런 생각을 해왔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까지 눈을 감고 있는 표정은 모두가

휴식이 주는 편안함만이 깃들어 있을거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랬기 때문에

눈을 감고 있음에도 너무 지치고 힘들어보이는 표정은 내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나도 저렇게 보일때가 있었겠구나..

가끔 공공장소에서 눈을 감고 있을 때가 있는데

그 이후로 잘 움직여지지 않는 얼굴근육을 이리저리 씰룩거리며

표정을 잡아본다.

 

얼굴에 편안함을 끌어올리기 위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는데

흘러가는 강물에 떠내려가는 종이배라든지

절벽에 매달린 노송의 푸르른 잎에 내려앉은 백로

절벽위에 앉아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자주 그린다.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몸이 새털처럼 가벼워서 둥둥 떠가는 느낌이 든다.

 

성암저수지 주변을 한바퀴  돌면서

여러가지 발자욱들을 만났다.

거침없이 앞으로 내달은 흔적도 보이고

한발한발 조심스런 발자욱도 있다.

주춤거리며 서성인 마음조림도 보인다.

 

얼굴에만 표정이 있는것이 아니라

발자욱에도 표정이 있고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더라

 

이왕이면 좋은 표정으로

느리더라도, 가끔은 망설이며 주춤거리더라도

반듯하게 앞으로 잘 걸어가리라 스스로에게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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