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뀐지 딱 일주일이 다 되어 가지만
뭔가 새롭게 시작되었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꽁 꽁 얼어붙은 소한 추위가는 지났고
조금 더 겨울을 견디고 나서
어디선가 이른 꽃소식이 들려올 때 쯤이나 되어야 새롭게 시작된다는 느낌이 들것같다.
그래서 새 봄인가 보다.
새 여름, 새 가을, 새 겨울...그렇게 부르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세밑이 다가오면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잘 살아 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던 친구들도 떠올라
이런저런 안부를 주고 받게된다.
나도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해야겠다.
세밑무렵 때마침 성에가 가득 낀 반사경 옆을 지나게 되었다.
손가락의 체온으로 성에를 녹여 가며 한자 한자 써 나갔다.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쓰고 싶은데
자리가 부족하니 "많이"는 빼야하겠다.
뭔가 좀 허전해서 하트를 그리고 그 아래 내 얼굴을 집어 넣어본다.
잊지 않고 안부를 전해오는 친구들도 참 고맙고 기쁘다.
고심하며 골랐을 아름다운 그림과 좋은 글귀와 음악들이
카드와 동영상에 담겨 전해져온다.
그런데 웬지 조금 아쉽다.
그냥 이름이라도 한번 불러주지.
그러면 더 반갑고 정답게 느껴질텐데.
그런데 어떤것이 복이지?
누군가에게는 복이 되는 일도 또 누군가에게는 복이 아닐수도 있으니
복은 각자 알아서 필요한 복을 받으라 하고.
내겐 어떤것이 복일까
며칠이 지난 뒤 반사경 앞을 지나는데 아직까지 그 흔적이 남아있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았겠지만 내가 남긴 흔적이었으므로 내 눈엔 보일 수 밖에.
그것을 보면서 생각했다.
내게 복이란
여기저기에 내가 알아볼 수 있는 흔적을 많이 남기는 것이 아닐까 하고.
자연속에... 사람 마음속에... 책 속에....
지워져도 나는 알아볼 수 있는 흔적.
올해는 복을 더 많이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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