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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구름처럼/소소한 이야기

꽃 피고 지는 마당 주인

 

 

 

 

 

 

 

 

 

 

 

할머님 사진을 찍고 싶다는 그녀와

오랫만에 그집 마당을 찾았다.

한달에 두어번은 그 집 마당을 찾아가긴 하지만

유리창너머로 대청마루에 앉아계신 할머님을 그냥 멀찌감치서 보고 오곤 했었다.

일년전만 해도 마당에 나와 풀을 뽑곤 하셨는데

이제 여기저기 아프고 기력이 없어서 거의 집 안에서 지내신다고 했다.

"자주 좀 오지...바쁜가,  왜 그렇게 안 왔어"

자손들이 효자여서 자주 다녀가지만 그래도 사람이 그리우신 모양이다.

"빨리 가게 해 달라고 기도 좀 해줘~"

팔을 부축해 마당을 한바퀴 돌고 돌아왔는데 웬지 마음이 울적하다.

친정부모님의 기일이 있는 음력 시월이면 느끼곤 하는 깊은 울적함이

오후 내내 나를 짓누른다.

비가 내릴듯한 날씨도 한 몫 거들고 나선다.

정향풀처럼 정갈하고 고운 할머니

그 집 마당의 꽃들이 주인을 닮았다.

 

 

 

 

 

 

 

 

 

 

 

 

 

 

 

 

 

 

 

 

 

 

 

 

 

 

 

 

 

 

 

 

 

 

 

 

 

 

 

 

 

 

 

 

 

 

사람을 쬐다.

 

- 유홍준

 

사람이란 그렇다

사람은 사람을 쬐어야지만 산다

독거가 어려운 것은 바로 이 때문, 사람이 사람을 쬘 수 없기 때문

그래서 오랫동안 사람을 쬐지 않으면 그 사람의 손등에 검버섯이 핀다

얼굴에 저승꽃이 핀다

인기척 없는 독거

노인의 집

군데군데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피었다

시멘트 마당 갈라진 틈새에 핀 이끼를 노인은

지팡이 끝으로 아무렇게나 긁어보다가 만다

냄새가 난다

삭아 허름한 대문간에

다 늙은 할머니 한 사람 지팡이 내려놓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바라보고 있다

깊고 먼 눈빛으로 사람을 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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