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29일
내가 만난 노랑나비의 계절중에서 지금이 제일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 같다.
추워지기 전에 후세를 남겨야한다는 사명감에
두 마리가 함께 노니는 장면도 자주 목격된다.
노랑나비 (흰나비과)
4~10월까지 연 수회 발생한다.
번데기로 월동하며 먹이식물은 콩과의 토끼풀, 붉은토끼풀, 벌노랑이, 아까시나무 등
백색형과 황색형이 있는데 백색형은 암컷에게만 나타난다고 한다.
2015. 10. 28일
대나무밭 근처 땅에 노랑나비 몇마리가 자꾸만 내려앉는다.
요 며칠 매일 만나는지라 무심히 지나치려 했는데
배를 꼬부린 것이 산란을 하는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나비가 떠난다음에 보니
갸녀린 새완두의 잎에 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알을 잔뜩 낳아놨다.
확대해보니 길죽한것이 꼭 밥풀처럼 생겼다.
음 어쩌지....
종이컵에 흙을 담고 뿌리째 몇포기 옮겨 심었다.
커다란 화분에 몇개 더 옮겨와서 크로바와 함께 심어 두었고
페트병을 오려 하나를 더 만들었다.
먹이 줄 걱정없이 오며가며 지켜보면 될테니
바쁜 친구에게 작은 활력과 휴식이 될것 같아서....
2015. 10. 30일 (3일째)
사무실 안에다 들여놓았던 종이컵의 알이 붉게 변했다.
뿅! 하고 애벌레가 나오는 장면을 보고 싶은데
너무 작아서 앞에서 보고 있어도 볼 것 같지가 않다.
2015. 10. 31일 (4일째)
집 베란다에 놔뒀던 알도 색이 변했는데
사무실의 알보다는 진화가 조금 늦는것 같다.
"밥풀처럼 생겼는데 얼마나 예쁜지 아니"
딸아이에게 얘기를 꺼냈더니
밥 먹을 때마다 생각날것 같다면서 질겁을 한다.
선입견을 버리고 한 번 보면 얼마나 예쁜지 알텐데....
2015. 11. 2 (6일째)
사무실에 있는 알이 검게 변했다.
금방 애벌레가 나올것 같다.
2015. 11. 3일 (7일째)
출근을 하자마자 살펴보니 알이 보이지가 않는다.
육안으로는 애벌레도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로 들여다보니 2mm도 채 안되는 작은 애벌레가 꼬물댄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보니 작은 새완두 잎에 갉아먹힌 흔적도 보인다.
애벌레들은 부화하고 나면 알 껍질을 먹는다고 한다.
영양섭취의 목적도 있고, 또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흔적을 없애기 위함도 있단다.
실제크기는 2mm 정도로 아주 작다.
2015. 11. 4일 (8일째)
어제보다 큰것 같지는 않지만 갉아먹은 흔적이 커졌다.
몸집이 작으니 먹는 양도 아주 작아서
아직 집 평수를 늘려주지 않아도 며칠은 지낼만 할것 같다.
무사히 번데기가 된다면 밖에다 내 놓을 생각이지만
혹시나 일찍 번데기가 되면 우화도 일찍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밖에 둔 알도 색이 붉게 변했다.
먹이를 먹은 흔적이 별로 변화가 없다.
완전 소식주의자 애벌레인가보다.
아니다 제 몸 크기의 몇배의 면적을 먹어치웠으니 대식가라고 해야할것 같다.
2015. 11. 9
대나무 밭 아래
주말 이틀동안 내린 비에도 알은 끄덕없이 붙어있다.
부화한 애벌레는 크로바속으로 들어가 찾을 수가 없다.
눈으로 보일만큼 커지기를 기다려야할것 같다.
2015. 11. 11
빗물이 마르지 않아 물방울을 흠뻑 뒤집어 쓰고 있다.
어서 부화해서 추워지기 전에 번데기가 되어야 할텐데
2015. 11. 15일
맑음님이 가져 간 알들이 부화를 했다.
맑음님의 정성 덕분에 알에서 부화하는 장면을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었다.
너무 신기하다.
천정을 뚫고 나오리라 예상했는데 벽을 부수고 나왔다.
이때만해도 그 작은 애벌레가 알을 깨고 나오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같은 날...
따듯한 실내에 있던 아이들은 머리의 검은 딱지도 떨어지고 이렇게 컸다.
2015. 12. 5
어제 집에 돌아오니 한 아이가 탈출하여 침대에 붙어 있다.
멀리 도망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실을 뿜어 몸을 고정시키는데 두 시간 정도 걸렸고
그 상태에서 20시간 전후해서 번데기가 되었다.
그 과정 하나하나가 얼마나 힘겨운 작업인지
옆에서 지켜보면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4일 동안
네 아이가 차례대로 모두 무사히 번데기가 되어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지 모르겠다.
겨울 잘 지내고 내년 봄에 건강한 나비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두 시간 가까운 작업
누구에게나 견뎌야 하는 과정이 있는 모양이다.
산다는 건...그래서 의미있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십여분전부터 준비운동 후
옷을 발목까지 내리는데 5분정도.
마지막은 맨발에 신은 꽉 낀 버선을 벗듯이 얼마나 힘겨워하는지...
마지막 몸부림이 너무 안타까워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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