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6일 수룡계곡의 풀밭 고삼에서 아주 작은 애벌레를 발견했다.
혹시나 뭐가 있을까 궁금하여 한참을 살펴 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더니
잎새 위에서 한 마리를 찾고나니 여기저기서 몇 마리가 더 보였다.
고삼 잎새에 비교하면 크기가 얼마나 작은지 짐작할 수 있겠지만
0.5mm 이내로 정말 작았다.
부화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고삼을 식초로 하는 나비가 여럿 있다고 한다.
범부전나비, 푸른부전나비, 큰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
그렇다면 혹시 큰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가 아닐까
제천과 가까우니 그럴수도 있겠다 희망을 가지고 애벌레를 식초와 함께 데려왔다.
큰홍띠..는 멸종위기동식물2급으로서 보호받는 종이라는데....
쉿!! 비밀
자연상태에서의 생존률이 1% 정도라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
꽃 속에 숨어있는 푸른부전나비 애벌레
둘째날 집에 돌아와서 깜짝 놀랐다.
애벌레가 한 마리 실종이 된것이다.
아무리 주변을 살펴봐도 보이지가 않는다.
죄책감에 자책감에 후회까지....
다행히 한참 후에 카메라 끈에 매달린 애벌레를 찾았다.
김치냉장고를 내려와서 다시 식탁을 타고 올라가서 그 위에 놓인 카메라 끈까지 기어가다니.
그 작은 애벌레로서는 산 넘고 물 건너는 고역이었을텐데 말이다.
데려올 때 꽃송이가 제대로 부풀지 않은 것을 가져왔는데
아마도 먹을것을 찾아서 헤맨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나중에 먹는 모습을 보니 꽃에 구멍을 뚫고 속만 쏙 쏙 빼먹었다.
꽃에 있을 때는 애벌레의 위장이 더 교묘해서
풀밭에서 꽃에 있었다면 아마도 애벌레를 찾지 못했을것 같다.
7월 3일 첫번째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었다.
돌아와서 푸른부전나비와 큰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의 애벌레를
눈빠지게 비교해봤는데
어렸을 적에는 구분이 어려웠는데 조금 커가니 차이점이 보이는 듯 했다.
등줄기의 구분선이 푸른부전나비는 뚜렷하게 보였다.
전문가에게 물어보아 푸른부전나비 애벌레로 확인되었다.
그리고 두번째도 세번째도 번데기가 되었다.
크면서 애벌레의 색이 약간 분홍색을 띄다가
번데기가 되기전에 다시 푸른색이 되면서 번데기로 변했다.
기특하게도 한 잎새에 쌍둥이처럼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7월 10일 드디어 우화했다.
마지막 번데기의 옆구리가 까매지길래 머리맡에 두고 잠시 한 눈 판 사이
나비로 변신하고 말았다.
아쉽게도 전용도 우화도 보지 못했지만
세 마리 모두 무사히 나비가 되어주어 고맙다.
번데기는 하루의 차이가 있었는데
우화는 모두 같은 날 했다.
그리고 큰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라는 긴 이름의 나비가 아닌
그냥 푸른부전나비여서 고맙다.
덕분에 내가 죄를 짓지 않게 되었으니 말이다.
진심이냐구?
아쉬움이 아주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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