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창문을 열지 말았어야했다.
너무나 맑게 떠오른 아침 햇살이 마음을 싱숭거리게 만든다.
그래 가자.
꽃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싱숭생숭하는 마음을 달래줘야 할 것 같았다.
우연히 알게 된 풍도행.
내 입장을 생각해서 연락을 안했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한번 물어나 봐 주지...
"갑자기 일이 생겨 어디를 좀 다녀와야 돼서요.
오늘 휴가 써야 할 것 같아요"
아주 거짓말은 아니지.
갑작스런 일인 것도 맞고
어디를 가는 것도 맞으니까.
그렇게 바람처럼 풍도를 다녀왔다.
꽃과의 눈맞춤은 번번히 빗나갔지만 외사랑인들 어떠랴.
너를 보고 있는동안
내가 이렇게 행복한 것을
서울에서 예약한 손님들이 늦어지는 바람에 출발시간이 아홉시에서 열시로 늦춰졌다.
배를 기다리는동안 바다비오리를....보긴 봤는데
바다에 사니 바다비오리가 맞겠지.
암컷만 보이는데 비오리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삼길포에서 40여분 걸려 풍도에 도착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우르르 골목길을 오른다
가장 먼저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는 것은 복수초다.
모여 있으니 예쁘고
바다를 보고 있으니 더 예쁘다.
섬의 봄처녀답게 듬직한 풍도바람꽃.
조금 늦게 찾아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예년보다 빈약해보인다.
풍도바람꽃 녹화를 찾다가 찾지 못하고 동행이 어느 꽃님에게 물었더니
"그걸 왜 가르쳐주나요" 그랬다던가.
꽃받침이 여늬 꽃보다 연두빛을 띄고 있는 바람꽃을 살펴보느라
살짝 손을 대었다가 지키고 있던 아저씨한테 불호령을 맞았다.
어쨌든 손을 댄건 내 잘못이지만
누구 못지않게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구요.
바로 그 꽃
사랑스럽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릴것 같은 꽃 노루귀.
이렇게밖에 보아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풍도대극
꿩의바라꽃
중의무릇
2016. 3. 15일 화요일
하루를 통째로 바친 꽃 출사에서 가장 사진을 적게 찍은 날인것 같다.
못본체 그냥 지나치거나, 주저앉아서 안절부절 못하다 그냥 일어서곤 했다.
그래도 꽃길을 걸으며 즐거웠고
꽃 앞에서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좋았다.
더는 다시 찾지 않더라도
그것이 내 사랑의 표현임을 알아주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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