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웠던 지난 여름.
가끔은 세정거장쯤 미리 버스에서 내려 땀을 뻘뻘 흘리며 청지천변을 걸었다.
길 가 풀섶에 숱한 소리쟁이들.
비교적 길 가에 있는 소리쟁이 앞에 주저앉아 잎을 들춰보았다.
아! 번데기다.
큰주홍부전나비의 번데기였다.
두근두근....횡재한 기분.
8/3
천천히 살펴보니 색이 제각각인 번데기가 일곱개가 있었다.
모든 번데기들이 금방 변했을때는 투명하거나 색이 옅고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짙어지는것같다.
저녁햇살을 받은 주홍빛 번데기가 얼마나 귀엽고 예쁘던지.
8/9
그리고 며칠 뒤 다시찾은 청지천
성충이 한마리 앉아있길래 주변의 식초를 살펴보았다.
이번엔 알과 애벌레이다
드디어 나도 알과 애벌레를 찾았구나.
8/9 알과 애벌레..알이 만두처럼 생겼다.
알에서 갓 부화한 애벌레는 너무 작아서 눈으로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더구나 잎을 살짝 파고 들어가 숨어있으니....
8/9
3일에 데려온 번데기가 날개가 비치기 시작했다.
우화할 준비를 하나보다.
비치는 문양을 보니 암컷인것같다.
어느분의 자료를 봤는데 수컷은 무늬없이 주황색 날개가 보였다.
그리고
다음날 이른 아침에 나비가 되었다.
광복절을 맞아 8월 9일 데려온 아이의 기념사진 ^^*
화단에 지천으로 널린 소리쟁이를 한뿌리 캐다가 화분에 심었다.
캐다가 뿌리가 잘리어 큰 잎들은 시들고 새순 몇개가 겨우 자리를 잡았다.
소리쟁이의 뿌리가 그렇게 깊은 줄 처음 알았다.
그 아이가 18일부터 전용을 준비했다.
이제 기다리기만하면 되느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며칠을 기다려도 변함이 없어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처음에는 똥이 덜 나왔나 하고 생각했던
위 사진의 저 까만점이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는데
결국은 번데기가 되지못하고 말라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남아있던 애벌레 두 마리가
전용에 들 때 보니 한마리는 또 저 까만점이 있었는데
그 아이도 역시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말랐다.
알에서 성충이 되기까지의 생존확률이 1% 안팍이라더니
정말 살아남는것이 힘든일인가보다.
8/30
그리고 8월 말쯤에 다시찾은 청지천변의 소리쟁이엔
알도 다닥다닥, 애벌레도 다닥다닥.
세상에....
더 많은 알이 붙어있는 잎들도 여러장 있었다.
어릴적에는 잎의 한쪽면만 살짝 갉아먹다가 조금 크니까 구멍을 뽕 뽕 뚫어 놓았다.
식흔을 보고 애벌레를 찾는데 참고해야겠다.
5월에서 10월까지 연 수회 발생한다는데
지금쯤 저 아이들은 나비가 되어 날고 있을까?
아니면 애벌레로 어디에 숨어서 겨울 날 준비를 하고 있을까?
소리쟁이를 식초로하는 작은주홍부전나비의 알이나 애벌레는
청지천변에는 찾을 수가 않았다.
노는 물이 다른건가?
그래도 언젠가는 만나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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