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전쯤부터
그곳에 할미꽃이 피었겠다 생각을 하면서도
막상 주말이 되면 다른곳만 생각했다.
가야산, 팔봉산, 도비산...
그곳으로 갈 수 있는 버스시간표를 살펴보다가
귀찮아 주저앉기도 했다.
어제도 그랬다.
아침부터 궁리를 하다가 오전을 그냥 흘려보내다가
두시가 다되어 집을 나섰다.
운동삼아 옥녀봉 한바퀴 돌고
그 길의 솜나물이랑 할미꽃을 만나고 와야겠다.
바람이 꽤나 분다.
날씨도 쌀쌀하지만 오랫만에 걷는 산길?에 살짝 땀이 배인다.
옥녀봉 옆길도 산은 산이니까.
그 길에
가녀리게 피어있는 솜나물에게 첫 인사를 건넨다.
반갑구나.
솜나물
햇님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그 길에
산자고도 피고 양지꽃도 피었다.
그 산은 온통 봄이었다.
키큰 나무들은 아직 요지부동이지만
작은 생명들은 벌써 깨어나서 꼼지락거린다.
진달래도 피고
생강나무꽃도 피고
개암나무도 꽃을 피웠다.
울타리를 넘어 흘러내린 빈카의 푸른 줄기가 생동감이 넘친다.
마치 힘차게 쏟아져내리는 폭포수를 보는듯 하여
한참을 바라보았다.
이제 할미꽃을 만날 차례다.
제법 많이 피어있었지만
누구는 너무 고개를 숙였고
누구는 너무 키가 작고
누구는 너무 많은 마른풀 속에 숨어있다.
그래도 예쁘게 눈맞춤할 수 있는 아이를 찾아
최대한 나를 낮춰본다.
이마를 뗀 것만 빼면 오체투지의 자세다.
온갖 잡생각을 잊고 오로지 대상만을 집중해서 바라보니
이것도 수행이라면 수행일 수 있겠다.
이렇게 행복한 수행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것 같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이들
할미꽃에만 눈길주는것이 미안해서 솜나물도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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