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마지막날이자 일요일.
주변 임도나 한바퀴 돌아볼까 하고 집을 나섰다.
1층 바깥에 나와서야 비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잠시 고민에 빠졌다.
가? 말어?
가방에는 작은 휴대용 양산이 항상 들어있지만
이 정도의 비라면 큰 우산이 필요할것 같다.
다행히 버스시간도 넉넉해서 큰 우산을 챙겨 집을 나섰다.
버스를 타러 가면서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비가 오는 날이 노는 날인 친구였다.
" 일하는 중인디. 여긴 비 안 와 "
" 나 개심사 가는 중이야" 한마디 하고 전화를 끊었다.
여기에 비가 이렇게 오는데... 거기라고 안오겠어.
곧 쏟아지겠지
경지 한쪽을 가득채운 노랑어이련이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지난번에 문열이 몇송이를 보고는 무척 아쉬웠었는데 다행이다.
배롱나무꽃은 이제 시작인듯 하다.
경지 한켠에 떨어진 꽃잎이 몰려있어 그것도 하나의 풍경이 되었다.
친구의 일터에도 비가 시작되었나보다.
천천히 오라고 얘기하고는 경지에서 놀았다.
노랑어리연 잎 주변에는 아직 올챙이적 꼬리가 남아있는 작은 개구리들이 놀고 있었다.
앞다리가 쑥~~ 뒷다리가 쑥~~
7월 초에 갔을 때 이와 비슷한 모습이어서 깜짝 놀랐다.
수해를 입은 것인가 궁금하여 물었더니
종각의 위치를 옮기고, 중앙에 계단을 만들거라고 했다.
대략 전해들은 말로보면 구조상의 문제 때문에 옮기는 것은 아닌듯 했다.
시월 말까지 공사 예정이라니 호젓한 개심사가 한동안 어수선할것 같다.
아담한 석축위의 범종각 그 뒤로 안양루, 마당의 감나무 한그루
개인적으로 경지에서 바라보는 이 풍경을 참으로 좋아했기 때문에 무척 아쉽다.
보는 방향에서 왼쪽에 있던 종각을 오른쪽으로 옮긴다는데
중앙에 새로 생길 계단때문에 정이 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것 같다.
친구가 와서 계곡길로 3km 남짓의 예정에 없던 산행을 했다.
땀으로 범벅이 되었지만 천천히 걸으니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이런날에도 산행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주변여건에 관계없이 산행을 즐긴다는 것은 정말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일테지.
산행 중에 두꺼비를 다섯마리나 만났다.
다시 개심사로 돌아왔다.
개심사의 달라지는 모습은 종각의 위치와 계단으로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겠지만
경내에 들어서자마자 보게 되는 풍경이라 한동안은 낯설것 같다.
2022. 7.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