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에 있는 섬 웅도
섬 둘레가 5km로 작은 섬이다.
20여년 전쯤에 섬을 반바퀴 정도 돌아본것 같은데
그때도 유두교가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만큼 까마득한 옛날이 되었다.
유두교는 만조가 되었을 때는 물에 잠기는 잠수교이기 때문에
섬에 들어가려면 물때를 맞춰서 가야 한다.
하루에 두번 만조와 간조가 반복되지만, 한번은 밤중이나 새벽시간이고
매일매일 시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물때를 잘 확인해야 한다.
최소한 만조시간 1시간 30분 전에는 도착해야 하고
만조시간에서 2시간은 지나야 섬에서 나올 수 있다.
15시 15분 만조였던 지난 6일, 1시쯤 입구에 도착했다.
바다는 잔잔했고 흰구름이 얼마나 예쁘게 더 있던지
유두교 주변에서 낚시하는 분들이 몇분 있었는데
낚시대를 걷어 올리며 투덜거리는 말투가 재미있다.
망둥어를 잡으려고 했는데 게만 잡힌다나.
낚시대에는 게가 두마리 흔들거리고, 통속에도 게가 훨씬 더 많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바닷가로 내려섰다.
한무리의 백로들이
쉼터가 물에 잠기기 시작하자 하나 둘씩 날아올라 금방 건너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칠면초인지 나문재인지?
바닷가를 한구비 돌아오니 해안데크길이 이어졌다.
중간중간에 섬으로 오를 수 있는 샛길도 있고, 쉼터도 있어서 참 좋았다.
밀물이 시작된 때라서 더 좋았던것 같다.
팔봉산도 색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고, 멀리 대산 망일산은 계속 따라온다.
귀여운 조형물로 포도존도 만들어 놓았고
바다를 향해 의자가 놓여있는 쉼터는
바다를 보면서 친구랑 속닥속닥 얘기나누기에 정말 좋을것 같다.
밀물이어도 좋고 썰물이어도 좋고.
산책로는 웅도항까지만 이어졌는데, 데크길과 산책로에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밤에 걸어도 운치있을것 같다.
돌아와서 생각하니 웅도에서 갈매기를 못 본것 같다.
섬인데? 바닷가 마을인데?
앞의 작은 바위섬에도 가마우지와 백로들만 보였다.
여기서 산책길은 끝나고 섬을 한바퀴 돌아보려면 밀물 때에 바닷가를 걸어야 하나보다.
둘레가 5km라니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을것 같으니
다음엔 섬 둘레를 한바퀴 돌아봐야겠다.
웅도항에 도착한것이 2시 10분쯤.
자매들끼리 왔다는 어르신들이 계셨는데 다리가 물에 잠겨 기다리는 중이란다.
앞으로 세시간은 기다려야 할텐데..
천천히 돌아 나오는데 웬 물고기떼가?
나중에 안 일이지만 숭어새끼(모쟁이) 란다.
밀물 따라 올라온다고 한다.
생각같아서는 양손만으로도 한주먹은 잡을 수 있을것 같다 ^^*
바닷가로 들어왔으니 나갈때는 마을 안길로.
웅도를 상징하는 귀여운 곰들이 많다.
몇몇 펜션과 민박도 있었지만, 조용하고 소박한 마을이었다.
주말인데도 사람들이 몇 없었는데
유두교만 보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을테고, 대부분 차로 한바퀴 휘 돌고 나가는것 같다.
투망으로 고기를 잡는 모습이 신기해서 한참을 있다가 나왔는데
다리가 완전히 물에 잠겨 있다.
다섯시는 되어야 다리가 열린다고 하니 아직 1시간 반을 기다려야 한다.
반대편으로 섬을 한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오랫만에 보는 갯질경이
팥배나무 열매
마을 안길로 들어서서 배추밭을 보게 되었는데
무우 잎은 누군가가 다 뜯어먹었는데 함께 있는 배추는 괜찮았다.
배추보다 무우청이 더 좋은건가보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좋은 것을 잘 아는것 같으니까.
다시 유두교 앞에 오니 차 한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번 건너볼까?
친구를 꼬드겨 신발을 벗어들고 맨발로 유두교를 건너왔다.
처음에는 발도 시리고, 물살도 제법 세고, 발바닥도 너무 아팠지만
너무 재미있었다.
다음엔 장화를 가지고 올까?
아니면 고무신을 가져와야 하나.
생각보다 물이 차는 속도가 빨라서
밀물일 때에는 걸어서 건너면 안될것 같고
썰물일 때에는 가드레일의 두번째 줄이 보일정도라면
걸어서 건너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
생태적인 이유로 해수폐쇄형인 이 다리는 이제 곧 사라지고 이차선의 새 다리가 놓인다고 하니
많이 아쉽다.
새 다리를 만들더라도
이 정도의 잠수교도 하나 더 만들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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