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밭
내가 자주 달려나가는 들판을 자갈밭이라 이름지었다.
내 카페의 닉네임이 돌멩이인데 돌멩이밭은 좀 이상하고 그래서 자갈밭이라 하였다.
말 그대로 나가서 한두시간 뒹굴다 오기 참 좋은 곳이다.
이른 봄 불태운 냇둑 검은 재 사이로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이 기특하고도 신기하다.
논두렁을 가득 채운 꽃들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말냉이와 큰개불알풀속에 숨어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는
꽃마리와 개불알풀
개불알풀은 이름이 이상하다 하여 봄까치풀로 바꿔 부른다고도 했다.
저녁무렵이면 꽃잎을 닫는 꽃들이 많다는 것도 요즘에서야 알았다.
나는 나팔꽃만 그러는 줄 알았다.
그런데 깽깽이풀도 그렇고 개불알풀도 그렇고 바람꽃도 그렇단다.
스스로 삶을 버텨나가는 그들의 지혜가 감탄스럽다.
(타버린 흔적속에 돋아나는 새싹의 생명력이 감탄스럽다.)
(작은 꽃마리..너무 귀엽다)
그 작은 꽃들을 보며 내가 좋아하는 시가 생각난다
나태주님의 "풀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아름답다.
너도 그렇다
아주 짧지만 정말 와 닿는 시이다.
(파란 색이 너무나 예쁘고 앙증맞은 큰개불알풀)
(민들레)
냇둑에 유채가 한창이다.
어디서 날아와 꽃을 피운 것일까
물과 어우러져 아주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루볕이 다르다고 냇둑의 이쪽과 저쪽도 너무나 다른 풍경이다.
한쪽은 쇠뜨기의 생식경이 머리를 내밀고
한쪽은 쇠뜨기의 잎들이 푸르름을 자랑한다.
자갈밭을 구르는 일은 참으로 행복하다.
그곳에 이런 보물들이 있어서 더욱 좋지만 아마 이런 보물들이 없다해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동안 나는 내내 행복할 것이다.
아무것도 가진것 없어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구나
그저 보는것 만으로도 이렇게 즐거울 수 있구나
이런 행복과 즐거움을 누리며 사는 나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구나
봄날에 행복에 겨워 구르고 또 구른다.
그러는 나를
꽃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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