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이란 나무를 처음 보았을 때 뭐 그다지 특별한 감정이라는가 강렬한 느낌같은 것은 없었다.
이런 나무도 있구나...
그렇게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그러는 사이에 조금씩 그 나무가 좋아졌다.
이유는 없었다.
무조건이었다.
한 번 가까이에 두고 키워보고 싶다는 얘기를 직원에게 했더니
김실장님이 화단에서 한 뿌리를 떼어 주었다.
떼어내는 과정에서 뿌리가 좀 상해서 걱정을 하면서도
집에 데려와 화분에 심고는 물을 주고 매일매일 들여다 보며 정성을 들였다.
그러나 어쩌나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시름시름 기운을 잃어가는 남천을 보면서
참 많은 후회를 하였다.
제 자리에 그냥 놔둘걸
괜히 욕심부려 내 곁에 데려왔구나
결국 남천은 죽고 말았다.
한번은 백선이란 야생화를 캐어와 두번 다시는 내 욕심때문에 아이들을 데려오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는데 또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만 것이었다.
이제 정말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그리고 몇년
오키드라는 식물원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곳에 아주 잘 자란 남천이 몇 그루 있었는데 그 아래 열매가 떨어져 싹을 틔운 작은 남천들이
엄마품에 안긴 아이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자라고 있었다.
다시 한번 키워봐야지 하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보니 그 어린 남천들이 다 뽑힌채 옆에 잡초처럼 쌓여 있었다.
다행이도 뽑은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는지 아직 생기를 잃지 않고 있었다.
좀 튼실해 보이는 몇 그루를 골라 화분에 옮겨 심었다.
사무실에 가져다 놓고는 정성을 기울였지만 욕심이 앞선 탓이었을까
쑥 쑥 자라주기를 바라는 욕심 때문인지 그 크는 모습이 더디고 답답했다.
그래 몇년을 그냥 조용히 기다려야지.
집 근처로 직장을 옮기게 되어 식물원을 그만두게 되었는데
내가 남천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있는 배양실에서 일하는 지여사님이
자신이 키우고 있는 남천 한 분을 주었다.
좀 커다란 화분에 옮겨심어 집으로 데려왔다.
그게 11월이었다
엄마분과 분가한 작은아이
겨울이어서인지, 온실인 식물원보다 추워서인지 성장은 몇달동안 멈춘 듯 했다.
그 대신 예쁜 단풍이 들어 겨우내내 내 눈을 기쁘게 해 주었다.
그런데 어느날 보니 새 잎이 몇 가닥이 나와 쑥 쑥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새순이 쑥 쑥 나오고 있다. 하나는 꽃대인것 같은데...
얼마나 기쁘고 신기하던지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 보고
너무 빽빽한가 싶어 몇 그루를 솎아 분 하나를 늘려주었다.
지금도 여전히 새 순을 내밀고 있는 남천이 여간 예쁘고 기특한게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쑥쑥 자라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고
가을에는 단풍도 보여주고
그러기를 기대해본다.
나는 지금도 남천이 좋다.
그러나 왜 좋은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냥 무조건 좋다.
분가한 작은아이
이제 제법 살이 오른 꽃 봉오리
그러나 언제 꽃을 피울지 너무 오래 뜸을 들인다.
하긴 꽃을 보려면 이 정도는 기다려야지
그 꽃들은 일년을 기다렸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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