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도비산에 올랐다.
야생화 사진을 찍으러 간다는 분이 계셔서 친구 정숙이와 함께 동행을 한 것이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부석사도 보고 싶었고
지천으로 피어있을 남산제비꽃도 보고 싶었고
골짜기에서 여유롭게 일몰도 바라보고 싶었다.
어제까지 천둥번개에 흐렸던 날씨가 맑게 개어 참 다행이다 싶었는데
저녁무렵이 되자 서서히 구름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일몰은 보기 힘들겠구나
(부석사 입구)
요즘의 부석사는 볼때마다 다른 모습이 하나씩 보였다.
다원옆에 누각처럼 지은 건물이 새로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이 하나씩 늘어날때마다 내 마음속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작고 아담한 극락전과 요사채가 전부일때는 찾아가면 마음이 참 편안했는데
마치 친정집에 쉬러 온 듯한 느낌처럼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남의 집에 온 느낌이다.
내가 작은 사람이라서 작은것에 편안함을 느끼는 것일까
누눈가 도비산엔 지금 꿩의 바람꽃이 피었다고...
사자문을 지나 돌계단을 오르며 주변을 살폈다.
바람꽃이다
무슨 바람꽃인지는 모르겠으나 사진에서 보아온 그 잎 그 꽃이다.
나는 사진으로만 보았지 실제로는 바람꽃을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내 의식속에서는 분명히 그랬다.
(산자고...)
그런데 그 계단옆에 여기저기 피었있는 그 꽃
내 봄에 처음 올라온것도 아니고 남산제비꽃은 여러차례 보았으니
개화시기가 비슷한 바람꽃을 못 만났을리가 없지 않은가
내가 보지 못한 것이 아니라
보고도 알아보지 못한 것이었구나
아는만큼 보인다고 내가 그 아이를 몰랐으니 내 눈에 보일리가 없었을것이다.
사람도, 꽃도
알아야 보이는 것이구나.
안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것이구나
제비꽃, 남산제비꽃 산자고, 숲별꽃 노루귀 멍위꽃 ??????
봄꽃들이 온산에 지천으로 피어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인 정숙이는 참 재미있고 새롭다며 좋아했다.
몇년전 상봉 오르는 길에 커다란 무리로 예쁘게 피어있던 남산제비꽃은 자취가 없다.
누군가 채취해간 것일까
상봉에 오르니 시야가 사방으로 틔어 마음까지 시원하다
(상봉에서)
막힌 바다를 아쉬워하며 내려다보았다.
어릴적 추억이 깃든 바다
그 바다가 있었으면 얼마나 더 아름다운 풍경이 되었을것인가
상봉에서 동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구름속에서 해가 얼굴을 내민다.
어찌나 맑고 환한 얼굴인지 반가운 마음에 발길을 돌려 상봉으로 뛰었다.
그러나 카메라에 담을수가 없었다.
잠시 얼굴을 내밀고는 금새 사라져버렸다.
지는 해는 바라보기에 편안해서 좋다.
어린아이를 바라볼때의 설레임이 일출을 볼때의 느낌과 닮았다면
노인들을 바라볼때의 편안함은 일몰을 볼때의 느낌과 닮았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다르지 않다는 것이겠지
자연인 덕분에 몇시간의 여유를 내 생에 추가시킬수 있었다.
(상봉에서 정숙이)
(작은 관목에 핀 이름모를 꽃)
(노루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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