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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 이야기/들꽃세상...작은것이 아름답다

자갈밭을 구르며 4월 23일

오랫만에 논두렁을 달리고 싶어 퇴근 후 나갔다.

오늘부터 여섯시 퇴근이라서 한바퀴 돌고 집에 가면 정우와 저녁먹기에 딱 좋을것 같다.

오늘은 바람이 차겁지 않았지만 마스크를 했다.

못생긴 얼굴 햇빛을 가리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지만

올 사월내내 내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감기 때문이기도 했다.

오늘따라 천번에 왜가리들이 많이 나와 있다.

몸집이 큰 만큼 나는 모습들이 우아하다.

나는 저를 해칠생각이 전혀 없는데 멀찌기 떨어져 있는 나를 경계함인지

조금만 가까이가도 날아오른다.

하긴 새들이 나를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인 내가 사람도 경계하는데 말이다.

신나게 달리는데 저만치 앞에 한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다.

지나칠 무렵 그사람의 모습을 보았는데

반바지 차림에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내가 옆을 지나가자

"아줌마 운동 열심히 하네" 하는 것이었다.

그냥 맞받아 인사를 해줄만도 한데 왜 그렇게 경계심이 생겼는지

속도를 높여 폐달을 밟아 얼른 지나가고 싶었다.

아마 사람들 왕래가 없는 논두렁이어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돌아오는 길에 어쩌나

저쪽 삼성아파트 쪽으로 돌아와야 되나 하면서 달려나갔다.

한참을 달리는데 누가 내 발목을 잡는다.

꽃이다

예쁜 보라빛 각시붓꽃

여기까지 왔구나   냇둑에도 피어있구나

 

(각시붓꽃)

 

 

 

 

반환지점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차를 옆에 세우고 쑥을 뜯는 여인네가 있었다.

강아지도 함께

자전거를 세우고 말을 건넸다.

자태가 고운 여인네였다.

가끔 혼자 나와서 쑥을 뜯는다 했다.

얘기를 나눠보니 동네도 멀지 않다.

손으로 한주먹 뜯어 그녀의 봉지에 넣어두고 되돌아 나오는길

파란 풀 속에 핀 유채 한송이가 고와 사진에 담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