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8일
오랫만에 정말 봄날의 낮에 오랫만에 옥녀봉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이 지척에 있는 옥녀봉에조차 오르지 못할 만큼 이래저래 여유가 없었다.
팔각정 아래 있는 길옆 민가의 마당아래 지천으로 피어있던 옥녀꽃대랑 광대수염을 본 것이
아주 오래전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쥐오줌풀
어떤 꽃들을 만날까 사뭇 기대가 되었다.
큰 언덕을 오르면서 숨이 턱에 차올라 이쪽저쪽 살필 겨를이 없었나보다.
오를적엔 약간의 옥녀꽃대와 현호색 그리고 제비꽃을 보았을 뿐이다.
옥녀꽃대,
현호색
제비꽃
그 언덕을 지나 완만한 능선을 지나면서 정말 기분 좋았다.
이제 막 한두송이 꽃잎을 벌리기 시작한 쥐오줌풀
힘차게 잎을 밀어올리고 있는 백선이 여기저기 쑥 쑥 올라오고 있었다.
여러가지의 제비꽃은 물론 현호색이 색깔로 선명하게 튼실하게 피어있었다.
이름도 예쁜 각시붓꽃의 보라빛은 또 얼마나 신비롭고 예쁘던지
.
각시붓꽃
나중에 이름을 알게 된 이스라지..
작은 관목에 앙증맞게 핀 꽃이 이름도 특이한 이스라지란다
이스라지
내려올때 보니 그 높은 언덕 한쪽은 옥녀꽃대밭이라 할만큼 무리지어 피어있다.
꽃도 예쁘지만 꽃을 감싸고 있는 잎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그 능선에서 보낸 한시간여
정말 신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이틀 뒤 다시 찾은 옥녀봉
더 환하게 맞아줄 옥녀꽃대를 기대하며 언덕을 오르는데
이게 어쩐일인가
보일때가 되었는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는데...
오르다 보니..어째 이런일이
여기저기 산채해간 흔적이 남아있다.
덩그러니 구덩이가 파인채였고 더러는 그래도 다독여 놓기도 했다.
무더기로 있던 곳은 거의 다 사라졌고 몇 개체씩 띄엄띄엄 남아있었다.
각시붓꽃 또한 무더기로 있던 두세개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정말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 가져갔다 해도 아쉬움은 어쩔수가 없다.
내가 좋아서 내 옆에 두고자 하는 것이 이기적인 생각이 아닐까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제 자리에 두고 찾아가서 볼 일일터인데
옥녀봉을 찾는 여러사람들의 즐거움을 빼았은 꼴이 되고 만 것이다.
봉화대 아래 탐스럽게 피어있던 윤판나물 또한
탐스럽게 피어있던 수줍은 꽃들이 다 목이 잘려나간채 쓸쓸한 모습이었다.
윤판나물
(고개를 들었으면 얼마나 더 예뻤을까? 꼭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게 만든다)
그래도 오늘의 수확이라면 공동묘지 내려가기 전에 조개나물을 보았다.
아직 꽃은 피지 않았다.
팔각정 공원에 피어있던 조개나물과 수도사에서 본 조개나물은 아쥬가?인지 하는 것하고 교배한 잡종
조개나물이란다.
뿌리가 줄기차게 뻗어 풀조차 자라지 못할만큼 번식력이 강하다고 하며
보라빛 작은 꽃 또한 아름다웠다.
비목나무
또 며칠전 사진에서 보았던 비목나무 꽃을 보았다.
초연이 쓸고간 깊은 계곡.....그 가곡에 나오는 비목나무인가
꽃이 져도 비목나무를 알아볼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위치를 잘 봐둬야겠다.
어릴적 소중한 간식거리였던 보리수 나무도 꽃을 피웠다.
그런데 어쩜 여태 그 열매맺은 것을 한번도 보지 못했을까?
수도사에도 여러가지 많은 꽃들이 피어 있었다.
꽃잔디, 꽃양귀비, 여러종류의 튜울립, 조개나물, 민들레, 작고 앙증맞은 좀씀바귀
그리고 자목련이 아직 한창이었다.
스님이 꽃을 좋아하셔서 예전에 쌀을 한가마 팔아 튜울립을 사 왔었단다.
옥녀꽃대 얘기를 하자 좀 캐오라고 하는데
딱이 그 자리에서 거절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내가 그럴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작은 계집아이들 넷이 놀고 있길래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더니 한아이는 싫다고 도망가고
나머지는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아 나름대로 을 잡는 모습이 귀엽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을 아이들이었지만
표정은 천진하기 그지 없다.
아이는 아이로구나
너희들이 봄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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