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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 이야기/들꽃세상...작은것이 아름답다

안개속의 옥녀봉

아침에 비가 개이기는 했지만 아직은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함께 가기로 했던 친구에게 전화를 하니 썩 내켜하지 않는 말투다.

혼자라도 가야지.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는데...

안개 자욱한 길을 오르는데 저만치 앞에 한 아주머니가 가고 있다.

그 뒤를 따라 길을 들어섰다.

그런데 팔각정 못미쳐  되돌아 나오는게 아닌가

"왜 내려오세요?" 하고 물으니 무서워서 그냥 내려온단다.

아닌게 아니라 인적없는 산길에 자욱한 안개가 나를 잔뜩 긴장하게 한다.

"안개속을 걸어가는 것은 신기합니다. 숲마다 돌마다 호젓합니다

중략...

예전에 즐겨 읊조리던 헷세의 시를 떠올릴 여유조차 생기지 않는다.

 

큰언덕 초입에 얼마전부터 잔뜩 꽃봉오리를 부풀리고 있던 나무가 드디어 꽃을 피웠다.

무슨 나무일까?  찾아보니 노린재나무란다. 작은 꽃 봉오리가 너무 귀엽다.

 

 

등산로 옆에도 반디지치가 더러 피어있었다.

그런데 키가 너무 작다.

꽃이 꼭대기에 두송이만 남은 비목나무도 다시 찾았다.

잎이 무성하게 피었다.

다른곳에서 비목을 만나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까?

잎 모양이며 달린 모습을 살펴보았지만 자신이 없다.

그러니 내가 비목을 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

 

 

다시 그 샛길로 접어들었다.

낯모르는 사람이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게 성가셔 할까봐 산소 주인에게 인사를 드렸다.

"그동안 평안 하셨지요?"
산소 울타리에 올라앉은 할미꽃...

언덕 아래로 내려서니 쥐오줌풀은 만개를 했는데 금방 필것 같던 백선들은 아직도 봉오리다.

 

 

 

꽃마리도 미나리아재비도 쥐오줌풀도 비를 맞아 무거운 고개를 숙이고 있다.

향기가 좋다는 고추나무 꽃이 활짝 피었는데 코를 들이대고 킁 킁 향을 맡아 보지만

내 둔한 감각때문인지 내린 비 때문인지 잘 느껴지지가 않는다.

 

지난번 봐두었던 으아리 봉오리가 보이지 않는다. 봉오리가 커다란게 큰꽃으아리로 보였는데...

보리밥나무(?) 보리수? 꽃을 찍으려는데 동창한테서 전화가 왔다.

중3 때 담임을 모시고 저녁에 모이기로 했는데 혼자가기 쑥스러우니 함께 가자고...

난 벌써 선생님과 짧은 데이트를 하고 가기로 했는데

통화를 하며 발아래를 보았는데 으아리 봉오리가 막 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친구야 전화해주어서 고맙다.

누군가도 이런 경험이 있었다던데....정말 기분 좋았다.

조금만 가다가 되돌아 가야지 했던 길이 이렇게 한발짝 한발짝 옮기다 보니 되돌아 가기엔 너무 늦었다.

 

빠져나올 샛길로 길을 틀었는데 웬지 옆길이 궁금하다.

몇발작만 가보고...하며 들어섰는데 잘 다듬어진 산소가 시원하게 들어서 있다.

조개나물이랑 둥글레가 친구삼아 모여있는데 바로 앞 숲에 커다란 큰꽃으아리 덩굴...

네가 나를 보려고 이리로 불렀구나

 

으아리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사위를 아끼던 장모가 사위가 길을 못 떠나게 하려고 짐매는 끈을 으아리줄기로 만들었단다.

사위질빵인줄 잘못 알고서 말이지

그런데 사위가 거뜬히 짐을 메고 일어서자 장모가 으악 하고 놀랐단다.

그래서 으아리가 되었단다. 

 

팥배나무꽃이 시들어가고 있다.

 

너무나 귀여운 길마가지나무 열매

 

 

산딸기도 활짝 펴고

 

꽃을 보며 잊었다간 또 엄습하는 긴장감..심장 두근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도 들릴정도다.

서광사로 내려서는 계단에 들어서고서야 느긋하게 호젓함을 즐기며 걸을 수 있었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만나 선생님과 산책삼아 오른 울음산(?)

쪽동백 여러그루가 꽃송이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활짝 피면 온 동네가 향기로울 것 같다.

오동나무는 전부 세어봐야 겨우 열두어송이 꽃을 피웠다.

 

홍화산사나무

 

 

 

쪽동백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