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동안 잊고 지냈던 얼굴이 문득 떠올라 보고싶어지기도 하고
생면부지의 얼굴이 궁금해 보고 싶기도 하고
간접적으로만 접했던 얼굴을 직접 보고 싶기도 하다.
오늘은 사진으로만 보았던 얼굴들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걸고 옥녀봉을 오른다.
광장에서 교육청까지의 은근한 오름길이 자전거 바퀴를 돌리는 나를 힘들게 한다.
큰길 삼거리에서 몇개의 계단을 올라
이북5도민 공동묘지에 들어섰다.
애래쪽엔 간혹 허물어진 봉분이 있어 모르고 밟는 일이 생길까 조심스레 살피며 발걸음을 옮긴다.
볕이 좋아서인지 찔레꽃도 엉겅퀴도 피었고 땅비싸리는 아예 봉분 전체를 덮을 정도인 곳도 있었다
솜방방이는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지만 솜처럼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애기풀 열매인지 꽃잎을 닫은 건지..어쨌든 애기풀의 또다른 모습 귀엽다.
잠깐 고개를 들어 오름길 등성이를 올려다보는데 어딘지 낯설지 않은 모습
두 여인네가 묘지에 어슬렁거리고 있다.
이 시간에 저러고 있을 사람들이 많지 않을 터
전화를 건다. 다행히 전화번호가 저장이 되어있다.
용량이 딸리는지 요즘은 전화번호가 잘 외워지지가 않는다.
알던 번호가 떠도 "이게 누군가" 생각할 때도 있으니까..
발신음이 여러번 가고 나서야 앞의 여인네가 부시럭부시럭 가방을 뒤진다.
아마 전화기를 꺼내는 모양이다.
"고개 들어 아래를 봐요" ㅎㅎㅎㅎ
초상권침해 내지 모델료 청구 할까봐 사진은 보류
무쏘님 대신 다른 동행을 대동한 산바라기님이다.
언제보아도 밝고 생기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이건 엊그제 찍은 조팝나무 열매란다.
꽃만 볼 줄 알았지 다른 얼굴은 별로 관심도 없었고 눈여겨 보지도 않았었는데
또 다른 얼굴모습을 보게 되어 기쁘다.
이건 신나무라 한다는데..???
그리고 오랫동안 발길을 끊었던 그 길 옆에 은대난초가 피어있었다.
오늘 보고 싶었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뜻밖의 반가운 얼굴을 만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보너스
너무나 크고 화려한 공작선인장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