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14일 일요일
해가 한뼘도 더 높이 떠올랐으니 새벽도 아니다.
그런데도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이 제법 차갑다
손도 시리다.
옷을 하나 더 걸치고 나올걸...하는 후회
이젠 장갑을 준비하고 다녀야겠군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폐달을 밟는다.
추위를 이기기 위해...땀을 위해...있는 힘껏 달려야한다
청지천둑에 오르자 저녁무렵이면 물고기들의 몸짓에 어수선하던 물길이
흐름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잔잔하다.
머리위로 새들이 대열을 이뤄 요란스레 지나간다.
아침식사하러 가시나
대열하나 흐트러짐 없이 일사불란하다.
카메라에 보이지도 않는 새들을 향해 대충 가늠해 셧터를 눌러본다.
내눈이 아닌 다른 시선으로 사물을 본다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구나
하루가 다르게 깊어가는 가을 빛
흐릿한 안개에 쌓인 들판 그 평온속으로 함께 빠져든다.
다리 양쪽 난간에 시들어가는 강아지풀들이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다.
풀로서 시멘트 다리위에서 산다는것이 쉽지 않을텐데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키작은 강아지풀들이 아침햇살속에서 아름답게 빛났다.
달맞이 꽃은 맑은 얼굴로 해맞이까지 하고 있다.
달님을 기다리기가 지루했던것일까
기다려도 오지 않는 달님이 야속했던 것일까
냇물에 하늘이 내려와 있다.
구름도 함께 내려왔다.
물속에 맑게 비친 하늘을 보며 남편을 생각했다.
내가 하늘이라면..... 너도 하늘이다.
나와 너 ........누가 먼저......아니다
네가 맑은 하늘이면....나도 맑은 하늘이다.
저 풍요로운 들판은 이제 하루가 다르게 비워질터이지만
낱알처럼 단단한 보람으로 영글어 겨울을 버텨낼거다.
새들에겐 편안한 식사와 휴식의 장소가 될터이고......
논두렁을 한시간을 돌면서 한시간동안 행복했다. 평화로웠다.
오늘은 이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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