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08. 3. 8일 토요일 오전 9:45~ 여덟시간 반동안 쭈욱
함께한이 : 산호자님 블랙버드님 손하나로님 윤광원님 서정배님 맑은바다님 덩순이님 돌멩이 그리고 괜차뉴님
불청객이지만 그냥 보낼 수 없는 감기...손님 대접은 해야겠는데 영 내키지 않는다.
망설이는 내게 괜차뉴님께서 감기를 떨치기에는 등산이 최고라며 함께 하기를 권하신다.
그 말 때문은 아니지만 집에서 혼자 앓느니 차라리 땀 흘리며 산길을 걷는것이 낫지 싶다.
게다가 다섯시간이라는 적당한 시간과 백화산만 빼면 그다지 힘든 구간도 없다지 않는가
이미 약속된 산행이기에 아침 상황을 보고 결정을 하기로 했지만 어지간하면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늘 겪게될 오리무중의 산행, 속고 또 속는 산길에 대한 암시였을까?
아침에 일어나니 안개가 자욱하다.
덩순이 남편의 출근길 차를 얻어타고 태안 문화회관에 도착하니 아홉시 45분이다.
열시 집결이니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고 바다님한테 연락하니 터미널에 차를 놓고 올라오는 중이란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그들과 보조를 맞추어 오르기가 힘들것 같아 먼저 출발하는 것이
나를 위해서도, 그들을 위해서도 좋을 듯 싶어 기다리기를 포기하고 혼자서 슬금슬금 발걸음을 옮기는데
차량 한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혹시 일행인가 싶어 유심히 쳐다보았으나 밖에서 차창안은 보이지 않았고, 그 차량도 그냥 앞으로 진행하기에 그냥 왔는데
뒤돌아보니 친구 남편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블랙버드님이었나보다.
십여분을 올랐을까 오름길 초입의 바위에 올라 주변을 살피는데 덩순이가 금방 따라붙었다.
모두들 함께 오는 줄 알았더니 혼자였다.
오르면서 보니 왼쪽으로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진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길을 틀어 그곳을 둘러보았다. 바위와 소나무와 안개가 어우러져 정말 멋지다.
친구의 사진을 한장 찍어주고 등산로를 살피는데 씩씩한 걸음의 세명 일행이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고
그중 홍일점의 여자산행객은 분명 바다님 같아 보였다.
소리쳐 부르며 우리 여기있으니 천천히 가라고 하고는 서둘러 내려왔는데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한눈 한번도 팔지않고 부지런히 걸어 그들을 따라왔는데 엉뚱한 사람들이었다.
그럴줄 알았으면 바위로 올라보며 천천히 올라오는건데....
혹시 터미널에서 다른 등산로를 이용해 정상으로 오는 것은 아닐까 싶어
정상에 가면 만나겠지 하면서 천천히 올랐다.
(오름길 바위에서)
혹시나 하며 고개를 쭉 빼고 올라선 정상엔 우리 일행들은 없었다.
오면서 바라보이던 구름과 안개에 가려졌던 정상은 말끔하게 개어 구름한점 없는 파란 하늘을 이고 있었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으며 정상에 올라 허리높이의 바위에 널부러진 내모습을 보고 널린 빨래같단다.
잠시후에 산호자님을 선두로 블랙버드님 윤광원님과 서정배님 손하나로님 그리고 바다님이 도착했다.
올라오면서 백화산에서 포기하는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언제 그런생각이나 했었냐는듯
일행들을 만나자 힘이 솟아, 발걸음이 저절로 일행들을 따르고 있었다.
(태을암에서)
태을암을 지나 내려오는 길
오늘 또 한명의 돌호자 탄생의 순간이다.
옆구리터진 바위를 오르는 일행을 구경만 해야했던 한을 풀으려는 것일까
까마득한 바위 경사면을 기어오르는 손하나로님...암벽등반하는것처럼 사진을 찍어달란다.
옆으로 기든 위로 기든 어쨌든 바위 위를 긴 것은 숨길 수 없도, 부정할 수도 없는 사실..^^*
태을암을 지나고 태안여고 후문앞 도로를 조금 걸어 다시 산길로 접어들었다.
가을에서 계절이 멈춰버린듯한 풍경의 오솔길이 포근했다.
산길을 내려와 다시 마을길을 걷게 되었다.
길가의 집 담장에 수북히 쌓인 장작더미의 모습도 웬지 따듯하다.
길 옆에 인삼밭이 꽤 많이 보였는데, 까만 그늘막대신 푸른빛이 도는 그늘막을 설치해 놓은것이 산뜻하니 보기에도 좋았다.
인삼밭 한가운데에 어느가문의 사당인지 멋진 해송을 배경으로 색다른 풍경으로 눈에 들어왔다.
얼마를 걸으니 샘이 있었다.
고인물이라서 좀 망설였으나 서정배님을 따라 물을 한바가지 떠서 마시고 돌아서며 안내문을 보니
이 물을 마시면 장수한단다. 마시길 정말 잘했지 싶다. ^^*
샘을 지나 언덕을 오르며 시간을 보니 벌써 열두시 23분이다.
별로 시장기가 느껴지지는 않았으나 널찍한 등성이에 올라 잠시 쉬기로 했다.
모두들 배낭을 내려놓고 주섬주섬 한가지 두가지 꺼내기 시작하는데, 떡이며 과일, 맑은술, 아이스크림, 그리고 삶은계란까지 차림상이 푸짐하다.
간식 후 쉬면서 앞으로의 산길을 점검하시는 산호자님. 오늘 업무때문에 중간에서 합류하실 괜차뉴님 대신 안내를 책임진
산호자님께서 약간의 부담을 느끼셨는지 자세한 정보가 담긴 자료를 챙겨오셨다.
아~ 알바는 어디에서 했더라
오른쪽으로 표지기를 보았지만 그냥 앞사람을 따라 내려오다보니 산호자님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힘들지 않을만큼, 조금은 싱겁게 알바가 끝났다.
서해 레미콘공장을 지나 노을과 바다..라는 표지석이 서 있는 곳에서 괜차뉴님 합류
그냥 국도를 따라가면 될걸 왜 어렵게 빙 돌아가냐고 농을하며 산길로 접어들었다.
한번 오르고 또 한번 오르고 그리고 이어진 길은 꽤 가파른 내림길이다.
숲속에 수도없이 나뒹구는 실한 솔방울들을 잘못 밟아 몇번인가 넘어질뻔하고, 틈만 나면 발목을 잡는 청미래덩굴들
그 내림길 끝에 시목주유소가 있었다.
주유소 한켠에 세워진 건물....교양실... 그 교양실을 빌려 아주 교양있게 점심을 먹었다.
갖가지 라면과 콩밥..김치....
다시 출발 등나무슈퍼 옆을 돌아 시목초등하교 안내문이 서 있는 포장길을 한시간여 걸어야 한단다.
얼마를 걷다다 괜차뉴님께서 이십여분 더 걸리지만 포장길을 버리고 산길로 우회하는 길이 있단다.
산길을 걷기로 했다.
그 산길로 접어들기 위해 인삼밭을 가로질렀다. 아직 어린 인삼들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
친구와 얘기하며 잠시 한눈팔다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정신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괜히 돌멩이겠는가. 그다지 아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충격이 느껴진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앞만 똑바로 보고 걸어야지
인삼밭을 지나고, 작은 소나무들이 인상적인 숲길을 지났다.
그 끝에 제법 경사도가 심한 언덕에 산소가 있고 잔디가 잘 정돈되어 있었다.
그 풍경을 보면서 한번 굴러보면 재미있겠는데 생각하는 순간 앞서 가시던 산호자님이 구른다. 한번 그리고 또 한 번.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시는군.
돌멩이 체면에 차마 구를수는 없고, 앉아서 미끄럼을 탔다. 에고 재미있는거... 선자령에서 눈썰매 얼마나 재미있었을꼬
우렁이 각시탑을 향해 오르기전, 마당가에 나온 집주인이 좋은 난이 있으니 구경 한번 하고 가란다.
혹시나 소장하고 있는 좋은 난이 있어 자랑하고 싶어서 그러나 싶은 기대에 따라 들어갔는데
재배한 양난을 팔고 있었다.
등산중이니 나중에 다시오마 하고는 우렁이각시탑을 향했다.
묘소앞에 조성된 우렁이각시탑...무슨 사연이 있는걸까?
그곳을 지나 장재에서 만리포로 향하는 국도와 만났다.
그곳에서 근무교대시간때문에 블랙버드님께서는 마침 오는 버스가 있어 먼저 가셨다.
다시 산길로 접어들어 만난 삼거리..... 8시간이면 만리포에 닿는 길이란다.
산길 중간중간..선두를 따라 한참 앞서 걷다가 후미를 기다리는 윤광원님과 서정배님. 선두를 따라 걷기가 힘에 부친단다.
넓고 포근한 길을 걷고 걸어 수룡리 저수지가 보이는 언덕에 도착했다.
그 곳에 일행들에게 휴식시간을 주고 산길탐사에 들어가신 괜차뉴님
앉고 눕고 각자 편한대로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졌다.
다시 돌아오신 괜차뉴님을 따라 산을 내려서 얼마쯤 도로를 따라 걷다가 다시 산길로 접어들었다.
서낭당등성이 고개를 지나고, 매봉산 101. ? 라는 괜차뉴님의 표지판을 보고 왼편으로 틀어 내려선 곳
오른쪽으로 바다와 염전이 보인다. 정산포와 맹금염전이란다.
그리고 얼마를 더 걸었는지 모르겠다.
저만치 정면으로 오늘 산행의 출발점이었던 백화산이 멀리 보였다.
직선거리로도 만만하지 않은 거리였지만 돌고돌아 여기까지 왔단 말이지. 참으로 무서운 사람들이라는 말에
손하나로님이 주춤주춤 뒤로 도망친다.
사실 오늘 제일 무서운 사람은 손하나로님인것 같은데 말이다.....컨디션도 안 좋은데 오늘 산행을 위해 링거까지 맞고...
무릎때문에 고생하시면서도 중간에서의 탈출도 마다하시고.. 하긴 산에 미쳐가는 중이니 물불가릴때가 아닐터이다.
길이 따로 있겠는가. 걸어가면 그것이 길이 되는 것일테지.
지름길로 가기위해 작은 젖소목장의 언덕을 올라서리 너른 보리밭이 펼처져 있다.
보리는 밟아줘야 더 잘 크는 식물이니 미안해하지 않고 씩씩하고 밟고 지나간다.
여럿이 걷는 흥겨움 때문일까? 보리밭을 보자
보리피리 불며불며..삘리리 삘리리 삘리릴리...오래전에 들었던 보리피리 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넓이를 가늠하시는 산호자님.....몇백평 이상이 되면 그 넓이를 가늠할 수 없는 나는
대충 예전 친정집 텃밭의 넓이를 가늠하며 사천평쯤 될까요? 했더니 만평은 족히 될것 같단다.
그 보리밭을 지나며 괜차뉴님 말씀하시길 바로 앞의 산 하나만 넘으면 된단다.
산길을 걸으며 나 또한 숱한 거짓말을 했으면서 그 말을 철썩같이 믿었으니..순진하다고 해야하나 바보같다고 해야하나
그 보리밭 이후로 얼마를 더 걸었는지 모르겠다.
예상했던 다섯시간은 예전에 지나고, 여섯시간이 지나고, 일곱시간이 지나도 끝나지 않는 산길
지도상에 잘못 표기된채 그대로 굳어졌다는 후동고개를 지나 산을 넘고 또 넘고...오늘의 길은
내 재간으론 도무지 정리할 수가 없다.
괜차뉴님의 후동고개 표지기...자신의 표지기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보람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 왜 아니 그렇겠는가.
멋진 바다가 보인다. 풍경을 담는 내 카메라 앞에 살짝 풍경이 되어 들어오신 윤광원님
바다 이름을 모르니 그냥 근흥앞바다라고 불러야겠다.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근흥중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윤광원님께서 아이처럼 좋아하시며 증명사진 팍 팍.....
그렇게 여덟시간 반의 산행을 마쳤다.
내가 걷고 싶은 길을 다 걸을수는 없지만 오늘처럼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었음은 분명 감사한일이다.
시목주유소부터 돌멩이 짐을 받아주신 괜차뉴님 감사합니다. 산길 안내에 아이스크림까지 가져오신 산호자님 감사하고
오늘의 인간승리 손하나로님 고생하셨습니다.
함께 걸었던 모든 분들 행복하십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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