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년전의 일이 되었다.
일년전 삼월, 서부산악회와의 첫 산행으로 운악산에서의 신고식을 혹독하게 치렀다.
내겐 너무나 평범하게 느껴지는 돌멩이라는 닉네임 때문에 들려오던 이런저런 얘기들
"돌멩이가 누구야?"
"돌멩이처럼 안 생겼네?"
그렇게 시작한 산행은 지난 1년동안 좀 요란하게 굴러다녔다.
뭘 몰라서...그리고 새내기의 호기심으로.....
이제 돌도 지났고, 걸음마도 배웠으니 좀 조용조용 걸어다녀야지
그런 마음으로 2008년 3월 운장산을 다녀왔다.
(오름길에 여러그루 만났던 수피가 아름다운 노각나무)
아홉시 15분 산행시작
연석산 정상을 향한 오름길을 오르면서 특징적인 것은 산죽이 많다는 것.
계곡주변은 물론 산 경사면 곳곳에 산죽이 푸르게푸르게 서 있었고 이 후 산죽은 능선에도 산죽 터널을 이루었고
바라다보이는 능선의 경사면에도 가득했다.
쉼없이 이어지는 오름길이 꽤나 힘이 들었다.
선두를 따라 앞서 출발했지만 한명 두명 앞질러 간다.
친구가 선두를 따라 걸어보자고 말했다 하지만 내겐 그럴 힘도 그리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선두는 아니어도 중간쯤은 가고 있겠지 생각했는데 후미를 책임지고있던 손하나로님, 산조아언니, 비룡님이 어느새 따라붙었다.
완만한 경사에 기대어 모과차도 얻어 마시고, 삶은 계란을 정상까지 가지고 갈 수 없는 ?때문에 간식도 먹고
멋진 소나무를 사진에 담으며 오르다 보니 연석산 정상의 푸른 하늘빛이 보인다.
정상을 코앞에 두고 뒤를 뒤돌아보는데...눈에 들어오는 능선이 참으로 멋지다.
열두폭 비단치마의 주름처럼 부드러우면서도 한편 힘이 느껴지는 산줄기였다.
연석산 정상에서 앞서던 중간그룹을 만나 기념사진 찍고 운장산 서봉을 향해 출발
가야할 길을 바라보니 까마득하다.
봄기운에 녹아내리는 눈으로 질척거리는 길과 응달에 아직도 남아있는 빙판으로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지만
사방으로 트인 산줄기의 아름다운 조망과 곳곳의 바위와 멋진 나무들이 힘겨운 걸음을 즐겁게 해 주었다.
내림길이 길어지자 은근히 걱정이 된다. 내려온만큼 올라가야 할것 아닌가
능선을 지나 서봉을 향해 오르는 길은 빙판과 바위로 인해 쉽지 않은 길이었다.
모두들 속도를 내지 못해 한발한발 오르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었다.
어느 바위오름길에서 누군가가 손을 내밀었다.
우리 일행 누구이겠거니 쳐다보지도 않고 "제가 올라갈께요. 혼자하는게 편해요" 하고는 고개 들어보니
막 자라서 산을 잘 탄다는 대구의 어느 산악회에서 온 사람이었다.
거절이 너무 단호했던 것일까? 호의를 무시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누군가가 혼자하는게...하는 내 말을 되씹는 소리가 들렸다.
고드름이 달려있던 바위길을 돌아 아마도 마지막 고비일듯 싶은데 두 갈래의 길이 있었다.
모두들 왼쪽으로 오르는데 어떤이가 날쌘 동작으로 짧은 로프가 드리워져 있는 오른쪽 오름길로 올랐다.
나도 오른쪽으로 오르기로 하고 방향을 틀었다.
제법 가파른 경사와 바위 틈틈이 다져진 빙판때문에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낑낑대며 올라섰는데 위에서 쉬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나보다 훨씬 앞서갔었는데 뜻밖에 그곳에서 만나니 너무나 반가웠다....아마도 내가 올라온 길이 지름길어었나보다.
한 숨 돌리고 서 있는데, 나보다 앞서가던 일행들과 산조아 언니의 올라오는 모습이 저만치 보인다.
드디어 운장산 서봉에 올라서니 저쪽 의자에 먼저 도착한 예닐곱분의 일행들이 쉬고 계셨다.
반달곰님께서 막 올라서는 돌멩이를 부르셨다.
같은 고향이라 반가워서인지 부르셔서 한라봉을 챙겨 주신다. 고마운 일이다.
서봉의 풍경은......
바라보이는 모든 풍경이 아름다웠지만 그곳 자체의 풍경도 아름다웠다.
모처럼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자연인의 카메라를 받아 올라서는 일행들을 향해 셧터를 눌러댔다.
친구와 둘이 한적한 바위를 찾아 잠시 쉬면서 간식을 먹는데, 건너편 바위에서 누군가가 커다란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다.
사진작가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초입에서 잠깐 보고는 오름길 내내 볼 수 없었던 겨울산이었다.
혼자 있길래 오라고 손짓하니 싫단다. 하긴 입장바꿔 생각해 나라도 움직이기 싫었을것같다.
그 쉬던 옆에 커다란 바위가 있었는데 그 바위를 배경으로 친구의 사진을 찍으면서도 보지 못했던 풍경을
겨울산님과 푸른뫼님은 사진을 찍었다 한다.
겨울산은 오기전에 운장산 산행기를 찾아 열두편을 읽었다고 하니, 노력한 만큼 많이 보는 것은 당연지사일것이다.
다시 동봉을 향해 출발
곳곳의 산죽터널의 댓잎이 손등을 간지른다.
몇번의 바위 내림길과 바위 오름길을 지나 도착한 동봉은 특별한 특징을 찾을 수 없었다.
먼저 도착해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하나..님
오늘 서부와의 첫 산행인데 힘들어하면서도 제법 잘 걷는다.
앞에서 천천히 걸어주는 바람에 마음편하게 뒤따라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오름길에 두번쯤은 힘들어하는 일행을 앞질러 걸은 적이 있었는데...지난해 여름의 가야산 8자산행때가 생각났다.
천천히 걷는 내 뒤를 따르던 선수들이 나 이상으로 힘들고 답답했겠구나 하고
동봉을 지나 내처사동을 향하는 내림길은
갓 돌을 지나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처럼 한발한발 조심스레 발걸음을 떼어놓아야만 했다.
다져졌던 눈이 녹아내려 얼마나 질척거리고 미끄럽던지 내려오는 내내 쉬는 시간 빼고는 땅만 쳐다보며 걸어야했다.
이미 선두는 한시간 이상을 기다리고 있다고 빨리 오라는 독촉전화가 걸려오지만
무거운 발걸음이 말을 들어야말이지.
계곡에서 흙범벅이 된 신발을 씻고 내려서니 오랫만에 보는 멋진 수탉이 홰를 치며 반긴다.
그렇게 다섯시간 반의 운장산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화심손두부집에서 맛있는 두부전골로 늦은 점심을 하고 돌아왔다.
적은 인원에 새로운 회원들이 유난히 많았던 이번 운장산 산행..기대 이상의 멋진 풍경에 만족스런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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