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08년 4월 13일 일요일
함께한이 : 만차
걸 은 길 : 옥천매표소~ 관룡사~ (청룡암)관룡산~ 화왕산~ 도성암~ 자하골
창녕 화왕산....꽃구경이 좋기는 하다만 꽃구경가기에는 너무 멀다.
가까운 곳에도 진달래 군락지는 찾아보면 얼마든지 있을터이지만 그 이상의 무엇인가를 기대하며
산행날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담그지도 않은 두견주에 미리 취했음인지 꿈에서 깨어보니 여섯시다.
이런 난감할데가 있나.
원시림이 되어버린 머리는 모자로 눌러버리고 담아두었던 술과 물을 꺼내 배낭에 대충 넣고는 뛰었다.
일각이 아쉬운 터라 택시를 집어타고 의료원 앞에 도착하여 연락을 하니 아직 출발 전이라고 한다.
휴~ 다행이다 싶으면서 그럴줄 알았으면 세수라도 하고 천천히 걸어서 오는건데..하는 아쉬움.
기다려 김화자님과 아들인 민석군을 태우고
6시 20분경 의료원앞 출발
(산행시작전 단체사진)
해미에서 두분을 태우고 출발..
가는 길은 생각지도 못하고 여늬때처럼 이제 곧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겠구나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배가 고픈데...
다행히 운영진에서 준비한 떡과 효숙언니의 보물창고에서 나온 쑥송편으로 허기를 채울 수 있었다.
청원휴게소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했다.
배는 고프지 않았으나 밥심의 위력을 아는 터라 시원한 대구탕 국물에 밥 몇 술 뜨니 속이 든든하다.
고맙게도 비룡님이 아침을 사 주셨다.
(자하계곡으로의 내림길 중에)
이번 산행에는 특별한 회원님들이 많이 참석해주셨다.
오늘 산행을 든든하게 받쳐주신 전임 서부산악회 회장이셨던 김근덕님 김대웅님, 정회원이시자 경찰산악회 회장이신 민현기님,
산사모산악회 회장이신 박상의님
그리고 뫼사랑의 선달님 민초님 까망커피님...
(오는 길에 민초님이 호떡을 하나 주면서 덩순이랑 나눠먹으라한다. 어쨌든 옆자리도 아닌 이곳까지 갖다주니 고맙다.)
김화자님과 오민석 모자...민석군은 오늘 일일 산행대장 체험을 하였다 한다.. 민석군 축하합니다.
(관룡사 오르는 길의 벗꽃은 지는 중이었는데 도성암 내림길의 벗꽃길은 아직 멋진 풍경이었다)
서로 자랑하고 싶어서 함께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늘 함께 하신 네쌍의 부부
어쩜 그리도 선남선녀들이신지
박혁거세 박주호님부부, 서울에서까지 참석해주신 돌산 이훈수님 부부, 산폴 조경호님과 쎈폴님
구두렐라 김정의님 부부 참으로 부럽고 보기좋은 모습들이었다.
다크호스님과 아리님도 오셨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언제나.....꿈에서라도 그리 해봤으면 좋겠다.
(관룡사에서 만난 줄딸기...금창초도 만났는데...)
안내문을 보니 열시 20분 산행시작이다.
애당초 그 시간을 믿은 것은 아니었지만 통금전에는 귀가 할 수 있겠지
언제나 마음편한 귀가길을 누리게 될거나
11시경 옥천매표소 도착 산행 시작
걱정했던 날씨는 맑게 개었고 관룡사까지의 포장도로 오름길은 길가에 활짝핀 벗꽃터널의 환영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힘이 들었다.
출발부터 물탱크 가동 시작....
(소나무사이로 관룡사가 보인다)
소나무 사이로 관룡사의 전각이 보이고 뒷편으로 보이는 바위산이 오늘 산행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려주었다.
관룡사 주변에서 만난 작은 들꽃들도 너무 반갑다.
금창초, 줄딸기, 각종 제비꽃
관룡사 위편 오름길에서 잠시 쉬는데 멀리 용선대로 짐작되는 곳의 석가여래좌상이 보인다.
용선대는 청룡암, 배바위와 더불어 오늘 멀리서 바라보고 돌아서야 하는 아쉬움을 남긴 세 곳중의 하나였다.
(절벽위의 청룡암)
제법 가파른 오름길인데도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산행의 모습들이 자주 보였다.
힘들어하는 회원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겠지..이제 관룡사를 겨우 지났는데 한시간만 오르면 된다네.^^*
가방에 든 것도 없는데 왜 이리 무거운고
잠시 무거운 짐을 덜고 나누며 휴식...무거운 식혜병은 산호자님께....매실주 병은 추적60인분께....
빈병만 챙겨 주시면 된다 했더니 정말 빈병으로 돌아왔다.
어차피 내가 마시려 가져간 것이 아니었으니 아무려면 어떠랴
(관룡산 바위능선길)
약수터를 만났다.
약수를 한바가지 떠서 마시고 돌아보니 왼편으로 청룡암이 보인다.
절벽위에 세워진 청룡암에서 보이는 풍경이 절경이라는데..중간쯤만 되었어도 들러 오고 싶었으나 차마 그럴수 없어
아쉬움에 뒤돌아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능선에 올라서자 이어지는 바위길과 소나무와 어우러진 풍경들이 너무나 멋지다.
물만난 맑은바다님 산호자님
모두들 신이나서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그 능선에서 만난 노랑제비꽃에 산빛이 환하다.
너무 시간을 지체한 탓에 발걸음들이 빨라진다.
관룡산에 도착... 휴식자리를 찾고 있는데 세분 회장님의 모습이 보인다.
지난해에 너무 요란스레 다닌 덕분에 영광스럽게도 삼총사를 알아 보셨다.
백조언니의 회장님들 잘 챙겨드리라는 부탁이 생각나 사진을 찍어드리겠다하니 나란히 서신다.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사진찍어드리는 일 밖에 더 있겠는가
(관룡산 정상)
너른 공터에 둘러앉아 휴식과 간식시간...과일가게 차려도 되겠네.
오늘도 역시 빠지지 않은 산호자님표 아이스크림.
선두그룹인 산호자님이 오늘은 꾸준히 후미를 지키셨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하시는 말씀이 걸작이었다.
"아이스크림을 엉뚱한 사람들 먹일수는 없지 않나요?"
그 아이스크림을 우리 삼총사 먹이려고 후미를 지키셨다는 말씀인데...ㅎㅎㅎ 우습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리고 귀한 술을 챙겨오신 김근덕 회장님..돌멩이도 한모금..
에구..술은 맛도 멋도 모르니.......
전임 서부의 회장이셨던 김근덕님은 가끔 들어와 내 산행기를 보신다면서 칭찬을 해 주셨다.
사진이 하도 많이 올라 덩순이와 바다 나 삼총사를 알아보시겠단다.
출발하기전 그 공터를 한바퀴 도는데..멀리 화왕산 정상의 누런 억새밭이 조금은 삭막한 풍경으로 눈에 들어왔다.
(관룡산에서 바라본 화왕산 억새밭)
그곳에서 번지없는 주막까지의 능선길은 아직 진달래가 봉오리상태였다.
박상의 회장님께서 내년봄에나 피려나 하시며 아쉬움을 표하신다.
번지없는 주막...누구들은 그곳에서 파전이며 막걸리며 배를 불렸다한다.
능선으로의 오름길은 길이 막혀있고 널찍한 도로를 따라 개나리가 피어있는 길을 한참을 걸으니
드라마 허준 세트장이 나왔다.
세트장의 초가지붕과 그 위에 걸쳐진 흰구름이 한가로워 보였고
맞은편 경사면엔 진달래가 만발해 있었다.
누구는 희멀건 그리움때문에 진달래가 피어난다고 했고, 누구는 떨어진 꽃잎의 진달래빛깔이 수줍움 많고 웃음많은 처녀의 입술로 돌아간다고 했던가
그 곳에 피어난 진달래꽃빛은 서부산악회 회원들의 가슴에 추억으로 남을 것이고, 때때로 그리움으로 다시 피어날 것이다.
(정상으로 향하며 되돌아본 세트장 풍경)
잘 정돈된 화왕산성의 동문을 들어서니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
오만평이라던가? 넓게 펼쳐진 억새밭..은빛으로 빛나는 억새물결의 풍경을 속으로 그려본다.
왼쪽으로는 배바위 가는 길...평원 가운데 연못이 보이고 우리는 산성을 따라 화왕산 정상으로 향했다.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돌멩이들이 서로 기대고, 서로 떠받치고 의지하며 참으로 든든하게 서 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서로 맞추고, 양보하고 이해하며 이제 스무살이 된 서부산악회도 그와 다르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돌멩이를 밟고 가라해서 한바탕 웃음....진달래꽃 대신 돌멩이를 즈려밟고 화왕산 정상에 도착했다.
분지를 둘러싼 능선의 선이 아름답다.
능선옆에 화사하게 피어나는 진달래꽃과, 억새밭의 대비되는 산빛 또한 보기 좋았다.
되돌아보며 또 되돌아보며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여유있게 걸었다.
그쯤에서 파전도 드시고 통닭도 드시고 다시 후미에 나타나신 손하나로님
화왕산 정상석을 끼고 후미 단체사진...사람들이 많아 사진찍기도 힘이 든다.
멀리 보이는 배비위의 풍경과 그 아래로 흘러내리는 바위길의 아름다움을 눈으로만 �으며
자하골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쭉쭉 뻗은 소나무 숲길의 서늘한 기운이 산림욕을 하는 듯 기분이 상쾌했다.
내려오는 길이니 환장하게 어렵다는 환장고개가 어디였는지 모르겠다.
미로처럼 얼기설기 얽힌 등산로를 내려서다 눈이 번쩍 뜨이게 예쁜 금붓꽃을 만나 꿈지럭거리는데
솔방울이 어떻고 돌멩이..어쩌고 하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린다.
가보니 가지가 열두개가 넘는 소나무에 여기저기 매달린 인간 솔방울들....
자연앞에선 애어른이 따로 없다. 그래서 자연을 찾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휴식을 취하며 짐을 덜고 그 곳에서 김근덕회장님과 박상의 회장님 합류
도성암 옆 시원스런 소나무숲을 지나자 벗꽃 흐드러지게 피어난 아름다운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길 한켠에 할머니 한분이 앉아 나물을 팔고 계신다.
뚝 뚝 떨어지는 꽃잎이야 봄이오면 또 다시 오늘인듯 환하게 피어나겠지만, 꽃잎처럼 뚝 뚝 떨군 할머니의 세월은
내년봄엔 또 어떤 모습으로 피어날까?
주차장으로 오는 길 옆에 커다란 능이 있어 옛 가야의 흔적을 느끼게 해 주었다.
꼴찌로 주차장에 들어서는데 누군가 낯익은 얼굴이 "마지막인것 같네요" 하며 아는체를 한다.
"서부산악회 회원이세요?" 하고 물으니 옆에 있던 친구가 기사님이란다.
다섯시간을 함께 타고 왔으면서도 기사님 얼굴도 몰랐던것이다.
주차장에서 차려온 밥을 먹으려는데 간식이 과했음인지 잘 먹히지가 않는다.
시원한 국물이 마시고 싶어 김치국에 밥을 말았으나 몇술뜨다 그만 두었다.
결국은 소화제를 먹어야만 했다.
후일담으로 산행중에 먹은 돼지고기 주물럭중에 제일 맛있었다는데 먹지 못해 아쉬웠다.
사실 화왕산은 꽃보다는 불구경을 하고 싶은 산이었다.
정월대보름에 한다는 억새밭태우기를 보고 싶었었다. 제일 재미있는 구경이 싸움구경 불구경이라 하지 않는가
하지만 기대이상으로 멋진 산이었고 만족스런 산행이었다.
지리산 바래봉의 철쭉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릴 반길까? 벌써부터 가슴이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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