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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너의 표정을 닮고 싶구나..용봉산

2008.  3.  29일 토요일

         오전  9 ~  13:00

용봉산주차장~ 활터~ 노적봉~ 아래 바위길~ 수련원

누구랑 :  손하나로, 산호자, 맑은바다, 나 넷이서

 

서부산악회 카페에 혹시 토요일에 산행 계획이 있는지를 묻는 산호자님의 공지가 올라왔다.

구미가 당긴다.

일단은 꼬리 잡으면 이동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니까.

바다와 셋이 열시에 만나기로 했으나 손하나로님이 한시간 앞당기면 동참할 수 있단다.

마음이 약해 어쩌나 모시고 가야지.

아홉시에 아파트앞에서 만나 용봉산으로 출발..

 

 

 

청소년 수련원을 향해 오르는 길

집 앞에 커다란 개 한마리가 참으로 여유자적한 표정으로 드러누워 있다.

인사를 건넸으나 들은척도 안한다.

산호자님 작은 돌멩이 하나 집어 기어이 잠을 깨워 놓으시며 하시는 말씀..인사를 건네면 들은척이라도 해야지...^^*

 

용봉산..

지난해 12월 바다님과 찾은 이후로 3개월이 조금 더 지난것 같은데 무척 오랫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전에는 몇년에 한번씩 와도 오늘처럼 오랫만이라는 느낌이 진하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이상한 일이다.

아마도 용봉산이 많이 그리웠었나보다.  그 바위들이 많이 보고 싶었었나보다.

주차장 한켠에 병풍바위 사진과,  한번도 본적이 없는 사자바위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사자바위?  오늘 찾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용봉산을 오르는 하나의 확실한 이유가 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바위의 모양과 주변의 풍경 사진의 각도를 맘에 새겨며 오르기 시작했다.

 

 

수련원을 지나 활터 갈림길 이정표 아래 "사자바위17" 이라는 표지기가 서 있다.

이곳에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이곳에서 보인다는 말인가?

찬찬이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고, 이곳저곳을 올려다봐도 보이지 않는다.

바위를 하나하나 아우르며 오르는 산호자님...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애쓰는 맑은바다님

두 사람 모두 아름다운 모습들이다.

 

 

사자바위를 찾으려 오른쪽 바위능선을 살피며 오른다. 

활터 정자 오르기 전 멀리 노적봉 방향 아래 비슷한 형상의 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마주보는 모양이며 각도를 가늠해 보니 틀림없는 사자바위다.

하지만 지금 서 있는 위치에서는 뭔가 조금 아쉬움이 남는 모습이다.

바로 옆으로 짧고 긴 두개의 바위능선을 보며 산호자님께서 그 바위능선으로 내려오고 싶으시단다.

 

  (사자를  닮아보이나요?)

 

 

 

오른쪽 작은 능선 중간쯤에  배에 깔린 돌멩이를 힘겹게 넘고 있는 애벌레 형상의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바위를 즐기는 동안 벌써 저만치 앞서가신 손하나로님

최영장군활터 쉼터에 계시려나 했는델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애벌레 바위를 그냥 지나칠 사람들이 아니지.  활터 정자를 돌아 애벌레 바위를 향해 출발.

 

(바다님의 사진....애벌레가 벌써 변신을 하였네요)

 

 

한적한 그곳에 누군가 실례를 해 놓았다.

얼마나 급했으면 그리 했을까 이해는 하면서도.....흙으로 덮어라도 놓을 일이지

에이..고양이만도 못한 거시기 같으니라구....

조금 더 안쪽으로 우뚝 솟은 바위에 오르신 산호자님,  좋아라 하며 뒤따라 오르는 맑은바다님.

안 오르겠다는 나를 사진한장 박으라며 굳이 오르게 하는 두 사람

내려올때 산호자님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바위능선..그냥 갈 수 없는 두 사람.

그곳에 오르니  사자바위가 바로 앞ㅇ로 가까이에 보였고, 앞쪽 능선의 애벌레 바위는 어느새 두꺼비로 모습을 바꾸고 있었다.

저 아래 아찔한 바위가 솟아 있고 그곳을 접수하기 위해 성큼성큼 걸어가는 산호자님 뒤를 따라 가보지만

아무래도 안되겠다.

되돌아 오는데 내려갈때는 괜찮았는데 올라올 수가 없네.  간신히 옆에 서 있는 나무가지를 의지해 올라올 수 있었다.

나무야 고맙다.

 

 

 

 

 

손하나로님이 정상으로 가셨을까  살피며 오르는데....갈림길에  "손하나로 노적봉으로 GO.."  ^^*

노적봉으로 향하는데..주말을 맞은 산길은 산행객들로 붐볐고

그 길목에서 어느 산악회인지 시산제를 지내고 있었다.

지나면서 젯상을 향해 가볍게 절을 하였다.  모두들 즐겁고 안전한 산행 할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노적봉 바위 끝에서 손하나로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편안한 자리를 찾아 배낭을 풀어 점심을 먹었다.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산호자님의 보따리.....왕송편에 과일 호도과자 따듯한 커피까지...

오늘은 날씨가 날씨인지라  아이스크림은  빼놓으셨다한다.

 

(노적봉 오르기 전.....)

 

 

 

그 앉은 곳에서 사자바위의 뒷모습이 보였다.

내려가면서 살펴보았지만 건너편에서 보았던 모습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적당한 거리의 필요성...그것은 이 세상의 모든 관계에 적용되는 것인가보다.

 

(최영장군활터 오름길..소나무 사이로 활짝핀 진달래가 환하다)

 

내려오는 길에 올랐던 2개의 바위..

어찌어찌 오르기는 했지만 아래를 내려다보니 무서운 마음에 발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본래 겁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견디며 즐길 수 있었는데 오늘은 나 자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한번 두려움이 마음속에 들어오니 어찌 해볼 도리가 없었다.

든든한 나뭇꾼을 믿고 한번 연약한척  해보려 한것도 아닌데...

나는 산호자님을 의지해 간신히 내려왔는데, 아주 가볍게 내려서는 맑은바다님...나보다 한 수 위인것이 확실하다.

 

오름길 내내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던 로보트 팔을 닮은 바위가 그 내림길에 있었다.

올라보려고 이리저리 탐색하는 산호자님을 쳐다보기만 해도 아찔하니 현기증이 난다.

다음에 손하나로님께서 로프를 챙겨 오시겠다며 그 때 올라보자고 하신다.

 

 

 

 

 

 

 

바위 두번 타고나니 어머나 벌써 다 내려왔네

스릴은 있었지만 짧은 내림길이 마냥 아쉽기만 하다.

다음엔 오르고 내리고 오르고 내리고 네 코스를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말을 바다님과 나누며 오늘 산행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