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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정규직보다 더 충성스러운 비정규직...수암,용봉,홍동,덕숭

금요일 저녁무렵 할일없이 서광사 골짜기로 옥녀봉에 올랐다.

꽃사진을 찍으며 혼자서는 샛길로 새지 말라는 아주머니들의 충고도 들으며 봉화대 앞에서

윤판나물을 만나고 되돌아 내려오는 길

꽃보다 더 반가운 현태아빠님을 만났다.

경찰산악회의 산길에 대해 물었더니 일곱시간은 걸릴거란다.

공지에는 널널하게 다섯시간...그랬는데....

다섯시간이든 일곱시간이든 어차피 가야할 길이니 걸어보면 알겠지

 

 

지난해 늦가을 장군바위를 시작으로 함께하기 시작한 경찰산악회

이웃집 손님이면서도 주인만큼 열심인 까닭은

원거리 산행을 자주 할 수 없는 내겐 관내 근교 산행을 주로 하는데다,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길을 많이 걷는

경찰산악회의 산행이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느린 걸음도 귀찮다 안하시고 받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일찌감치 공지를 하였건만 돌멩이 데려가겠다는 사람 아무도 없고, 산호자님께 간청해 고려부페 도착하니

하나 둘 모여드는 산꾼들.   처음뵙는 분들도 더러 계셨지만 반가운 얼굴들이 많았다.

 

웃느라고 산호자님께 오늘도 아이스크림을 챙겨오셨나 물었는데 오늘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안 가져 오셨단다.

그러면서 덕산에서 사가지고 가야겠다고..ㅎㅎㅎ

고려부페를 출발하여 세심천으로 향하면서 덕산시내로 빠지니 무심결에 뒤따라오던 괜차뉴님 전화로 산호자님께 한마디 하신다.

꼴찌로 세심온천에 도착하니 푸픈뫼님 하시는 말씀..돌멩이가 무거워서 늦었느냐 하신다.

같은 직원인 산호자님을 아끼는 마음이야 십분 이해가 가지만 애맨 돌멩이 탓을 하실 줄이야

여기저기 쓸모있는 돌멩이라 이름짓기를 얼마나 잘 한 일인지 모르겠다.

덕분에 산길 여기저기에서 웃을일이 많았다.

  

세심온천 앞에서 정규직 비정규직 동고동락할 일행들 단체사진 한장 찍고 출발

첫걸음이 어렵지 않게 시작되어서 다행이다.

하루하루 빛깔을 달리하는 눈부신 신록과 산철쭉의 환영을 받으며 완만한 오름길을 선두로 시작했으나 

몇걸음 못가서 후미로 밀려났다.

좌측 옆으로 계단이 보이고 블랙버드2님께서 여래입상? 안보보 가나 하시길래 쳐다보니 반듯하게 서 있는 석불의 뒷모습이 보인다.

잠시 휴식후 고개를 하나 더 오르니 길 양옆에 쌓아놓은 돌탑이 보인다.

누군가 간절한 소망과 기원을 담아 하나하나 쌓았겠지

 

  

 

별 특징없는 수암산 정상을 지났다.

후미에서 앞서가는 산호자님을 따라가니 와~   그동안 궁금했던 오형제바위에 이르는것이 아닌가.

키도 고만고만한 바위들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멋지지만 그 곳엔 슬픈 전설이 있었으니...요약하자면

모함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위해 한양으로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만약의 경우에 형제들이 원수를 갚기 위해

훗날을 기약하며 뿔뿔이 흩어졌던 오형제.    맏이와 막내만이 산에 산막을 지어놓고 살던집의 기척을 살피던 중

몇년후 어머니가 돌아왔으나 원수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원수의 첩이되어 돌아와 오히려 아들들을 홀대하니

이에 분통한 마음 금치 못하고 형제들을 모아 원수의 목을 베고 산으로 도망쳤으나

그곳엔 이미 하인들의 신고로 관원들이 포진해 있었던것이었다.

오형제는 싸울 의욕을 잃고 죽기로 작정하였고 천둥번개를 동반한 빗줄기속에서 오형제가 나란히 바위로 변했다는 얘기...

 

오형제 바위를 즐기고  내려오니 배낭이 갑자기 가벼워진 듯 하다.

바위의 기를 제대로 받았나보다.

 

 

 

 

올때마다 새로운 바위를 보여주는 용봉산..그 멋진 바위군들을 지나자

키작은 철쭉들의 화사한 동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꽃부터 붉게 피워내는 진달래가 동네총각들의 마음을 달뜨게 하는 열여덟 처녀의 수줍음이라면

잎과 함께 피어나는 산철쭉은 출타한 서방님을 기다리는 얌전한 새색시의 설레임이라고 해야할까

꽃길을 지나 수암에 도착했다.

지난해 용봉산 수암산 종주때는 무서워서 차마 건너뛰지 못했던 바위를 오늘은 용기를 내어본다.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건너편 바위로 오르는 맑은바다님..그 뒤로 구불구불 가야할 산길이 멋지다.

 

이제 조금씩 힘이 들기 시작한다.

벌써 밥심이 동이 나버린걸까?  첫번째 만난 정자에 우리 일행들은 없었다.

갈길이 바쁘지만 요기를 좀 해야만 했다.

산호자님을 잘못된 길로 가게 만들었던 ?????을 시작으로 과일과 고구마로 고갈된 에너지 충전

 

 

 

 

 

 

 

 

 

 

 

대왕암에서 또 한참을 씨름했다.  언제봐도 멋지고 매력있는 곳이다.

맑은바다님 못지않은 바위실력을 자랑하는 솔방울님..길이가 좀 짧은 나 혼자 돌 틈새를 비집고 올라왔다.

전망대에 도착하니 행사로 인해 늦게 출발한 산폴님 부부가 올라온다.

우리가 제일 꼴찌인줄 알았는데 푸른뫼님과 자작나무 일행이 아직 오지 않았단다.

김밥을 푸른뫼님 배낭에 맡겨놓은지라 점심을 굶게 되는것이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그곳에서 후미일행을 만나 하산 시작

 

 

 

여러사람이 걸어가면 길이 된다지만.... 하긴 이것이 경찰산악회의 매력이 아닌가

길같지 않은 길을 걷는다는것

산철쭉에 취해 즐겁게 내려서니 계곡아래 돌로 쌓은 방죽위에 일행들이 모여 점심을 하고 있었다.

어? 그런데 자작나무님이 보이지 않는단다.

대왕암에서 앞서 씩씩하게 내려섰는데....자작나무 숲을 찾아갔나 했는데 줄을 잘 못 선 관계로 한바퀴 돌았단다. 

푸짐하게 상이 차려졌지만 산폴님이 가져오신 옻순을 몇점 먹고나니 힘들어서인지 먹을 수가 없다.

과일몇개..김밥하나

 

 

도로를 건너 밀밭을 지나 홍동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미리 답사해 길을 닦아놓은 분들 덕에 좀 수월할까 했지만 그래도 거친 산길이었다.

초입부터 고사리에 정신이 팔려버려 요란스레 고사리밭을 외치는 솔방울님과 

옆에서 조용조용 고사리를 꺽는 회원님들.  오늘 뉘집 저녁상에 고사리향이 진동하겠네.

용봉산에서 건너다 보이던 골짜기 사이로 보이던 커다란 바위..아마도 그 바위지 싶은 커다란 바위에 올라선 회원들

그곳에서 건너다 보이는 용봉산의 모습이 멋지다.

 바위에 올라선 회원들의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본 푸른뫼님께서  항상 남들 찍어주기만 하는 내가 그래보였는지

찍어주시겠다며 올라서란다.  냉큼 바위에 올라 앞에 섰다

 

 

조망없이 앞만 보고 올라선 홍동산을 지나 정자나무집 마당을 경유 덕숭산 시작이다.

빛나는 잎새들과 철쭉과 자주 보이는 보라빛 각시붓꽃이 눈을 즐겁게 하지만

산행시작 여섯시간을 지나고 있는 지금  특별한 변화없이 이어지는 오름길이 너무나 힘이들었다. 

어느새 저만치 앞에서 바위위에 모습을 드러낸 산호자님

그 바위가 수덕사의 뒷모습과 덕숭산의 한쪽면을 조망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란다.

힘들지만 올라서본다.  지쳐서인지 약한 모습을 보이는 솔방울님과 맑은바다님.

 

 

 

수덕사의 전각 지붕들과  언제나 호젓한 느낌을 주는 정혜사 마당의 소나무가 내려다보인다.

마지막 힘을 다해 덕숭산 정상에 오르니 앞서간 회원님들이 쉬고 있었다.

나란히 보기좋게 앉아있는 다크호스님 부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는데 살짝 옆으로 비껴 서 주시는 블랙버드님

다크호스님 부자의 모습은 오늘 산행중 제일 인상적인 풍경으로 남을 것 같다.

엄마손에 이끌려 용봉산과 백화산 도비산등 몇번의 산행을 한 우리아이들에겐 부러운 풍경일것이다.

아니 아이들보다는 내게 더 부러운 풍경이다.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나았다.

현태아빠님의 말씀처럼 꽉 채운 일곱시간의 산행길

수암산과 용봉산 구간에서 많이 만난 팥배나무며 덜꿩나무 병꽃나무등의 꽃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내려오는 길은 차량을 회수해야하는 시간이 있어 여유있게 즐길 수 있어 좋았다. 

굴다리를 지나 고려부페 앞에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