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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견딜수 있을 만큼의 고독...팔봉산~ 장군봉

2008.  2.  16일 토요일

오전 09:10 일람리행 버스  태안말 16:20분 버스 차리고개 귀가

 

양길리 주차장~ 임도~1봉~8봉~경일목장건너편 도로~ 금강산~장군암분기점~ 장군암~차리고개  총 6시간

 

 

 

이번 서부산악회의 정기 산행은 참석이 어렵겠다.

계방산...겨울 설산행지로 욕심이 나는 곳이기는 하지만 욕심내다가는 후회할 일이 생길것  같아서였다.

네다섯시간의 산행이야 별 무리가 없겠지만 오고가는 길위에서의 만만치 않은 시간이 부담이 되어서였다.

그래서 오늘 간단하게 근교 산행을 하기로 하였다.

양길리 주차장에서 시작 1봉부터 팔봉 경일목장 금강산 집뿌리재 비룡산 죽사  이렇게 코스를 정하였다.

4시간 30분 정도에 가능하다면 버스 시간이 딱 맞아 떨어지기에  괜차뉴님께 여쭈니 가능할거라고 하시면서

산길을 한번 더 익히고 가는것이 어떻겠느냐고 괜차뉴님께서 말씀하셨다

하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찾을 수 있을것 같아서 그냥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주차장을 향하여..1봉과 3봉이 지척인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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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혼자서 걸어보려고 했던 길이었다.

얼만큼 견딜 수 있는지...적막감이라든지 외로움이라든지 이런것을

혼자서 아주 진하게 느껴보고 싶었다.

때때로 음악이라도 들으며 걸어야겠다는 생각에 이어폰을 꺼내놓았는데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빠뜨리고 나와버렸다.

역시 오늘은 철저하게 고독을 견디며 걸어야 하겠구나 생각했다.

견디다 힘들면 어디 한적한 돌멩이 위에 올라앉아 목놓아 울어보기라도 해야지

몇년전 초파일에 부석사 골짜기에서 그랬던 것처럼..

 

아침에 배낭을 꾸리고 부지런히 준비를 했지만 시간이 촉박해 광장까지 택시를 이용해 이동 일람리행 버스를 탔다.

거의  도착할때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디냐고

팔봉산 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더니 양길리 주차장으로  갈테니 기다리란다.

어제 상가집에서 의향을 물었을 때는 시간을 낼 수 없겠다고 말해서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그곳에서 이십여분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에 주경스님을 포함 부석사 식구들을 만났다.

 

  (강남콩꽃보다 더 푸른 그 물결위에..... 그 꽃이 어떤 빛인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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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콩이라 알려주셨는데 잊어버렸다...아무리 두드려도 생각이 나질 않네...새콩이라고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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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에 이런저런 물건들을 내어놓고 파시는 아주머니에게 사진을 찍어드리겠다고 했더니 쑥쓰러워 하시면서도

모자며 옷 매무새를 새로 매만지는 모습이 참으로 순박해보였다.

다음에 올때 사진을 뽑아다 드리겠다고 했으니 약속을 지켜야 할텐데...

빨간 강남콩이랑 또 뭐라 했는지 이름도 특이했는데 색깔이 참으로 고운 콩이 있어 사진을 찍어두었다.

 

친구가 도착해 산행을 시작했다.

계단길로 말고 바로 1봉으로 오르기로 하고 임도 왼쪽으로 접어들었다.

전에 겨울산과 덩순이랑 한번 내려왔던 기억이 있어서 진입로를 쉽게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옅게 나 있는 길을따라가다보니 간벌과 가지치기로 인해 길이 온데간데 없어졌다.

다시 내려와 임도를 따라 조금 더 돌아가니 제대로된 등산로가 보인다.

가로림만의 바다도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전에 내려왔던 길은 아니었지만 바로 1봉으로 오르는 등산로였다.

1봉아래에서 보니 먼저 셋이 내려왔던 길은 정규 등산로가 아니라 그냥 치고 내려온 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잘 정비된 계단의 오름길 초입부터 힘이 든다.

뒤로 처지는 친구에게 무리하지 말고 알아서 올라오라고 하고는 천천히 조금 앞서 걸었다.

1봉이 보인다.

단체 산행을 왔는지 한무리의 산행객들이 1봉의 바위 오르기를 시도하고 있었다.

나도 배낭을 내려놓고 1봉에 올랐다.

그러나 그들은 1봉 정상까지 오르지는 않고 바위틈새 뒤쪽으로 절반정도만 오르는데 그쳤다.

내가 앞서서 1봉에 오르고 내 뒤를 또 한분이 따라 올라오셨다.

정상바로 앞의 바위에 올라 서 있는데  아래쪽 바위에 모여있던 일행중 한분이 같은 일행인줄 알았는지

수원에서 왔냐길래 그냥 고개를 끄덕였더니 사진을 찍어줄테니 손을 흔들어 보란다.

손을 흔들며, 만세를 부르며 폼을 잡아주었는데...  그 돌멩이는 지금 어디를  떠돌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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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봉에 여러차례 올랐지만 처음으로 사진을 한장 남겼다.

수원에서 오신 산행객의 사진을 찍어주고 나도 한장 부탁드렸다.

 

2봉과 3봉을 오르는 동안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우럭바위를 보았다.

그동안 여러차례 오르면서도 눈여겨 보지 않았었다.

타지에서 온 듯한 산행객에게 그 바위를 잘 살펴보라며 알려주니 무척 신기해하며 좋아했다.

내려다보이는 바다는 깊은 아픔을 겪었음에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아픔을 겪은 때문일까?  물 빛이 더욱 깊고 고요하고 푸르러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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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길 곳곳의 전망좋은 바위에서 쉬면서 여유있게 올랐다.

3봉을 지나고 4봉의 헬기장에 도착했을 때 수원에서 왔다는 산악회에서 시산제를 지내고 있었다.

잿밥에 맘이 있어 유심히 살펴보니 아주 조촐한 제물이었다.

제물 나르기가 어려워서 그랬다보다.

하긴 제물이 무슨 문제랴.   간절한 기원이 들어있다면...

시루떡이 있으면 고물이라도 챙기려 했더니 너무 조촐해서 그냥가야겠다고 했더니 웃는다.

제상앞에 배낭을 병풍처럼 쌓아놓아서 꼭 배낭을 향해 절을 하는 모양새가 되었길래 일부러 그랬는지 물었더니

일부러 배낭을 쌓아 놓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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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봉 6봉 7봉을 지나고 8봉에 도착하니 12시 30분이 다 되었다.

친구 왈  " 와~ 8봉까지 오는데 2시간밖에 안 걸렸다"

쿡 웃음이 나오는 걸 참을수가 없었다.

"두시간밖에?  ㅎㅎㅎ 남들은 왕복에 두시간 걸린다" 했더니 저도 웃는다.

 

이제 좀 긴장을 하고 걸어야겠다.

8봉에서 경일목장쪽으로 내림길을 접어들었는데 첫번째 만난 갈림길...표지기가 다른방향의 양쪽에 다 붙어 있었다.

왼쪽의 가까운 표지기는 흰색이었고 저 앞에 빨간색의 표지기가 눈에 띄었다.

그래서 그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결과적으로는 잘 못 내려선 길이 되고 말았다.

 

(내려오면서 같은 소나무인데 잎이 다른....두번째 보았지만 역시 신기하고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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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다보니 저 건너에 목장처럼 보이는 곳이 있기는 한데 팬션인지 주택인지 멋진 집이 있어 다시 오던길을 올라

산길을 타다보니 망또를 걸치고 앉아있는 듯한 석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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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왼쪽으로 대나무숲이 보이는 곳으로 내려섰는데 결국 아까 보았던 그 팬션이 있는 곳으로 내려서는 길이었다.

그 위 아늑한 산소옆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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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장을 지나면서 보니 아무래도 목장뒤쪽의 철탑이 있는 산줄기를 타야 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말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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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목장을 지나는데 귀여운 강아지가 예닐곱마리 있어 귀여움에 사진을 찍고 있는데

사방에서 강아지들이 한마리 두마리 나오기 시작하는데 스무마리도 넘을 것 같다.

귀엽게 짖어대며 몇마리는 졸졸 따라오는 목장을 지나,    느티나무집이라는 식당이 있는 도로에서

서산쪽으로 조금 오르니 오른쪽 산줄기 쪽으로 넓은 길이 나 있다.

표지기도 없고 전에 임도를 넘으며 확인했던 길이 아니기에 아닌듯 했지만 혹시 몰라서 괜차뉴님께 전화를 드렸다.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등산로를 만난다는 말에 도로를 따라 쭉 걸었다.

산길보다 도로를 걷는 것이 참 힘이든다.

다행이 얼마 걷지 않아 8봉입구등산로라는 표지판과  반대쪽에 붙어있는 괜차뉴님의 표지기를 만났다.

지난번 겨울산과 덩순이와 임도를 따라 넘어오다 만나서 확인했던 그 표지기였다.

아마도 8봉 아래에서 두개의 표지기를 만났을 때 왼쪽의 표지기를 따랐어야 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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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길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금강산에 도착하니 두시 30분이 다 되어간다.

지난번에 붙여놓은 금강산표지기 옆에 츤츠니가는이 표지기

함께 걷는 친구가 괜차뉴님의 표지기를 만날때마다 마음이 놓인다며 나보다 더 반가워한다.

쉬엄쉬엄  천천히 걷기도 하였지만 길을 한참을 더 돌아왔으니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지났다.

애당초 죽사에서 2시 30분차로 귀가하려던 계획이었는데 말이다.

 

   (사위질빵의 씨앗..가까이 보니 이 또한 무척 예쁘다..바람을 기다리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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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비의 날개짓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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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쥐똥나무의 여리고 파란 열매들은 웬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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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사로 갈까 장군바위로 갈까 하다가 친구가 무릎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하였거니와 죽사로 내려가면 버스 시간을 맞출수가 없을것 같아

장군바위로 해서 차리고개로 길을 정하였다.

금강산주변에서부터 여러 열매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까치밥나무, 댕댕이 덩굴,  무슨 배....또 뭔지 모를.....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적송의 연한 수피의 빛깔이 너무나 예쁘다.

저걸 눈에 보이는대로, 그 느낌대로 옮겨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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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딸기인지....가시로 뒤덮힌 연분홍 가지에 새로 돋는 순이 꽃처럼 예쁜데...사진이 용량 초과라네


드디어 장군바위에 도착 3시 30분이 되었다.

예까지 왔으니 그냥갈수 없지. 로프아래까지 올라가 배낭을 내려놓고는 다시 내려와

전에 혼자와서 끙끙대며 올랐던 굴 옆의 바위를 다시 올랐다.

낑낑대며 숨을 씩씩거리며 시키지도 않는 일을 왜 하는지....

성취감? 그건 아닌듯 하다..자신감?  글쎄 딱히 그것도 아닌데

굳이 이유를 붙이자면 몰입때문이 아닐까

다른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이 오로지 바위와 내 몸과의 교감. 그 미묘한 힘겨루기 그 느낌에 몰입되는 것

거기에 순간순간 느껴지는 두려움...아마 그것은 생명까지 걸만큼의 위험이 아니기에 가능한 일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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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게까지 탱글탱글 예쁘던 배풍등 열매가 이제는 쭈글쭈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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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바위에서의 조망은 언제봐도 시원스럽다.

서쪽으로 기우는 햇살에 바다쪽이 눈이 부시다.

바위에서 잠시 쉬며 간식을 꺼내었는데 웬일인지 오늘은 별로 먹히지가 않는다.

그다지 힘이 든것도,  추운것도 아닌데.

사과를 꺼내어 몇입 베어물다가는 다시 넣어두고 귤과 과자한개를 먹고는 내려오기 위해 일어섰다.

바위를 내려서며 친구가 하는 말

다리가 새들새들 떨린단다.

나무 지팡이를 의지삼아 내려서는 친구의 모습이 꼬부랑 할머니 같아 보여 한참을 웃었다.

무슨 이유인지 오래걸으면 무릎이 아파 고생을 하는 친구

다음엔 죽사에서 시작해 1봉으로 가보자고 했다.  그러면 그 길은 완전히 익힐 수 있을것 같다.

오늘은 이렇게 내일 정기산행을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예상보다 오랜시간 천천히 친구와 걸었다.

혼자 견뎌보자는, 혼자 해보자는 다짐이 무산되어 조금 아쉬운 한편

친구가 있어 많은 위안이 되고 힘이되어 참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친구가 묻는다.

"이 길을 정말 혼자서 걸으려고 그랬단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