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27일 일요일 한때 비
오전 9시 서산 출발 대략 5시간 정도
함께한이 : 산호자님 솔방울 덩순이 나 넷이서
상가리주차장 ~ 옥양봉~ 석문봉~ 가야봉방향 돌길~ 상가리 ~ 주차장
어딘가 산에는 가야지
아무에게도 산행요청이 들어오지 않으면 어찌할까?
옥녀봉이나 다녀와야할까? 아니면 팔봉산...
혼자 궁리하고 있는데 솔방울한테 전화가 왔다. 일요일의 산행신청이었다.
알아서 멤버 구성해서 다시 연락을 주겠단다. 일요일에 나가보니 짐작했던 멤버에서 바다님이 빠졌다.
요즘 컴퓨터삼매경에 빠져 바쁘고 힘든 모양이다.
아침 아홉시에 맞춰 나가려니 시간이 바쁘다.
어제저녁 야근을 하고 들어온 남편이 늦게 나가는 바람에 더더욱 그랬다.
간신히 시간을 맞춰 대신슈퍼앞에서 만나 산호자님 차로 이동을 하였다.
내려와서 올려다본 가야봉의 철탑들... 구름과 안개에 쌓여 하늘로 빨려올라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해미방향에서 바라보는 가야산은 봉우리에 구름이 걸쳐있을 뿐 제법 맑은 하늘이었는데
덕산터널을 지나고 바라보는 가야산은 온통 구름으로 덮혀 산이 보이지 않는다.
겨우 산하나를 경계에 두고 이렇게 풍경이 다르구나
끄떡없는 산도 저럴진대 수시로 변덕을 부리는 인간의 마음은 어찌 붙잡을 수 있겠는가
상가리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걷기 시작했다. 생각같아서는 식당이 있는 꼭대기까지 차를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
회관을 지나고 과수원길을 지날즈음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맞으려니 각오하고 온 것이니 비가 와도 아랑곳없긴하지만 하늘을 보니 많이 올것 같지는 않다
바위의 옆모습이 뭘 닮았을까?
옥양폭포를 지나 석문봉 오르는 이정표를 지나고부터 산호자님과 솔방울은 저만치 앞서가고 나와 친구는 뒤떨어져 걸었다.
무리하지 말자.
옥양봉을 올라 석문봉을 보고 옥양폭포로 내려와야지.
친구는 앞서는 일행들에게 너무나 미안해한다.
산호자님도 혼자 오는것보다는 함께 오는 것이 나으니까 동행을 했을테고, 우리 산행 실력을 모르는 바도 아니니
미안해할것 없다고 말해주었지만 조금 미안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좀 뻔뻔해지기로 했다.
옥양봉 오름길에도 몇번을 쉬었다.
중간의 바위위에서 쉬는데 골짜기를 따라 구름이 산등성을 힘들이지 않고 오르고 있다.
나도 구름이었으면..
저렇게 아래를 굽어보며 유유히 오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지 않는 일행이 궁금했던지 위에서 산호자님께서 부르신다.
옥양봉의 전망좋은 바위에 오르니 자욱했던 안개가 걷히고 흐리지만 시야가 트여 시원했다.
서원산 너머 굽이길이 아름답게 보였다.
어느동네라 설명을 들었건만 생각나지 않는다.
잠시 휴식을 하면서 오늘도 어김없이 가져오신 아이스크림을 꺼내 놓으시는데 힘들어서인지 시원한것만 먹고 싶다.
떡도 먹히지가 않고 과일과 물을 마셨다.
또 더위를 먹는것이 아닌가 걱정이 될만큼 힘이 들었다.
한참을 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시원한 조망 때문인지 걷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힘이 나는 느낌이다.
애당초 짧게 내려오려던것이 따라가다 보니 가야봉이 눈앞에 보인다.
오늘도 예외없이 바윗길로 걸었다.
친구는 무척 무서워하면서도 우회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하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미인봉을 염두에 두고 훈련이려니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해미방향으로 낮게 드리운 구름이 장중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의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마지막 바위구간에서는 솔방울과 친구는 우회하고 나는 산호자님을 따라 내려섰다.
급경사이긴 하지만 손잡을 곳이 있어 위험하지는 않았다.
될 수 있으면 도움을 받지 않으려는 것은 자신이 있어서도 아니고 도움이 싫어서도 아니고
나와 바위사이에 오고 가는 팽팽한 긴장감을 느낄수가 없기 때문이다.
힘의 조절, 몸의 균형, 두려움, 안도감........한꺼번에 밀려드는 그 느낌들.....
옥양봉에서 석문봉방향 바윗길에서....
가야봉 못미쳐 갈림길에서 주차장으로 하산을 하였다.
내림길 초입에서 산호자님이 무언가를 발로 가리고는 내려가라고 한다.
뱀인가 싶어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니 쳐다보지 말고 그냥 내려가란다.
나무뿌리가 뱀을 똑같이 닮아 놀랄까봐 그러신듯한데...샘이 많은 솔방울..왈
돌멩이는 별로 안 놀랜다고. 자기는 뱀이 너무 무섭단다. ㅎㅎㅎ
내림길은 옥양폭포 코스보다는 경사도가 심하지 않고 계단도 완만해 내려올만했다.
나무그늘이 우거져 한낮인데도 컴컴하다.
매미소리가 쏟아져내리고 바위틈에 숨은 계곡이 똘 똘 소리를 내며 지친 귀를 씻어주었다.
거의 다 내려와서야 흐르는 계곡을 만났다.
손을 씻고 세수를 하고 시원하게 발을 담그고 여유있게 쉬고 싶었는데 저만치 성큼성큼 내려가는 산호자님..
부리나케 따라 나서는 걸음이 영 아쉽기만 하다.
오늘 산행중에 혹시나 기대했던 노란망태버섯은 보지 못했지만 습한 기운에 여러가지 버섯들이 예쁘게 피어나고 있었다.
며칠동안 비가 내려 굶주렸는지 꽃보다 벌이며 나비들이 꿀을 빨기에 분주한모습이었다.
얌전한 원추리, 갸녀린대궁이지만 꿋꿋한 보라빛 무릇, 대나물의 깨끗함, 이름처럼 가는...가는장구채, 그리구 누리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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