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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흐르는 강물처럼...홍천 팔봉산

2008.  7.  6일 일요일

함께한이 : 산사모 산악회 45명

 

가고 싶은 길도 많고 가고 싶은 산도 많지만 여러가지 여건이 제한적이다보니

마땅한 산행지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이번주에 올라온 삼악산과 홍천 팔봉산은 두 곳 모두 마음을 강하게 끌어 잡아 당기는 곳이었다.

모르는 산악회를 따라가서 철저하게 군중속의 고독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더불어 사는 세상인데 아는분들이 있을것 같은 산사모 산악회의 팔봉산을 따라 가기로 하였다.

일단 혼자 접수부터 하고 덩순이에게 청하니 거절을 한다.

바위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것을 알기때문에 강하게 더 청할 수가 없었다.

마침 허벅지짱이 카페에 들어왔길래 꼴찌에 필요한 동반자 허벅지짱님에게 청하니 함께 가겠다고 했다.

맑은바다님과 솔방울님도 시간이 되어 함께하게 되었다.

 

  (오름길 초입부터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집결지인 광장에 나가보니 서부산악회의 세분 전임회장이신 김완호, 김근덕, 김대웅님들을 비롯하여 

사진으로 보아 익숙한 얼굴의 솔지산악회 회원분들의 모습이 여럿 눈에 띄었고

예상했던대로 산조아언니와 백조언니도 있어 반가웠다.

가야산에서 김치에 두부를 싸주던 땡벌언니도.....

 

여섯시 출발...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달려 홍천에 도착했다.

10시 40분쯤 산행시작.  홍천강 다리 끝에서 산행은 시작되었다.

초입부터 북적대는 사람들로 줄지어서서 한발한발 올랐다.

아주 천천히 걷는 오름길에 김근덕 회장님께서 나의 산행기를 너무 칭찬해주시는 바람에

얼마나 민망한지 바위라도 뚫고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애정을 가지고 관심갖고 봐주시니 고맙기도 하다.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인데  함께 즐겨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1봉에서 홍천강을 내려다보며)

 

 

오름길 초입에서 만난 앙증맞은 크기의 병아리난초와 연한 청보라빛의 산수국꽃이 정말 반가웠다.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산수국은 몇년만에 다시 만나는듯 했고

정말 작은 크기의 병아리난초도 사진으로는 수도 없이 보았지만 직접 보기는 처음이라서 너무나 반가웠다.

행렬에서 잠깐 비껴 카메라를 들이대보지만 급한 마음에 제대로 담기지가 않는다.

이어지는 산길 어디선가 또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산수국은 내려와서 강가 기슭에서 만났다)

 

 

1봉

바윗길이 시작되는 1봉이 가까워진 지점부터는 한참씩 정체되어 쉬엄쉬엄 1봉에 올랐다.

인파가 한꺼번에 많이 몰린 때문이기도 했지만 가파른 바위 경사길에 걸음이 늦어지다보니 정체가 더 심해졌다.

1봉의 커다란 바위위에는 기념 사진을 찍는 인파들로 붐벼 한적하게 풍경을 담으려니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바위위의 풍경도 멋지지만 시원한 홍천강 줄기를 배경으로 하는 풍경이 너무나 시원스러웠다.

강을 끼고 도는 멋진 풍경을 산행내내 만끽하였으니,  모든 짐을 산에 내려 놓고, 물에 흘려보내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2봉에서 3봉을 배경으로)

 

 

 

2봉

다시 2봉을 향하여 출발

바윗길이 험해질수록 정체 또한 심해졌다.

바위위에서 풍경을 즐기며 한바퀴 돌고 내려오는데도 가파른 내림길에 사람들이 몰려 꿈쩍들을 안한다.

우리식구들을 사진에 담고 싶어도 서로 어우러져 누가 누군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아는 얼굴들이나 열심히 찍어야지..뒷모습뿐이지만..

 

 

그러면서 2봉에 도착했다.

신당인지..커다란 통나무를 가로 걸쳐놓아 들여다 보지 않았고 그 옆에 삼부인당이 있었다.

그곳에서 건너다 보이는 3봉의 바위들이 참으로 멋졌다.  잠시 후면 만나게 되겠구나.

사진으로지만  낯이 익은 솔지산악회의 레니게이드님께 사진 한장 부탁드렸다.

멋진 3봉은 보이지 않지만 멋진 여성산꾼들을 예쁘게 담아주셨다.

 

(2봉에서 바라본 3봉)

 

3봉

3봉 오름길에는 하늘을 뚫을 듯한 가파른 철제다리를 올라야했다.

때문에 더욱이 행렬이 정체되어 시간을 끌었다.

줄지어선 행렬이 보이긴 했지만 우회도로인가 싶어 돌아간 길 끝에서 줄지어선 사람들과 다시 만났다.

못마땅해하며 험해지는 표정들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의도적인 새치기가 아닌것을.

지난 오월의 바래봉 산행 때도 이런적이 있었다.

줄지어 서 있는데 우회도로로 늦게 온 사람들이 앞에 갈 때면 조금 속상하기는 했지만

이해못할바는 아니었다.

미안해하며 양해를 구하니 대부분 산같은 마음으로 이해를 해 주셨는데....물이 깊어질만도 할법한 어르신 한분께서

역정을 심하게 내셨다. 

산에와서 질서를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자기들은 40분을 기다렸다고...

좀 과장이 있긴 하지만 정체가 심한것은 사실이었지만  모르고 돌아온 길

기분좋게 이해해주었으면 서로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홍천강 물처럼 부대끼면서도 그렇게 유유히 흐르지 못한것이 조금 아쉽다.

깍아지른 듯 솟아오른 바위는 산 옆을 끼고 휘돌아 흐르는 강물로 인하여 더욱 높아 보였다.

멋진 산, 멋있는 사람들....

 

 

 

 

 

 

4봉

어머니 태중에서 나올때야 뭘 모르고 나왔지만  이제라도 그 고통을 느껴보려 했건만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해산굴을  통과하자면 하세월이겠다 싶어 길을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사실은 해산굴을 빠져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동영상에 담으면 참 재미있는 영상이 되겠다싶어서

그렇게 하고 싶었었는데 아쉬웠다.

우회하는 바윗길에 이끼위에 곱게 자란 일엽초인지가 있어 바쁘게 두어장 찍었두었다.

나중에 산과야생화 카페에 물어보니 산일엽초라 한다.

난도 한차례 만났는데 옥잠난초인지 뭔지...잎은 구분할 수 없이 똑같아 보이고 꽃도 비슷비슷하니 알수가 없다.

 

 

우회하여 4봉에 올라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

서부의 총사들이 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보리개떡을 가져 오셨다는 김근덕 회장님.

말씀이라도 그리 고맙게 해 주시고, 산행내내 그리고 귀가길에도 여러가지로 배려해주시니 얼마나 고맙던지.

돌아오는 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내것까지 아이스크림을 챙겨주시는 자상함이라니...

그곳에서 보리개떡에 푸짐한 족발..등..등...

창립행사때 오셔서 뵌적이 있는 가대현 사무국장님,  그리고 총무를 맡고 있는 맹범영님은 중학교 직속 선배라하니 반가웠다.

 

 

 

 

 

5봉

봉오리와 봉오리 사이가 참으로 짧았다.

능선길이 없이 오르고 내리고 또 오르고 내리고  땀이 비오듯 한다.

어느 봉오리마다 하나같이 조망이 뛰어났다.

의연하게 서 있는 소나무 사이로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강물,  우뚝솟은 바위

어디선가 돌멩이를 부르는 산조아 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어디서 폼을 잡고 기다리고 있나보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어느새 소나무 위에 올라 가 솔방울이랑 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사람은 바다를 바라보고,  또 한사람은 돌멩이를 바라보고 있다. ^^*

백조 언니도 멋지게 사진을 찍어주고 싶었는데 오름길 처음부터 날개를 달고 날아올랐는지 한번도 모습을 볼 수 없었으니...

 

 

6봉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한결같이 붐비는 사람들로 정상석을 차지하기도 힘들었거니와  황홀한 풍경에 빠져버린 때문일것이다.

8봉 오름길이 좀 가파르긴 했지만 보조시설물들이 잘 되어 있어서 그다지 위험하지는 않았다.

수려한 자태의 소나무들이 멀리 강물과 어우러져 더욱 더 멋진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바로 금방이라도 뛰어들수 있을것 같은 강물이 아래 펼쳐져 있었다.

내림길이 상당히 가파랐다.

 

 

그 내림길 곳곳에 앙증맞은 병아리난초가 많이 피어있었지만  너무 작은 꽃인지라 디카로는 멋지게 담을수가 없을 것 같아

눈에만 찍어두고 그냥 내려왔다.

쉽게 가는 방법?   그냥 굴러가면 된단다.

약간 습기가 있어 미끄러웠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려와야했다.

드디어 강이다.

그냥 뛰어들어 건너고 싶지만 물빛이 맑지도 않았거니와 물살이 너무 세어 보였다.

바위에 매달린 다리를 지나고, 출렁다리를 지나고, 강기슭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사진에서는 꽤나 위험해 보였는데 그렇지 않았다.

앞서 출렁다리를 무서워하며 건너는 허벅지짱님을 뒤따라가며 다리를 흔들었다.

 

 

재미있었다.  두 줄로 되어 있어 균형이 깨질염려는 없어보였고, 빠져도 위험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강기슭에서 더욱 청초해보이는 산수국과 좁쌀풀을 만나  좀 즐기고 가겠노라며

산행내내 꼴찌에 동행했던 허벅지짱님과 김근덕회장님 가대현 사무국장님과 헤어졌다.

산수국과 좁쌀풀, 참나리열매..그리고 털이 까실까실한 열매송이를 만났었는데 뭔지 몰랐으나

나중에 그것이 나도국수나무 열매라는 것을 알았다.

열매의 차례를 보니 꽃차례와 비슷해 그때서야 아!!  하는 탄성이 나왔다.

이제 다음에 또 만난다면 이름을 불러 줄 수 있을것 같다.

 

(나도국수나무 열매)

 

(좁쌀풀)

 

 

 

어디선가 또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데...

강건너편을 살펴보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조금 더 걸으며 살펴보니 건너편에 바다와 솔방울님이 보이고  앞서간 허벅지짱님이 강을 건널 채비를 하고 있었다.

신발을 벗어들고 바지를 걷어 올리고 물살을 헤치며 강을 건넜다.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깊이에,  물살이 제법 거세었다.

 

이끼낀 돌들은 또 얼마나 미끄러운지... 양말을 신고 건너길 잘했다. 피곤한 발다박 지압도 확실하게 될 것 같다.

흐르는 물살을 바라보자니 현기증이 일었다.

균형을 잡기 위해 허벅지짱님과 손을 꼭  잡았지만 그래도 가끔 휘청거렸다.

아무리 물살이 거세기로서니 설마 두 덩치에 떠내려가기야 하려고.....

물이 아주 맑지가 않고 그다지 시원하지 않아 좀 아쉬운감이 있었다.

 

 팔봉산 산행은 이렇게 강에서 시작해서 강에서 끝냈다.

김소월님의 "가는길"이란 시가 생각났다.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또 한번

 

...중략...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오늘 산행은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사람의 물결따라 흐르는 듯한 산행이었다.

산사모 산악회와의 첫번째 산행이었지만 모든 분들이 친절하게 배려해주셔서 편안하고 즐거운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속이 좋지 않아 (더위를 먹었나보다) 다 토하고 주변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긴 했지만

내가 함께 하기를 청한 사람들이 모두 만족한 산행을 했다하니 나도 뿌듯했다.

옆에서 불편했을텐데도 덕분에 혼자서 많이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해주는 바다님 고마웠다.

아우들을 잘 챙겨준 백조언니 산조아 언니,  맛있는 아이스크림 사주신 김근덕 회장님

그리고 초면이지만 솔지산악회의 산아가씨가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사진으로만 보았을때는 무척 차가운 이미지였는데.....모든 것은 눈에 보이는대로 평가해서는 아니될 일임을 다시한번 느꼈다.

일곱시가 조금 넘어 집에 도착했다.

산행시간도 적당하고, 귀가시간도 이르니 마음이 편안했다.

 

 홍천강변에서 만난 다릅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