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비오는날의 수채화...봉수산

 

 

2008.  6.  28일 토요일  경찰산악회

총 14명..서부인: 바다, 덩순, 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몇번의 일정변경을 거친 끝에 드디어 오늘 봉수산에 다녀왔다.

비가 와도 간다고 강조하시더니 비가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열네명이나  참석을 하였다.

지난 봄의 비오는 날 팔봉산 산행 때에 비하면 대군이라 할만하겠다.

비가 온다는 예보를 보고는 걱정이 되는 한편 오랫만에 해보는 우중산행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우중산행의 참맛은 느낄 수 없었지만  적당히 젖고 마르고 딱 좋은 날씨였다.

 

(오늘의 들머리인 대련사 계단)

 

  

소식통에 의하면 서부의 수송책들이 아무도 갈 수 없다는 정보입수

염치불구하고 블랙버드님께 부탁을 드려 오늘 함께하기로 하였는데

미련이 남았던 산호자님덕분에 이런저런 우여곡절끝에 결국은 처음대로 블랙버드님과 함께 이동하게 되었다.

너무나 과묵한 부부를 앞에 두고 뒤에서 수다떨기가 좀 미안했다.

서부산악회에 대한 아쉬운점은 이런장소에서는 얘기하지 말았으면 좋으련만...

산사모산악회와 동행할때도 마찬가지로 그런걸 느꼈다.

함께 가야할 길이라면 싫으나 좋으나 함께 껴안고 가야하지 않을까?

10시에 해미읍성 남문주차장에서 합류  세대의 승용차에 나누어 타고 봉수산을 향했다.

 

(오름길 초입에서 만난 으름 하나)

 

 

예당저수지를 바라보며 한참을 달려 오늘 산행 들머리인 대련사에 올라가는 길

차에 앉아서도 힘이 들 정도로 언덕길이 가파랐다.

산길의 절반은 차를 타고 오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참을 올라 대련사에 도착했다.

사진에서 보던 웅장한 돌계단이 반가웠다.

절집에 매어놓은 백구가 컹컹 짖는다.

700년된 느티나무를 둘러보는데 또 다른 백구 한마리가 다가와 친해보자한다.

같은 집에 살면서도 다른 그 둘의 차이는 자유를 누리는 자와 자유를 박탈당한 자의 차이일까?

오래된 느티나무 가지 사이로 예당저수지가 보였다.

절집 너머 연못에 큰 연꽃이 피어 대련사라 이름하였다는데........

 

 (분홍 우의를 입은 친구의 모습이 참으로 화사하다)

 

굵지 않은 빗줄기지만 우의를 챙겨입고 산행을 시작했다.

완만한 오름길이지만 습한 공기와 우의때문에 땀이 쏟아진다.

그 오름길에서 사진으로만 보았던 앙증맞은 네쌍둥이 병아리꽃 열매와 딱 한개 달린 으름과 빨갛게 익어가는

딱총나무 열매를 보았다.

산뽕나무에   작디작은 오디가 까맣게 익어있었다.  몇알 따먹으니 얼마나 달콤하던지

그러는사이 앞서간 사람들은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고  그 위에서 만난 삼거리..어느길로 가야할지 난감했다.

그 이후 접어든 산길은...키 큰 사람들은 낮게 휘어져 드리워진 나무들로 좀 고생을 했지싶다.

나중에 차량을 회수하기 위해 원점회귀하던 사람들이 알바를 하였다던데..내 짐작으로는 여기 삼거리에서 다른길로 빠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번인가 내가 재미있는 사진을 올렸더니 이제는 카메라만 들이대면 고개를 돌려버리는 장난꾸러기 산폴님)

 

한참을 걷다보니 아래로 너른 임도가 나란히 나 있다.

봉수산 정상 0.5km

 

 꽃도 예쁘지 않은 것이 향기까지 그리 고약한고

그래도 토실토실 알밤 너무 맛있으니 참아줘야지.

그래도 비가 와서 다행이다 싶었다.  빗물이 밤꽃 향기의 많은 부분을 씻어갔을거라는 짐작에..

 

(정상 못미쳐서 만난 "가는장대"  이꽃도 흔한 꽃은 아닌가보다 산과야생화의 노루발님이 보고 싶다고 하신걸 보면 말이다)

당진 몽산가는 길에서도 딱 한개체를 만났다)

 

정상에서 묘순이 바위를 가기 위해 다른길로 빠지려는 순간... 

오랫만에 고향 뒷산을 찾은 괜차뉴님을 어여삐 여기신 것인지

묘순이 바위가 우리를 기다렸음인지

구름을 걷어내고 길을 열어 주었으니  "아!  묘순이 바위 저쪽이다"

덕분에 알바없는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정상에서 만난  "산해박" 처음보는 꽃인데 모양이 특이하고 앙증맞다.  김기사 왈 악세사리 디자인으로 활용하면 좋겠다고..)

 

 

 

(봉수산 정상에서의 모습들)..바다님이 주신 간식..맛있었는데  내 표정이 왜 저런지 모르겠다 ㅋㅋㅋ

 

 

 

 

오던길을 되짚어 묘순이 바위를 찾았다.

남존여비사상이 팽배하던 시절에  딸과 아들의 승부를 두고 고심했을 어미의 마음을 알기에

묘순이는 아무 말없이 콩밥을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가슴아픈 전설을 거진 묘순이 바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조망이 시원했다.

구불구불 임존성도 보였다.

한참을 설명을 듣고 경치를 감상하며 휴식을 취했다.

 

 (묘순이 바위에서의 풍경들)

 

 

 

 

 

 

 

이제 하산길이다.

오르던 길을 한참을 되짚어 오다 갈림길에서 두팀으로 나뉘었다.

한팀은 차량회수를 위해 원점인 대련사로 내려가고 나머지 일행은 자연휴양림쪽으로 내려가기로 하였다.

내림길은 가파른 경사인데다가 돌들이 많고 빗물에 미끄러워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함께 산행은 여러번 하였었지만 별로 대화가 없었던 다크호스님과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경찰산악회에 유난히 부부금슬이 좋은 부부가 많은것 같다고 했더니

아마도 간접경험이 많은 때문일지도 모르겠다고 하였다.

이런저런 사건사고가 많은 모양이다.

 

 (임도의 개망초길이 아름다웠다)

 

 

한참을 내려서니 길가에 개망초가 곱게 핀 포장도로가 나왔고 그 길을 또 한참을 걸어 대흥초등학교로 하산하였다.

그 길에 노랗게 익은 살구...바람에 떨어진 것만 주웠는데도 참 맛이 있었다.

풀숲을 헤치며 몇 알 주웠는데  가시에 찔려서인지 팔뚝이 따끔거리며 아프다.

내려서니 초등학교 2학년 국어교과서에 나왔던 "의좋은형제" 의 동상이 서 있었고 그 옆에 400년이 되었다는 느티나무와

표정이 아름다운 장승이 서 있었다.

아마 의좋은 형제들을 바라보면서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대흥초등학교에서 차량을 기다려 광시로 이동해 따끈한 국밥을 먹었다. 

3시간의 적당한 시간과 조금씩 비가 오기는 했지만 산행하기에 나쁘지 않은 날씨였다.

귀가 시간도 이르고 여유있고 즐거운 산행이었다.

 

 (대흥초등학교 풍경과 차량을 기다리는 모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