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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속리산 묘봉 그 매력속으로

어제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말끔하게는 아니지만 산행하기 좋을 만큼 개어 있었다.

서부산악회의 산행날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 터

그래도 비를 거둬준 하늘님 고맙습니다.

 

충청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속리산, 그 산줄기의 한 봉오리 묘봉

오늘 가야 할 길이다.

잘 아는 산이니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일까?

산행기점을 잘못 들어 한 시간을 흘려버린 다음에야 오늘의 산행기점인 신정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신정리를 향해 가면서 도로에서 보이는 눈에 익은 봉오리들

사진에서 보았던 묘봉능선의 바위와 어우러진 곡선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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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큰 도로를 벗어나 좁은 비포장길을 아슬아슬하게 한참을 달려 우리를 내려주었다.

모처럼 선두에서 출발해 이정표상의 묘봉을 향해 열심히 걷는데 자연인님이 부른다.

그쪽이 아니란다.

오랫만에 잠시나마 선두에 서나 했는데 몇 분을 못 버티고 중간에 끼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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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따라 시작된 산길은 본격적인 오름길로 접어들자 자꾸만 걸음이 느려진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오늘은 땡벌님이 오셨으니 봉침 맞을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다.

 

힘들게....정말 힘들게..올랐다.

그래도 선두그룹에서 쉬면서 기다려주어서 가끔씩 선두가시는 분들의 얼굴을 볼 수 있어 좋았다.

한시간여 오른 후에 도착한 능선상에 올라설 수 있었다.

잠시 쉬면서 사진도 찍고 풍경도 감상하는 동안 날쌘 두 분이 뒤쪽의 바위봉오리를 향했다.

가고야 싶지만...힘을 아끼기 위해 참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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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출발 한구비를 겨우 돌았는데 걸음을 멈춰야했다.

떡 가로막고 서 있는 커다란 바위에 드리워진 두 줄의 밧줄....... 그 앞에서 줄지어 멈춰선 사람들.

정체가 심하긴 하지만 나에겐 어쩌면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밧줄 옆으로 오를 수 있을 것 같아 오르기 시작했는데...중간쯤 올랐는데 오르지도 내려가지도 못하겠다.

별 수 없지 아래 보이는 반달곰님께  SOS .....앞에 계시던 산 사람님과 맑은바다님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올라왔다.

덕분에 정강이에 시퍼런 멍이 들고 말았다.

 

(처음 찍어보는 파노라마사진인지라 합성이 좀 서툴긴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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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객들이 많이 찾은 이유도 있었지만 정체되는 구간엔 어김없이 아찔한 로프구간이 있었다.

줄에 몸을 의지한 채 바위와 하나가 되어 올라오고 내려오는 사람들

 

(한쪽에선 로프를 잡고, 또 다른 한쪽에선 바위와 나무에 의지한 채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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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며 일행들이 어느정도 내려오는것을 본 다음에 다시 출발하여  한구비를 돌아 오르자

앞에는 지나온 길의 멋진 바위봉오리 그리고 저만치에 멋진 마당바위?가 보인다.

저 곳도 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멋진 풍경을 사진에 담아둬야겠다.

커다란 바위들이 서로 기대고 서 있는 바위문...그 길이 마당바위 가는 길이라는데  정체도 될 뿐더러 길이 너무 험하단다.

그냥 바위구멍만 한번 건너보고 다시 되돌아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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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앞이 확 트였다.

바람은 또 얼마나 시원하던지

쭉 뻗은 속리산의 산줄기가 너무나 아름답다.   멀리 시설물이 보이는 곳이 문장대라했다.

이런 풍경을 집 앞에 옮겨다 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좋을까?

산이 내게로 왔대로 이렇게 뿌듯하고 가슴속까지 시원할까?

내가 찾아왔기 때문에... 땀 흘려 다가왔기 때문에 더 크게 느껴지는 희열이 아닐까

이 바람 한 줄기,  눈앞에 펼쳐진 풍경 하나로도 오늘 흘린땀의 보상은 충분히 되고도 남음이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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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단풍나무는 벌써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다.

짙푸른 녹음속에서 부지런히 가을을 준비하는 단풍나무잎들이 또 다른 행복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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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정체가 시작되었다.

언제 움직이게 될지.....구본오회장님께서 정체도 되는데 점심이나 먹고 가자고 하신다.

옆으로 비껴 장소를 찾는데...마땅한 자리가 없다.

바위구멍틈으로 보니 반대편이 널직해보였다.

돌멩이가 끼이지 않을만큼 널다란 바위틈이라서 빠져나가보니 경사가 좀 있는 낭떨어지이기는 하지만

몇사람씩 쉬기에는 괜찮을 듯 싶어 사람들을 불렀다.

산 사람님이 과일이며 부침개며 몇가지를 주섬주섬 풀어놓았지만

아찔한 경사의 내리막길의 사람들과 건너편 바위의 사람들을 보느라 먹을 생각도 나지 않는다.

어느 팀인지는 (자일?이라고 부르나요?) 줄을 가져와 한명한명 내리고 있었다.

고리를 연결해주던 분이 한 아주머니에게 고리를 걸면서..에구  허리가 너무 가늘대나.....부러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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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한참을 쉬었다. 

남부대장님이 부르신다.  영문을 몰라 좀 망설이다 따라가보니 색다른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60도쯤 될까 널찍한 경사면 바위끝에 두 사람이 앉아 줄을 잡고 있고 한사람 한사람씩  그 줄을 잡고 건너가고 있었다.

뒤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래도 여잔데...혹시 먼저 건너가라고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챙겨주는 사람도 없고 ㅠㅠ

에라모르겠다.  그냥 평지걷듯 살방살방 바위를 통과했다.

그곳에서 간을 한번 더 떼었다 붙였으니...자연인과 남부대장님때문에....

장난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다.   바다님이 생명의 은인이 되었단다.

오늘 내 간을 노리는 사람이 많아 몇번이나 떼었다 붙였다해야했으니  산호자님때문에...산 사람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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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하게 그 곳을 지나 깊은산 속 옹당샘을 지나 상학봉에 도착했다.

사다리를 오르는데..이게 고정된 사다리가 아니다.

사다리를 오르다 사다리와 함께 굴러떨어지는 꿈 숱하게 꾸었었는데....

아래에서 보기와 다르게 상학봉 바위는 넓지가 않았다.

아래는 낭떨어지니 사람 조심해야겠다.

어느 산악회에서 그곳에서 단체사진을 찍겠다고 사람들을 부르는 바람에 서둘러 내려와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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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와 나무와 사람과..그 모두를 넉넉하게 품고 있는 산...그 절경앞에서 나 자신마저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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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위로갈까?   설마 저만한 구멍에 끼이기야 할라구 호기 있게 들어섰다가 다른 산행객의

도움을 받아 겨우 바위틈새를 빠져나가는 아주머니 때문에 한바탕 웃음

그런곳을 가볍게 빠져나왔으니 대한민국 표준이라해도 뭐라 할 사람 없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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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 보이는 멋진 암릉을 바라보며 그 아래로 얼마를 걸으니 암릉 표지판이 나왔다.

그곳에서 묘봉까지 300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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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까말까 망설이다 아쉽지만 그냥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선두에서 다녀오는 사람들의...볼 거 없다..라는 말을 믿는 건 아니지만 욕심부리다간

더 큰 민폐를 끼치게 될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산길은 의외로 싱거웠다.

2.4킬로라는데 얼마 걷지 않은것 같은데 주차장이 보였다.

주차장 옆에서 잘 익은 다래를 따 먹는 것으로 오늘의 주산행을 끝냈다.

 

이제 임도를 따라 걷는 일만 남았다.

아마도 오늘은 일찍 내려가 밥상을 차릴 수 있겠다며 걸었는데..벌써 내려가신 분들이 여럿 계시단다.

그래도  모처럼 밥상한번 차리겠다고 맑은바다님 뒤도 안돌아보고 내빼고

덩순이랑 둘이 내려오는데  한무리의 일행들이 탁족을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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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물만 묻히고 서둘러? 먼저 출발했다.

저만치 차가 보이는가 했는데  "건배" 우렁찬 외침소리가 들려온다.

힘도 들고 밥을 몇술만 뜨려 했는데 산 사람님이 주섬주섬 내어놓는 매실장아찌며 나물무침을 보니

안되겠다.  한주걱 더 먹어야지.

김치하나로도 맛있고 충분한 산행후의 식사...산행의 또 다른 맛이다.

 

 

산행도 못하면서 회원님들을 위해 솔방울님이 애써 준비해준 아욱국을..관리부실로 먹지도 못하고...

그저 내려와서 맛있게 먹을 생각만 했지 끓여놔야 된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으니..

불량주부 맞는가보다

신청한 회원님들 중에 여러분들이 빠지셨는데

손하나로님과 이종훈님 두 분은 사고로 참석을 못했다고 한다.  두분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오늘 함께하신 님들 고생하셨고 정말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밧줄하나 타고 오르면 온 힘이 빠져 힘들었다는 덩순이님....그래도 스릴있어 좋았다하네요

이제 바위까지 접수...산행기까지 쓰겠다고 나서면 어쩌나 걱정이 됩니다.

그러면 서부에서 내 설자리가 없어질텐데....

 

그리고 바위에서 도와주시려는 손길을 내밀어 주셨던 분들..고맙습니다.

가끔 그 도움의 손길을 마다하는 바람에 멋적어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죄송합니다.

제가 좀 굼떠서..바위와의 교감에 시간이 좀 걸려서 그런것이니 오해없으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