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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가을빛을 배웅하다....홍동,백월산

2008.  11.  9  일요일

 

속리산 종주의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을것 같은데 경찰산악회의 정기산행이 공지되었다.

기다렸던 내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바다님이 통째로 신청을 해 놓았고

서부의 식구들이 여럿 함께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찌 주인집인 경찰산악회 카페에 죽~ 올라와 있는 못간다는 메세지에 웃음이 나왔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아마도 그래야 될 것 같은 예감...

 

손하나로님과 산호자님의 애마를 달려 해미읍성에서 1차 집결지로 향하는데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것이 보여  괜한 기우였구나  싶었는데

그냥 나들이 행락객들을 우리 일행인줄 착각을 한 것이었다.

그곳엔 괜차뉴님 내외분과 옥녀봉내외분 산 사람님 자작나무님 천수만님  일곱분이 나와계셨다.

합이 열셋

차량 세대로 출발해 일단 산행들머리인 수덕고개에  도착했다.  식당가 앞의 커다란 느티나무의 단풍이 무르익은 가을정취를

흠뻑 풍기고 있었다.

지난해 늦은 봄  네개의 산을 넘던 그 마지막 고개...

앞에 보이는 덕숭산 오름길에 너무나 힘들었던 기억이 어제일만 같았다.

그곳에 일행들을 내려놓고  날머리에 회수차량을 준비하기 위해 괜차뉴님, 손하나로님, 산 사람님은 다시 출발

그들을 기다리며 아주 천천히 천천히 몸을 풀고 홍동산 산행을 시작했다.

 

 

 

 

홍동산 오름길은 완만하여 수북히 쌓인 낙엽을 밟으며 가을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끼며 걷기에 참 좋았다.

더구나 뒤에 올 사람들을 생각하니 걸음에 한결 여유가 생겨 더 좋았다.

한참을 오르니 지난해 산행때 용봉산에서 올라왔던 갈림길에 닿았다.

이제부터 가는 길은 처음 만나는 길이지만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길이다.

완만한 능선을 걸어 홍동산 정상에 도착했다.

별 특징 없이 홍동산정상이라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표지판

소나무 위에 걸린 흰구름이 내 마음을 하늘높이 두둥실 띄워주었다.

가야할길 반대쪽으로 몇걸음 걸어가니 몇개의 바위앞에 펼쳐진 산들....가야산 덕숭산 용봉산.........

그곳에서 앞서가던 선두팀을 만나 열명이 나란히 걷는데 기분이 좋았다.

 

 

어느순간 불에 탄 기둥만 남은 나무들과 억새..단풍든 참나무군들....

고통에 몸부림쳤을 그 나무들마져 주변과 어울려 너무나 평화로워보였다.

그렇게 한참을 평화롭게 걷다가 갑자기 시작되는 유격훈련

그냥 앉아서 후미를 기다리자 말씀을 하실 일이지 그렇게 뺑뺑이 돌리는 산호자님의 진의는?

그렇게 알바를 한 후에 후미를 기다리며 간식을 먹으며 쉬었다.

까치고개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으나 미쳐 그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어느새 길을 앞서 도착해버린 선두팀

날으는 산꾼들만 모였으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열세명의 일행들이 모두 모여 까치고개에서 잠시 쉬었다.

 

 

 

 

바다님이 오리알을 삶아 오셨다는데

선경지명이 있는것인가  두당?  표현이 좀 그런가  1인당 한개씩 딱 맞춰 가져왔단다.

기본이 세개인 손하나로님께 양보하리라 말을 뱉어 놓았는데 먹을것에도 견물생심이 통하는 것인지

조금전에 회수차량담당팀을 기다리면서 간식을 먹어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알이 닭알도 아니고 오리알인지라

까치고개에서 잠시 쉬며 껴내놓기가 무섭게 냉큼 하나를 먹어버렸다.

 

 

일월산 오름길은 이제는 소리를 잠재운 교회 종탑을 지나 호젓한 밤나무 숲길로 시작되었다.

그도 잠시 계속 이어지는 오름길은 갈잎들이 사각사각 속삭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힘이 들었다.

일행들을 따라가다가 어차피 올라가서 점심을 먹는다하니 물을 끓일동안 느긋하게 올라도 되겠다 싶어

조금씩 쉬어가며 오르지만 여전히 힘이 들었다.

후미에서 함께 걷던 옥녀봉2님.  나를 처음 보는것 같단다.

이궁... 나는 다불 몽 아미산에서도 뵈었고 다른곳에서도 여러번 뵈었는데...

내가 별 개성없이 생겨 기억을 못하나보다 하는 생각을 한바퀴 돌려 볼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주나보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정상이 눈앞에 보이는데 앞의 커다란 바위가 강아지 머리같기도 하고 악어입 같기도 하다.

힘도 드는데 쉬어갈겸 사진을 찍는데 산호자님께서 마중을 나오셨다.

바위에서 잠시 건너편을 바라다보니 가야봉을 배경으로 풍경이 멋지다.

꼭대기에서 돌멩이를 부르는 소리에 바라보니 산 사람님과 바다님이 바위에 올라서 있다.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도대체 그들이 어디 있는지 모니터에 보이지 않으니 그냥 감으로 셧터를 누를 수 밖에

조금 당겨 이쪽 저쪽을 살피니 서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정상 정자앞에도 커다란 바위가 떡 하니 길목을 지키고 있어 그냥 지나가게 두지를 않는다.

백월산에도 꽤나 많은 바위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오름길을 달리한 탓인지 기대했던만큼의 바위들은 없었다.

용봉산과 백월산 사이의 어느 마을의  절세미인인 처자를 두고 용봉산 장군과 백월산 장군이 싸웠다는데  아마도 용봉산 장군이 완패를 했나보다.

 

 

 

정자위에선 정말 푸짐한 만찬이 벌어지고 있었다.

방석까지 깔고 자리를 잡고 앉자  오른쪽에 앉아계시던 손하나로님은 드시기에 정신이 없고 ^^*

왼쪽의 산호자님께서 굴이며 떡이며 자상하게 챙겨주신다.

얼마나 기대했던 만찬인데...............

국물을 한모금 마시자 더 이상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림의 떡은 그림이려니 생각이라도 하지...눈앞에 펼쳐진 만찬을 보기만 해야 하는 심정

그냥 힘이 좀 들어서 그려려니  단체사진도 기분좋게 찍었는데........

 

 

해도해도 너무했다.

난 그래도 더는 싫다하는 내 위장에게,    과수원을 통째로 갖다주어도 마다하지 않을 내가 

귤이며 단감, 사과, 배, 천수만님께서 가져오신 유기농 토마토까지 온갖 과일까지 마다하며 예의를 지켰는데

이미 자리를 튼 것들까지 다 내어놓으라하니 어쩔도리가 없다.

그래도 다 버리고나니 얼마나 속이 시원하던지

손가락 끝에  열송이 붉은 꽃을 피우며  텅 비워버리니 이제서 자유로워진 느낌이다.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내려놓은 배낭을 두리번두리번 찾는데  어느새 산호자님 앞자락에 매달려 있는게 아닌가

이제 정말 가볍게 내려가겠구나

백월산 내림길도 만만치 않았다.  얼마를 걸었을까  길이 보였다.

길이 반가운지 덩순이가 좋아했다.  그런데 산호자님 말씀하시길 한시간반을 내려가야 된다고 했는데

시간상으로 그곳이 종점일것 같지는 않았다.

이십여분을 더 걸어 도로에 내려왔으나  길 건너 저만치 멀어져간 선두팀

지금같은 속도로는 두시간은 걸어야 할거라는 설명...

후미에 함께 걸었던 옥녀봉 내외분은 바쁜일이 있다며 택시불러 돌아간다고 떠나고

덩순이도 무릎도 아프고 그만 걷고 싶단다.

산으로 퇴근한 산호자님께 우리때문에 포기하나 싶어 걱정말고 가시라고 하니 역시 그만 걷고 싶으시단다.

뒤에 쳐지니 자작나무님 역시 의욕을 상실한 듯.

한시간 그냥 길가에 앉아서  회수차량을 기다리지며 한참을 놀았는데..아직도 끝날시간은 멀어보이고

우째 이길은 버스도 안 다니는 길인고.

한참을 걸어 시내버스를 타고 갈산까지,  갈산에서 직행으로 해미까지,  해미에서 산호자님 애마로 서산까지.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오늘 산행도, 귀가길도, 하늘도 무척 변화무쌍한 즐거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