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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낙엽에 몸을 씻다...서대산

2008.  11,, 16일 일요일  날씨.....덥고..안개..

 

길...최영복

 

산행내내 낙엽쌓인 길을 걸으면서 문득문득 위의 시가 떠올라 적어본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내 발다닥이 반짝반짝 깨끗이 닦이겠구나 생각했는데

온몸으로 낙엽속을 굴렀으니 온 몸이 깨끗해져서 돌아온 듯 상쾌하다만..삭신이......영.....

 

충남권에 있는 산인데도 오늘 처음으로 찾게 되는 서대산

오름길이 제법 가파르다는 얘기에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오르고 오르면 태산도 오른다는데.

한발 한발.. 땀 한방울 두방울 흘리다 보면 정상에 닿게 되겠지.

산이 좋아서인지 서부산악회의 명성이 알려져서인지

산행공지가 뜨기 바쁘게 만차가 되어 45인승 좌석을 꽉 꽉 채워 출발을 하였다.

산행 들머리로 들어가는 길가에 단풍이 예쁘게 물들어 우리를 반긴다.

 

9시 40분 산행시작

남들보다 좀 앞서 출발하려는 욕심에 가방을 내려놓고 화장실로 내달렸는데...

저런 입구가 화장실 지나 길이 있었다.

안하던 짓을 하면 꼭 이리 된다니까...항상 배낭을 들고 가다가 놓고 갈건 또 뭐람.

지난 3월 운장산 이후 두번째 함께 산행하는 이종훈님이 주차장에서 마주치자 인사를 건넨다.

대화를 나눠본적은 없지만 먼저 아는체를 해 주시니 고맙고 반갑다.

 

 

서대산리조트를 지나

단풍나무와 참나무들의 낙엽으로 뒤덮인 포근한 길로 산행은 시작이 되었다.

오늘은 유난히 젊고 새로운 회원분들이 많아서인지 여느때보다  걸음이 더 활기차게 보였다.

어제 약간의 비가 내렸고 추워질거라는 예보에 걱정을 했는데  춥기는 커녕 날씨가 너무 참하다.

땀이 한방울 두방울이 아니라  뜨거운 두부자루 짜듯이 흘러내린다.

오름길 초입에 안되겠다 싶어 껴입었던 티셔츠를 하나 벗었다.

이걸 본 산조아 언니..아무말도 안하면 산조아언니가 아니지

"아무데서나 옷 벗지 말라니깐...어디서 훌렁훌렁 벗고 그래.  그렇게 쉽게 벗는거 아니야"  ㅎㅎㅎ

뒤에 따라오던 사람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감기의 후유증인지, 세월 탓인지...오늘도 꼴찌를 면하긴 글렀겠구나 싶었다.  굳이 면할 생각도 없지만서도 말이다.

이름표를 달고 서 있는 첫번째 바위..용바위란다.

마주선 커다란 두개의 바위...왜 용바위인지 의아했는데 오르다보니 이해가 되었다.

실력이 부족해 사진으로는 표현이 안되었지만  용이 입을 벌린듯한 형상이 보였기때문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오름길의 거친 바위돌들...

사람의 발에 많이 밟힌 어떤 돌조각들은 등푸른 생선같이 날 선 푸른빛이 아름답게 보였다.

밟히고 구를수록 더 아름답게 가꿔지는 돌들....나도 언제쯤 아름다운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까?

 

두번째 이름표..마당바위

제법 덩치가 크기는 했지만 마당이라 하기에는 웬지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성큼 마당바위 위에 올라서시는 푸른뫼님...

아마도 당진 아미산 산행때부터였을것이다.

산행내내 잘 챙겨주시고,  힘들면 끌고 밀어도 주시고,  멋진 풍경앞에서 남들 사진을 찍기만 하는 내게

카메라를 받아들어 내 모습을 찍어도 주시니 고마우신 분이다.

오늘도 마당바위에 올라서  바다와 나는 바위위의 푸른뫼님을 찍고, 푸른뫼님은 아래 서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찍어주셨다.

우연히 내 옆에 서 있던 사람.. 오늘 처음뵈니 누군지 모르겠지만 인상이 환하니 잘 생겼다.

사진을 찍다가 이왕이면 나란히 서라는 말에 웃으며 나란히섰다.

 

 

왜이리 힘들어하냐며 등을 밀어주시던 달리기님은 이쯤에서 어디론가 사라지고

항상 후미에 함께하시던 산호자님은 처음부터 보이지 않는다.

짐을 통째로 떠맡게 될까 걱정이 되셨는가?  떠넘길 짐도 없는데..^^*

저만치 앞서가던 솔방울님

큰 목소리로 "돌멩이 힘내"를 외치니 후미대장 산조아 언니..돌멩이가 힘을 내던지 말던지....궁시렁거리신다 ㅎㅎㅎ

 

제법 가파른 경사에 쉼없는 오름길.

큰 바위들이 많았지만 아직까지는 딱히 마음에 와 닿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또 하나의 이름표를 달은 신선바위...

올려다보니 아무리봐도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다 싶어 올라가서의 모습이 사뭇 궁금해진다.

 

 

 

조금 더 오르니 공중을 가로지르는 가느다란 다리가 까마득히 높게 보인다.

한구비를 돌아 다리 입구에 다다랐다.

30센티도 안될것 같은 폭의 다리에 발을 올려놓았는데..웬걸 여태까지 건너보았던 다리와는 느낌이 다르다.

모선으로 가는 작은 뗏목을 탓을 때처럼 금방이라도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기울것만 같고

다리를 꽉 채운 사람들을 보니 이거 중량초과된건 아닐까 걱정이 되어 로프를 잡은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가는데

그래도 사진은 찍어야 되겠기에 한손으로 줄을 꽉 움켜쥐고  신선바위며  올라온 골짜기와 앞서 걷는 사람들을 겨우 담았다.

구름다리 건너편으로 바라보이는 신선바위가 이제서야 이름에 걸맞는 위용을 드러내고 서 있다.

 

 

구름다리를 지나  도착한 멋진 바위....바위위에 덩순이의 모습이 보인다.

먼저 도착한 일행들의 분주한 모습들.....

 

 

 

 

이건 모델이 좋기를 하나.  그렇다고 걸음이라도 빨라 자리라도 빨리 차지해야 되는데 그것도 안되고.....

멋진풍경을 배경으로 서 있는 사람들 모습이나 열심히 담아야지.

그래도 멋진 곳에선 한장 찍어준다며 카메라를 받아드는 푸른뫼님과 덩순이님 때문에 증거를 남길 수 있으니 고맙다.

우뚝 솟은 바위가 사자바위라는데...  아무리봐도 가까이 갈 수 없는 용봉산의 한쌍의 사자만 못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멋진 모습이다.

 

 

저 바위는 또 어떤 이름일까?

웬지 다정해보이기도 하고, 은밀해 보이기도 하는 모습의 바위를 지나 장군바위(또 다른 이름이 있었는데 생각이 나질 않는다.)를

오른쪽에 두고 통과하게 되는 커다란 석문앞에서 한참을 지체했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풍경이었기 때문이다.

호랑나비님도 바위를 무척이나 좋아하나보다.  한식구로 보이는 젊은이들..(호랑나비님, 셩이님, 손초딩님) 무척이나 즐거워한다.

석문을 빠져나와 후미 단체사진을 찍는다며 모여서는데.....웬지 심통이 나서

렌즈의 절반을 가리는 바위위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그들을 향해 내달렸다....잠시 후 찰칵

 

 

 

 

한구비 돌자 잎들을 다 떨군 나뭇가지 사이로 거대한 바위가 떡 버티고 서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거북이 머리 모양 같기도 하고...

먼저 도착한 후미팀은 그 바위위에서 즐거워하며 포즈를 취하고, 아래에서는 맑은 바다님 사진찍기에 바쁜 모습이다.

지금까지도 선명한 조망은 보여주지 않았었지만 서서히 안개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용꼬리님 이하 몇몇은 자리잡고 앉아서 식도락을 즐기고, 자연인님 이하 몇몇은 몇미터 앞쪽의 전망좋은 바위로 떠나고

텅빈 바위에 뒤늦게 올라 주변을 둘러본다.

안개사이로 우뚝솟은 작은 소나무 봉오리가 내려다보이고 그 풍경이 멋있어, 언제나 생글거리는 셩이님을 앉혀놓고 사진 한장.

그리고 희미하게 보이는 건너편 봉오리의 사람들을 몇장 찍고는 발길을 되돌린다.

아마도 그곳에서는 지나온 길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을것 같아 돌아서는 발걸음이 조금 아쉽긴 하다.

 

 

 

 

드디어 충남에서 제일 높다는 서대산 정상이다.

정상 표지석은 멋없이 삐죽이 서 있고,  돌탑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이미 누군가 새겨 놓았다.

"모든이의 건강과 사랑과 행복이 영원히 함께하길"

오늘 함께한 모든 이들에게 건강과 사랑과 행복이 영원히 함께하길..........

 

 

이제 하산이다.

하산길은 내겐 오름길보다 더 조심스럽고 걱정스러운 길이다.

다른길로 빠지지 않기 위해 확인을 해가며 열심히 내려갔다.

얼마를 내려갔을까?

분명 길을 따라 왔는데, 수북히 쌓인 낙엽속에 길은 묻혀 보이지 않고 까마득한 경사길.

에라 모르겠다. 푹신해 보이는 낙엽을 믿고 그냥 굴러보기로 했다.

워메 재미있는거....

그래도 안전을 생각해 방패막이가 되어줄 나무를 향해 구르고 또 다음 나무를 향하여 구르고 신나게 구르는데....

친구가 걱정을 한다.

들쥐배설물이라도 있으면 어쩌려고...

그리곤 "너 이것도 건너뛰었어" 하면서 커다란 돌조각을 주워 보여준다.

신나게 구르느라 어디에 부딪치는지 어디가 아픈지도 몰랐지만, 아마도 어딘가에 전치 삼주이상의 멍이 들지도 모르겠다.

푸른뫼님은 날더러..남들보다 심장이 큰 모양이라고..^^*

지난번 묘봉산행 때도 그렇고...

 

 

 

모두들  구르고 넘어지고 하면서 낙엽계곡을 내려오는데

커다란 돌덩이가 굴러 떨어진다.

모두들 놀래서 피하고, 나도 한발짝 옮겨 몸을 피하는데 배낭에 걸린 다래덩굴이 꼼짝을 못하게 한다.

다행히 그 큰돌은 아무도 맞지 않았지만

오늘 짝꿍을 이룬 바람향기님과 맑은 바다님이 발목과 손등에 돌을 맞았다.

돌 맞는 것까지 짝꿍끼리 나란히 하다니...아무리 의리가 중요하다지만...이건 좀...

 

가파른 경사를 내려와 겨우 한숨 돌리고 왼편으로 길을 트니 커다란 바위아래를 지나는데 이것이 병풍바위란다.

모습을 보니 빙 둘러선 모습이 그럴듯하다.

이곳에서 후미일행들 합류...다시 하산 시작

여전히 가파르고 미끄럽고 힘든 내림길이었고,  양쪽의 사면 또한 얼마나 가파른지  까마득한 낭떨어지에 한눈을 팔 수가 없다.

여차하면 미끄러지는 사람들 때문에 심심하지 않은  하산길이 되었다.

 

 

 

거의 다 내려와서 낙우송 숲 근처에서 다시 길을 찾느라 잠시 휴식

곧게 뻗은 줄기와 노랗게 물든 잎이 무척 아름답다.

내림길 내내 앞에서 산 사람님께서 길을 찾고, 헤치고 안내하셨다.

 

한참을 가니 숲속에  작은 연못이 있었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나중에 산행사진을 보니 그 물가를 걸어 온 일행들이 있었는데..그 물가를 걷지 못한것이 아쉽다.

내려와서 되돌아본 산 능선길이 멋졌다..

1시 59분...  하산 완료

마을표지석을 지나 커다란 단풍나무 아래에서의 점심으로 오늘 산행을 마무리했다.

 

 

 

 

시원해보이는 김치국과 밥을 받아들고 자리를 잡았는데....생각같아서는 한 그릇 거뜬히 비울 것 같은데

먹을 수가 없었다.

불판이 멀찍이 떨어진 관계로 옆에 계시던 어떤 분께서 종이컵에 열심히  고기를 덜어 주셨는데도

넘길 수가 없었다.

아마 오늘도 내 몸이 너무 힘이 들어 밥 먹을 힘조차 남아있지 않은가보다.

지난 경찰산행때도 아무것도 먹지 못했는데... 좀 걱정스럽다.   걷는 것에는 무리가 없을만큼 괜찮은데

왜 음식은 먹을 수가 없는 것인지

정리도 못하고 차로 돌아와 쉴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은 짧았지만 낙엽속을 구르는 재미까지 듬뿍 맛 본 알 찬 산행이었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