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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송년산행..북한산

2008.  12.  28일 일요일

 

이웃인 뫼사랑산악회에서 북한산을 간다는 공지를 보았다.

몇해전 백화사를 기점으로 의상봉까지 다녀온 것이 북한산 산행의 전부인지라 코스도 짧고 시간도 적당하여

함께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현태아빠와 산조아언니 백조 언니 등 서부 식구들이 있어서 더욱 더 마음놓고 따라갈 수 있었다.

7시 광장 출발

버스를 타고보니 산조아 언니의 부군이신 멋쟁이 김상근님도 오셨다.

신청자에서 이름을 보고는 혹시나 했었는데.... 뒷쪽으로 오셨기에 인사를 드렸다.

 

오늘 산행은 서울 어느 산악회원 몇분이서 길안내를 해주기로 하였단다.

아홉시가 조금 넘어 약속장소에 도착하였으나 서로 연락이 잘 안되었는지 10시에 만나기로 하여 한시간 가까이 기다려야만했다.

 

어느 동네인지 효자비에서 시작한다는 산행기점에 도착하여 10시 30분쯤 산행 시작

오름길 초입은 참나무잎이 잔잔하게 깔린 포근한 길로 완만하게 시작되었다.

멀리 희끗희끗 잔설이 보였지만 그때까지만해도 길이 미끄러울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오늘 아가씨들의? 보디가드가 되어주겠다는 현태아빠의 말에 마음이 든든하다.

저만치 앞에 구절초님이 보인다.

카페에서 꼭 나를 아는것처럼 답글을 달아놓아 혹시 "풍경"이라는 사람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모른단다.

그런데 왜 아는체를 하셨느냐고 하였더니 말을 들었단다.

그런데 풍경이 서부의 돌멩이라는 것을 어찌 알았을까?

 

몇개의 갈림길을 지나고 조금씩 암릉길이 시작되었다.

바위위로 엉금엉금 기어 오른다.

육산을 걷는것보다 바윗길을 걷는 것이 체력소모가 훨씬 많은지 얼마 안 올랐는데도 숨이 차오른다.

첫 바위구간을 오르면서 산조아 언니와 함께 오르던 향기님(나중에 알았다)은 내가 아는 다른 산악회의 어느분과 너무나

닮아서 놀랐다.

바위 한구간을 지나서 잠시 휴식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 함께하는 산악회인지라 회원들의 얼굴을 잘 모르니 누가 누구인지 몇분을 제외하고는 잘 모르겠다.

위쪽으로 바위길이 보였으나 힘이 들어 그냥 우회도로로 진행했다.

조금 후회스럽다.

미끄러운 바위를 죄회해 진행하는데 한그루 소나무 건너로 설교벽과 인수봉의 뒷모습이 너무나 멋지다.

서부 식구들 사진을 찍으려는데 완전 벼랑위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아찔했다.

뒤에 오는 산행객이 위험하다며 조심하라고 한다.

오면서 바라보이던 도봉산과 도봉산의 오봉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언젠가는 거기에도 가 봐야지

 

한참을 걸어 커다란 전망바위에 도착했다.

전망바위에서 잠시 주변을 조망하고 땀을 좀 식히고 사진도 몇장 찍었다.

멋진 풍경이 많았으나 따라가기 바빠서,  그리고 아찔한 벼랑때문에 한눈팔 수 없어서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그 바위를 지나고 나서 산행객에게 물어보니 그 큰 바위아래가 해골바위라고 했다.

건너편에서 바라보면 커다란 두개의 눈 하며 해골하고 똑같이 생겼다고

 

바위가 살짝 얼어붙어 걸음이 몹시 조심스럽다.

짧은 바위능선을 지나고  앞을 막은 바위를 왼쪽으로 돌아 나오니 눈앞을 탁 가리는 커다란 바위벽

숨은벽이란다.

아찔하면서도 아름답다.

숨은벽 뒤쪽으로 인수봉의 뒷모습이 보였다.

숨은벽 앞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 다시 바위너덜길을 올랐다.

그곳이 Y계곡이란다.

뫼사랑의 일잔파들이 한잔을 위하여 그곳에서 짐을 풀었으나  아무도 잠시 쉬어가라며 잡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식구가 좋은가 보다.

미끄러운 구간에서도 아무도 덩순이를 챙겨주지 않더라고...

버스에서 내릴때도 아무도 먼저 내리라고 양보하는 신사가 없었고,  쉬면서도 과일한쪽 먹어보라며 권하는 이 없었다.

 

목표지점을 바라보며 길을 찾으며 한발한발 올랐다.

짦은 다리로 오를 수 있을까 싶은 바위가 있었지만 그냥 올라보니 어찌어찌 올라설 수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산조아언니와 덩순이는 다른길을 찾아갔다가 금방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언니..다리 짧다고 미리 포기하지 말아요.^^*

목표를 눈앞에 두고 가파른 바위에  양 옆으로 로프가 드리워져 있었다.

한쪽은 사람들이 아예 오를 생각을 하지 않는지라 한번 매달려 보았는데...중간쯤 오르니 내 힘으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무리하다가 괜히 사고라도 나면 싶어 내려다보며 어찌하면 좋을지를 물었더니 내려와서 다시 올라가라고 한다.

하지만 내려가고 싶은 생각이 없다.

다행히 옆에서 오르던 현태아빠가 반대쪽 로프를 잡아주며 붙잡으라고 한다.

다리를 벌리니 반대쪽 바위에 발이 닿아 다행히 옮겨갈 수 있었다.

이것이 나중에 산조아언니한테 놀림감이 될 줄이야...

좁은 문을 들어서니  또 다른 일행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올려다보니 양옆으로 커다란 바위가 버티고 서 있다.

비행접시 모양을 닮은 바위가 백운대이고  사람들이 로프에 매달려 있는 오른쪽의 바위가 인수봉이란다.

사진에서나 보던 거대한 바위봉오리를 눈앞에 두고 보니 신기하기만 하다.

휴식을 끝내고 앞서는 백조언니를 따라 서둘러 내려서는데..어라?  다들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백운대 오르는 길이란다.

하마터면 백운대를 오르지 못하고 그냥 내려올 뻔 했으니......설마 백운대가 돌멩이를 그냥 보내지는 않았겠지.

 

한구비를 돌아 백운대 오르는 계단이 시작되는데...시작이 어디인지..개구멍치기하여 들어가야만했다.

하얀 성벽과 그 위의 바위...그리고 맞은편 건너 보이는 사모바위

계단이 끝나고 바위가 시작되자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도 많았을 뿐더러 바위가 미끄러워 제대로 속도를 내지못해

한참씩 기다려야만 했다.

대부분 오르고 내리는 방향이 일정했지만 어느 구간에서는 방향이 바뀌어 조금 불편했다.

마음같아서는 로프를 벗어나 바위를 기어오르고 싶었다.

그래도 충분할 것 같았지만 혹시나 싶어 참고 천천리 꼬리를 따라 올랐다.

백운대 오름길 초입에서 사진을 찍느라 일행들의 꼬리를 놓쳐버렸다.

멋진 풍경을 그냥 놓치기는 아까워 혼자서 셀카를  찍었지만 커다란 내 얼굴이 풍경을 가려버렸다.

옆에서 보던 산행객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지만 사양했다.

앞에서 산조아언니의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 앞에있던 구절초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니

나에게 카메라를 들이민다.

내 대신 산조아 언니를 찍어주라는 말이었는데... 

 

백운대 정상부는 바위가 살짝 얼어있어 상당히 미끄러웠다.

덩순이는 정상부 바로 아래에서 포기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정상부에 오르는데 사진을 찍으면서 빨리 오란다.  앞에 막힌 난간을 뛰어넘어 얼굴을 들이밀었다.

백운대 정상에서 보이는 하늘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몇해전 월출산에서 보았던..그 우주에 갇힌 듯한 느낌...

한쪽이 트여서 섬같은 느낌은 없었지만 비행접시를 타고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여유로움

아~ 정말 멋지다.

앞에 보이는 인수봉에도 오를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내려가는 길은 더 조심스럽고 힘들었다.

난간을 힘껏 부여잡고 한발한발 조심스레 내려섰다.

뿌연 안개에 조망이 맑지는 않았지만 산너머 내려다보이는 시가지가 아름다웠다.

위문을 거쳐 도선사로 내려가는 길

잘 다름어진 등산로를 따라서 내려가는 길도 아름다웠다.

도선사에 들리고 싶어 얘기를 꺼냈더니..산조아 언니 왈

눈치없다고 구박을 한다.

꼴찌인 주제에 그것도 남의 산악회 따라와서....

그냥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뿐..가지 못할거라는 걸 알면서도 아쉬움에 말을 꺼내보았던 것인데..

눈치가 있었으면 서부에서도 벌써 퇴출되었을거라고 그랬더니

아마도 스트레스 때문에 배겨나지 못했을거란다.

내가 모르게 욕들 무지하게 많이 했나보다.

이럴땐 눈치없는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내려와 도선산장에서의 김치찌개와 먹는 점심 너무나 맛있었다.

사람들도 좋았고, 아무런 간섭없는 분위기도 내 마음에 들었지만

좀 불편하기는 해도 각자 자기 소개는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행이면서도 누가 누군지 도대체 알길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하나하나 누구냐고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고.

아뭏든 덕분에 멋진 북한산을 산행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 산행은 북한산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삼각의 핵심인 인수봉과 백운대 그리고 만경대를 코앞에서 보았으니

북한산의 정기를 듬뿍 받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