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3
3일 : 산조아님, 솔방울님, 맑은바다님, 돌멩이
새해 첫날의 해돋이 산행을 빼면 2009년도의 첫 산행
백화산을 간다기에 마침 전화가 온 친구에게 니도 백화산으로 온나..얘기를 했는데
차머리가 엉뚱한데를 향해 달리고 있다.
추어탕이 맛있다는 운산면소재지의 어느 골목길
가는날이 장날 아니랄까봐 문은 닫혀있고
전화로 그 집 주인의 안내를 받아 찾아간 식당에서 곱창전골로 얼큰하게 점심을 먹었다.
산조아 언니가 안국사를 안내하시겠단다.
내겐 처음듣는 사찰명인지라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했다.
길치인 나는 또 찾아가라도 찾을 수 없게 구불구불 길을 달려 도착한 안국사
전각들은 보이지 않고 커다란 돌문 계단을 올라가니 널찍한 공원에 커다란 돌들이 나름대로 놓여 있었다.
산조아언니 설명에 의하면 이곳은 돌멩이한테 기도를 하는 곳이라나.
맞은편엔 고려시대의 것이라는 한개의 탑과 석불입상 세 분이 나란히 서 계셨다.
잠시 둘러본 뒤 산으로 향했다. 무슨 산인지도 모르고 그냥 오른다.
여름내내 낙엽들이 청소를 열심히 한 때문인지 하늘은 너무나 파랗고, 햇살은 봄볕처럼 따스했다.
곳곳에 잔설이 하얗게 쌓여 있었지만 겨울다움을 전혀 느낄수가 없는 날이었다.
임도를 따라 오르다 운동기구가 몇개 설치되어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나 있는 산길을 올랐다.
눈이 쌓인 계단길이 미끄러워 조심스러웠지만 아름다운 길이었다.
십여분 올랐을까? 전망대가 보였다.
올라보니 전망대가 아니라 "안국관찰대"라는 현판이 붙어 있었다.
안국관찰대 위에 올라서니 시야가 멀리까지 확 트였다.
대산 망일산도 보이고, 왜목마을 근처의 화력발전소도 보이도 바다도 보였다.
이곳이 고향이라는 산조아 언니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어릴적 다녔다는 학교며, 교회를 알려주었다.
이곳에서 조금 더 오르니 은봉산 정상이었다.
정상엔 벤취 두 개가 마주 앉으면 무릎이 닿을만큼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곳에선 또 운산 음암 서산쪽이 시원하게 조망되었다.
소녀시절의 첫사랑을 추억하시나..산조아 언니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하게 하십니까?
햇살을 등지고 앉으니 등이 따듯하니 너무 좋다.
오늘같으면 개나리 진달래가 금방 피어나겠다는 얘기를 나누며 햇살을 즐겼다.
다시 되돌아 봉화산으로 향했다.
널찍하게 닦아놓은 길을 따라 십여분을 올랐을까
봉화대가 보이고 그 아래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첫번째 주자는 우리가 올라오자 마자 한번의 실패 후 하늘높이 떠 올랐다.
두번째 주자가 날개(캐너피)를 잡아 달라고 했다.
커다란 날개 중간중간에 서서 날개를 잡고 날아오르기를 기다렸다.
세번째 주자가 장비를 풀어 놓자 서슴없이 달려들어 날개를 펴는 총사들
한번의 경험에 자신이 있었는지 순식간에 날개를 펴서 중간중간을 잡고 뿌듯한 표정으로 서 있는데
줄이 꼬였는지 줄을 잡고 한참을 실랑이하던 세번째 주자
"날개를 거꾸로 폈으니 뒤집으란다."
어떻게 뒤집으라는 소린지..모두들 얼른 감을 잡지 못해 "이렇게요?" " 제가 저쪽으로 갈까요?" 하며 어수선한데
답답한 주자 줄을 당겨 뒤집어 준다.
몇번의 실패 후에 겨우 하늘로 떠오르는 모습을 보니 안도감과 함께 그때서야 나도 날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랗고 빨간 날개를 두 팔인양 활짝 펴고 하늘을 유유히 날으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하늘을 나는 듯 상쾌했다.
저만치 날아갔다가는 다시 돌아와 고마움을 표하고는 다시 저만치 사라졌다.
그들이 하늘을 나는 것이 마치 우리들 덕분이기라도 한 듯이 뿌듯한 마음으로 돌아서는데
풀밭위에서 카메라를 주워들은 맑은바다님
아까보니 사진을 찍던데 떨어뜨리고 날아가버렸나? 하고는
눈 한번 꿈뻑하고 다시보니 내 카메라다.
주머니에 넣었는데 빠진 모양이다.
"어머 내거네"
아마도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유치환님의 "바위" 가 내 조상인가보다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그 바위말이다.
아닌데 그건 아닌데....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웬만한 일에는 별로 놀라는 일이 없기는 하지만....
(봉화대 안에서 보이는 하늘)
내려오는 내내 일행들에게 씹히며 배꼽잡고 웃었으니
새삼 내 존재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이유야 어쨌든 좀 덜떨어진 돌멩이때문에 일행들에게 웃음의 빌미를 선물하지 않았는가
연초부터 좋은일이, 웃을일이 많이 생기는 걸 보니 올 한해는 분명 행복한 1년이 될것같다.
음매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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