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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나를 만나다/산행일기(2005~2010)

첫선의 설레임.(제천 미인봉)

2008.  08. 17일 일요일

산악회원 41명

장      소 충북 제천 미인봉

 

 

지난해의 설악산 산행이후  이토록 설레이며 정기산행을 기다려본 적도 별로 없는것 같다.

맞선상대의 사진을 미리 받아들고 맞선날짜를 기다리는 처녀의 마음이 이렇지 않았을까 싶게

궁금함과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산행날을 기다려왔다.

드디어 산행날

서산을 출발, 해미에서 용꼬리님 태우고, 행담도에서 돌산님과 산미녀님을 태우고

거시기 휴게소에서 우여곡절끝에 합류하게 된 등반대장님을 태우고 출발하였다.

돌산님 부부..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데 먼곳에서도 자주 참석하여주시니,  제대로 된 대화 한번 나눠본적 없지만

볼때마다 반갑고 또 반가운 분들이다.

 

초입의 길 옆 장승

 

 

주변의 산세를 감상하며 몇시간을 달려 드디어 도착했다.

학현리...생각보다 인가도 드문 한적한 마을이었다.

도로 양 옆으로 멋진 산세가 펼쳐져 있고 길 옆에 세워져 있는 한쌍의 장승도 산처럼 떡 버티고 서 있었다.

산행들머리를 찾느라 잠시 망설인끝에 정방사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산악마라톤대회 표지판이 붙은 들머리를 찾아

산행을 시작하였다.

 

 

초입부터 자연인님 뒤를 따라 씩씩하게 걷는 민석이의 걸음이 얼마나 믿음직스럽던지.

오늘도 산행대장을해도 부족함이 없을듯하다.

나중에 밧줄구간에서 좀 놀랐다는데도 끝까지 씩씩하게 잘 걸어주었다.

산꾼의아들 현태와 현태친구  최군...웬지 초입부터 최군의 힘없는 걸음이 걱정되었지만 산행내내 힘들어하면서도

귀여운 표정을 잃지 않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현태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표정의 남의 아들들..

 

  

산행을 시작한지 얼마안되어 노란 망태버섯을 만났다.

흥미진진한 오늘 산행을 암시라도 하려는듯한 그 모습이 얼마나 반갑던지.

 

 

 

얼마를 오르자 바위길이 이어졌다.

서로 잡아주고 도우면서 오르니 위험하진 않았지만 약간의 습기와 이끼낀 바위가 많아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야했다.

시작한지 오래지 않은 산길옆에 오늘 처음 함께한 앞서가던 젊은이가 지친 모습으로 앉아서 쉬고 있었다.

이제 시작인데 걱정이 되었다.  잘 견디고 이겨내야할텐데...

 

 

 

 

 

 

오르면서 쉴때마다 둘러보는 풍경은 그저 첩첩산중이란 이런것이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충주호의 멋진 물길은 언제쯤 보여줄런지

오르고 또 오르고 또 올랐다.

 

 

오십여분을 오르니 멋진 소나무사이로 시원한 물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위능선길 내내 그 물길을 볼 수 있을터이지만 조급한 마음에

좀더 높은 곳에 올라 물길을 보려고 길옆의 바위를 기를쓰고 기어올라갔다.

내려와 반대쪽을 바라보니 두개의 바위틈새로 미인봉이 멀리 보였다.

갈 길이 까마득하게보였지만 처음 만나는 길에 대한 설레임으로 발걸음이 빨라졌다.

 

 

 

 

 

 

 

시간상으로 이제 족가리봉에 도착할때가 된 듯 한데.....생각을 할 즈음 얼마를 더 가니 나무에 걸쳐진 족가리봉 표지판이 보였다.

그 길 건너편의 바위너머로 다음 목적지인 미인봉이 또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한쪽에 절벽을 둔 둥그스름한 모습이 이름에 비해 멋스러운 모습은 아니었다.

바위와 소나무에 기대어 그 미인봉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모두들 분주하다.

오랫만에 서부와 함께하신 흔신님도 한장,  멀리서 오신 돌산님도 한장....

잠시의 휴식 후 다시 미인봉을 향해 출발

 

 

 

 

 

 

 

 

 

 

 

몇개의 너른 바위를 지나고 멋진 배경으로 서 있는 소나무에 반해 그곳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는데

미인봉을 지나 앞으로 펼쳐질 환상적인 절경의 시작에 불과했었음을 곧 알게 되었다.

 

 

 

오름길을 힘겹게 오르는데 갈래길이 나온다.

오른쪽이 완만하고 지름길로 짐작되었지만 어차피 고생을 각오하고 온 길

고생을 조금 더 해보자 하고 선택하여 오른 그 길 끝이 미인봉이었으니

아마도 일행중에 몇분은 미인봉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으리라 짐작이 되었다.

이쪽이 지름길이라고 외치고 앞서간 손하나로님과 반달곰님도 역시........

미인봉은 별다른 특징은 없었다.

세워진 표지석과, 표지석을  마주하고 서 있는 두개의 바위를 보고는 미인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시 42분 미인봉을 출발

예정대로라면 거의 하산이 완료될 시간이 다 되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의 절반이나 왔을까?

햇볕이 없어 뜨겁지는 않았지만 바람 또한 잔잔하여 땀을 식힐수가 없었다.

뚝 뚝 떨어지는 땀을 아예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온몸으로 비워내는 쾌감을 만끽해본다.

아마도 이 기분 손하나로님은 이해하시겠지.

 

얼마가지 않아서 왼쪽으로 난 하산길을 만났다.

그냥 내려가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저 앞에 보이는 멋진 봉우리까지만 가잔다.

그곳이 학봉일거라 짐작하면서 사방 어느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풍경을 감상하면서 산길을 이어갔다.

 

 

 

 

  

바위와

바위에 기대어 모진풍상을 견뎌왔을 멋진 소나무와

하늘과 산을 모두 담은 시원한 충주호의 물빛과

그 물빛넘어 첩첩 에워싼 산줄기들

그 풍경에 취해 걸음을 옮기다보니 저만치 앞 바위꼭대기에 누군가 올라가있다.

역시 못말릴 바위꾼들 산호자님과 자연인의 모습도 멋지지만

주변의 바위에 아무렇게나 기대어 쉬거나 혹은 사진을 찍거나 혹은 저쪽 풍경을 감상하거나

소나무에 기대어 서 있는 사람들 모두 각자의 개성대로 멋지고 아름다고 정겨운 모습들이다.

 

 

 

 

 

그곳을 지나 이제부터 본격적인 암릉구간인모양이다.

곳곳에 로프에 의지해 내려오고 올라야했다.

산사람님의 안내로 덩순이와 함께 십여미터가 넘을 직벽을 오르기도 하고 줄을 잡고 바위 허리를 건너기도 하면서

산행을 즐기는데...

자연인의 안내를 받은 다른 일행들은 조금더 스릴있는 바위구간을 즐기며 오고 있었다.

 

조망좋은 널다란 바위에서 황홀경에 빠져있는데 건너편 봉오리에서 바다님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오랫만의 산행인데다 바위에서 긴장하고 힘을 쓴 탓인지  다리 한쪽의 마비와 함께 엄청난 통증이 찾아왔단다.

이후 통증을 참아가며 끝까지 산행하느라 고생했을 바다님...역시 역전의 산꾼답다.

바다님의 상태가 걱정스럽고 안스러운 한편 멋진 조망을 보면서 즐거운 마음 또한 어쩔 수 없었으니

이 또한 어쩔수 없는 사람 살아가는 세상의 한 단면일것이다.

 

 

 

 

 

 

 

 

 

그 이후로 또 얼마를 걸었는지 모르겠다.

시간은 네시가 다 되어가는데 도무지 학봉이 어디인지 내려가는 길은 언제쯤 나오려는지 이러다가 신선봉까지 가는건 아닌지...

신선봉까지 가고야 싶지만 시간도 그렇고 체력도 그렇고 걱정스러운것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신선봉 1.2km라는 표지판을 만났다.

지도상 거리로는 이곳 어디쯤이 학봉이라는 얘기인데....길 가운데 자리한 산소를 만나고 조금 더 진행하여 내림길로 접어들었다.

내림길은 하산로가 맞는가 걱정이 될만큼 산행객들의 발자취를 거의 느낄수가 없었다.

그 길을 한참을 내려오니 저만치 마을이 보여 반가운 마음이 들었으나  산세를 보니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만만치 않겠다싶었다.

벌써 구절초도 피고, 잔대며 참취며 뚝갈등 꽃들이 많이 피었으나 사진을 찍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겨우 한두장...

계곡물소리가 들리는 하산길 마지막에 만난 파란여로도 그냥 지나치며 눈으로만 인사를 건네었다.

 

 

 

 

다섯시...

드디어 산밑 도로에 도착했다.

계곡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려오더니 곧 앞에 모습을 들어내었다.

풍덩하고 싶지만 다리와 머리만 물속에 넣어본다.

지금까지의 힘든 여정이 흐르는 물따라 순식간에 떠내려가는 느낌이다.

내가 산위에 흘리고 온 땀방울도 언젠가는 흘러 이 물길로 내려올까? 

이렇게해서 장장 여섯시간 반의 긴 산행을 끝냈다.

힘들었지만 멋진 바위와 소나무의 기를 듬뿍 받은 때문일까

여름산행 하산 후에는 물과 과일이외에는 먹을 수 없었던 다른때의 산행에 비해 밥이 얼마나 맛있던지

손가락을 베어가며 회원들을 위해 밤늦도록 음식을 준비한 솔방울님의 수고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힘든산행을 마무리한 젊은 청년과 그와 함께한 남부대장님과 비룡님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

아마 다음산행에도 또 다시 함께해 멋진 모습 보여줄거라 기대해봅니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에서 본 베드민턴 혼합복식 경기의 올림픽 금메달도 멋졌지만 오늘 산행 또한 금메달감이었음을....

여러가지로 고생한 바다님,  그리고 현태,  발목을 다쳤다면서도 어찌그리 바위를 잘 올라가는지..산조아언니 존경스럽습니다.

언니보다 먼저 제가 정년을 맞는것은 아닌지 걱정이됩니다.

솔방울님 수고 많았고..오늘 함께 산행한 모든 분들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또 특별한 한사람..바위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을 절벽아래로 미련없이 던져버리고 돌아온 덩순이님...친구야 축하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