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4. 19일 일요일
서부산악회 263회 정기산행
정회원 32명, 비회원 6명 총 38명
선운산..
거리상으로는 그다지 먼 거리도 아니거니와, 해발 4백미터가 조금 넘는 나지막한 산이니
만나기가 그다지 어려운 산은 아니다.
오늘도 그 산을 만만하게 보고 스틱도 가져오지 않았다며 후회하는 회원도 있었을 정도니까.
그런데도 몇년을 벼르고 벼른 다음 오늘에서야 만날 수 있었다.
먼 거리는 아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나로서는
기차나 버스를 갈아타고 또 갈아타고...그렇게 몇번을 해야하는 선운산은 가까이 하기에 수월한 곳도 아니었다.
몇년전 친구와 둘이 여행을 계획하면서 선운산과 여수 향일함을 놓고 저울질을 하다가 결국엔 그냥 쭉 내빼면 되는
향일함을 향하였고 절집에서 하루를 묵고 선암사를 들러 돌아왔었다.
8시 30분 산행들머리인 구암리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자 복분자의 고장답게 복분자나무를 재배하는 너른 밭이 보였다.
밭머리를 시작으로 수성암 아래로 접어들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역시 남녘답게 길옆에 야생화가 가득 피어있다.
자주괴불주머니며 양지꽃, 개구리발톱.
산기슭에는 각시붓꽃과 가냘프게 자란 산철쭉이 화사하에 피어있었다.
한시간쯤 올랐을까
나무사이로 배맨바위와 천마봉 능선이 한눈에 건너다 보인다.
오늘 걸어야 할 저 길....까마득하지만 기대감에 마음이 설레인다.
열시가 다되어 도솔제에 도착했다.
물빛과 화사한 산벗, 연초록을 피워올리는 새순들
산빛이 곱다. 정말 곱다. 내 마음씨보다도 몇배는 더 곱다.
능선에 올라 한참을 걸어 앞에 우뚝 솟은 바위하나를 만났다.
손하나로님 왈...올라갈테니 아래에서 기다리란다.
멋진 사진을 남기고 싶은 작은 욕심이 귀엽기는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느린 걸음..기다렸다가 사진을 찍고 언네 올라가나.
푸른뫼님처럼 이리 찍으면 될것을....
그곳 바위에 오르자 선운사와 도솔제 앞 벼랑위의 소나무까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10시 30분 드디어 투구바위에 도착했다.
바위 꼭대기에 올라선 일행들....아래에서 주변 풍경을 즐기는 사람들...
부부끼리..혹은 친구끼리...혹은 혼자 고즈넉하게 앉아서....
오늘은 어깨때문에 짐도 최대한 줄이고..바위도 참아보기로 했다.
양옆의 거대한 바위틈으로 보이는 풍경 또한 너무나 아름다워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다.
마주보는 커다란 바위 곳곳에 손잡이가 달려있어(전문용어를 모르니) 바위를 즐기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임을 짐작하겠다.
투구바위를 지나오면서 보니. 그 바위위에서는 도솔제의 풍경이 한눈에 펼쳐져보였을것 같아서
올라가볼걸 하는 아쉬운 마음이 일었다.
저 멀리 까마득한 바위봉오리를 오르는 일행들의 모습이 까마득하게 보였다.
사자바위구나.
올라서면 바위들은 하나같이 뚝 떨어지는 단애를 이루고 있었다.
그 단애아래 펼쳐진 눈부신 연초록세상.
아직 뛰어내리고 싶을만큼 풍성하진 않았지만 그 싱그러움에 눈이 부시다.
한여름을 방불케하는 뜨거운 햇살에 무척 힘이 들었지만
그 어려움을 기꺼이 참아낼 가치가 있는 그런 멋진 풍경이었다.
양옆으로 절벽을 이룬 좁은 바위길 사자바위 능선을 지나면서 한눈을 팔면 안되겠다.
저만치 앞에서 산 사람님이 빨리오라며 부르신다.
늦어서 그러는것인가 싶었는데 나뭇잎에 붙은 신기한 곤충을 보여주신다.
"털두꺼비하늘소"란다.
장에 유익한 미생물이 들어있어 우리에게... 그리고 가축들에게 좋은 곤충이라는데....설명할 길이 없으니 자료를 찾아보시길...
진작부터 보였던 배맨바위는 아직도 그 거리인듯 그 자리에서 꼼짝을 안한다.
쥐바위에 오르니 몇몇 일행들이 쉬고 있었다.
일행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려면 부지런히 걸어야겠다.
선두는 배맨바위 아래에서 점심식사중이라는 연락
청룡산을 지나고 배맨바위 아래 도착하자 여늬때처럼 역시 진수성찬이 차려져있었다.
하지만 밥 생각은 별로 없고 시원한 물이나 한잔 벌컥벌컥 들이키고 싶은데... 더위에 모두들 식수가 부족한듯하니
누구에게 마음놓고 물을 달라고 할 수도 없다.
(누군가 소원을 담아 쌓아 올렸을 돌탑들....맨 밑에 돌멩이가 힘들까봐 돌 쌓는 것을 그만두었다)
예정했던 코스를 바꾸어 용문굴을 지나 도솔암으로 하산하기로 하였다.
낙조대에서 오솔길님과 산조아언니와 함께 천마봉으로 향했다.
마애석불까지 선명하게 눈에 보일정도로 도솔암이 가까이 보였다.
용문굴로 향하기 위해 다시 되돌아오니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천마봉에서 호젓하게 자리잡은 도솔암이 보였다)
2시가 조금 넘어 용문굴에 도착했다.
신록때문에 굴이 더욱 웅장해보였고, 굴 때문에 신록이 더욱 빛이났다.
느낌은 그냥 사진으로 대신해야겠다.
도솔암에서는 천도제가 막 끝났는지 이것저것 치우느라 부산했고, 소각장에서는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재가 되어 사라지는 그 무엇들.....
그러나 마음속에선 아직 버리지 못한 그 무엇들......
도솔산내원궁.. 그 안의 풍경도 궁금했지만 그냥 눈도장만 찍고 내려서는데
소원을 담아 걸어놓은 연등에 적혀있는 재미있는 이름하나
도솔암 식수대 앞은 물병을 채우고 갈증을 풀려는 사람들로 북적대었다.
(등 너머로 천마봉의 옆보습이 보였다)
(등반대장이 불러서 한컷....찾아온 친구에 대한 반가움과 여유로움이 정겹게 묻어나는 글귀가 좋았다.)
도솔암에서 선운사로 이어지는 계곡길은 정말 아름다웠다.
그 풍경에 빠져 그곳에서 시간을 좀 지체하였다.
선운사에 도착했지만 여유있게 둘러 볼 시간이 없어 지나면서 사진만 몇 장 찍었다.
몽땅한 고목과 어울린 저 건물은 무엇을 하는곳인지 사뭇 궁금하다. 굴뚝인가? 해우소인가?
사천왕상이 모셔져 있을것 같은 저 문은?
절집 뒤쪽으로 보이는 동백나무 숲도 그냥 멀찌기에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했고, 600년이 되었다는 장사송도
계곡 건너로 스치며 지나왔다.
천연기념물 367호라를 송악도 멀리서 사진 한장으로 족해야했다.
바위에 뿌리내린 저 老巨樹
송악이 뭔지도 모르고 이름이 적힌 알림판을 보며 무엇인고 궁금했는데 덩굴성 나무 이름이란다.
잎이 아이비를 닮은 아주 귀엽고 예쁜..가까이에서 보았으면 열매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4시 30분경 후미팀 산행종료
무더운 날씨때문에, 부족한 식수 때문에 모두들 힘들었던 산행이었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기다려주신 회원님들에게 죄송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몇가지 남겨진 산행이었다.
선운산을 다녀왔는데
그래도 동백꽃 한송이는 들여다봐야지
마음속에 떨궈야 할 무엇인가 있다면 동백꽃처럼 뚝 뚝 떨구어 툭 툭 털어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천연기념물 367호 송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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