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5일 일요일
오소재~ 오심재~노승봉~ 가련봉~ 만일재~ 두륜봉~아마도 진불암골(?)
내가 등산이라는 이름으로 첫번째 찾았던 산은 속리산 문장대였다.
그리고 두번째로 찾았던 산이 바로 오늘 산행을 한 두륜산이었다.
그리고 오늘이 두륜산을 찾은 세번째 산행이다.
첫번째는 이십여년전의 칠월의 어느 더운 날이었고
두번째는 단풍이 거의 시들어가던 몇년전의 늦가을이었다.
그리고 오늘...봄에 찾는 두륜산은 어떤 모습일까 사뭇 궁금하고 설레인다.
산행코스도 걸어보지 않았던 오소재에서 가련봉을 지나 긴 능선을 걷는 코스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크다.
눈이 시리게 푸르던 그 해 가을에 보았던 그 바다도 또 볼 수 있을까
만일재에서 가련봉을 오르다 중간에서 되돌아와야만 했던 아쉬움을 오늘은 달랠 수 있겠지.
계획대로 열시 삼십분에 오소재에 도착 산행을 시작했다.
주차장에서 바라다 보이는 저 바위봉오리.....노승봉일까? 아니면 고계봉 능선에 있던 어느 바위봉일까?
초입부터 질척한 산길
삼월의 산길은 이러한 곳이 많으리라.
봄과 겨울이 길목에서 만나 질펀하게 어울려 놀다가 제각각 갈길로 돌아가겠지.
미끄러질까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나뭇가지에 연두빛 연한 잎들이 돌아나는 나무들이 보였지만, 아직은 앙상한 가지들
오심재에 거의 다다랐는지 그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가까이 다가왔다.
오심재의 풍경들
앞쪽엔 노승봉이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고 서 있고, 뒷쪽엔 고계봉의 말끔한 능선이 올려다보였다.
푸르른 산죽과 그 위로 서 있는 관목들 그 위에 떡 버티고 서 있는 바위봉오리
그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길이 힘들지만 마냥 행복하다.
붙임성있고 성격좋은 조아님(반달곰님 뒤에 숨었네요^^*). 중간의 바위를 배경으로 사진을 꼭 찍어야겠다고...^^*
멋진 종달님의 모습도 보이네요.( 이름 한번 불러드렸으니 저 숙제 한겁니다 ^^*)
노승봉 오르는 길은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다.
오름길의 밧줄구간에서 많이 지체되기도 하였거니와 양쪽에서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더러는 되돌아가는 사람들도 있었고 일부는 우회길을 찾아본다며 돌아서는데
바위 곳곳의 얼음때문에 그냥 안전한 곳으로 가야겠다 싶어 춥지만 그냥 기다렸다.
완연한 봄날씨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출발했던 이들중에 추위에 떨었던 사람들이 많았을것이다.
(바위를 이리저리 살피는 산 사람님... 오늘 여러곳에서 도움의 손길을 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기다리면서 이쪽저쪽 풍경을 살피는데
거대한 바위덩어리 위에 흘러내리다 얼어버린 고드름이 꽃처럼 피어있다.
마치 고목에 피어난 두송이의 매화처럼.
하늘 가까운 그곳에서 봄볕을 마중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의연하고 당당하다.
떠나는 자의 모습은 저렇게 당당해서 보기 좋았고, 오는 자의 모습은 또 얼마나 눈부시게 찬란할것인가
노승봉에 오르니 앞으로 가련봉의 수려한 암봉과 멀리 두륜봉의 단애, 그리고 남해가 한눈에 들어왔다.
추위에 떨며 기다려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있는 풍경이다.
선두는 벌써 만일재에 도착해있단다.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데....
가파른 경사와 미끄러운 길 때문에 조심스레 가련봉을 통과하고 바위너널지대와 산죽터널을 지나 만일재에 도착했다.
(가련봉을 향한 긴 행렬)
가련봉에서...돌멩이의 가슴에 "가련봉"이 새겨져 있었다. ^^*
(만일재로 내려오는 길)
만일재에서의 점심식사
회원 전원이 함께 산에서 점심을 먹는것은 처음인것 같다.
푸짐하게 펼쳐진 밥상을 구경만 하고 먹을 수가 없었으니...
여기까지 오는 길에 밥먹을 힘까지 모두 써버린 때문이었다.
우연하게도 오늘 생일을 맞은 맑은바다님의 조촐한 생일파티도 이곳에서 있었다.
축하할 일이 또 있었으니...
벅지짱님의 산행 첫돌....그리고 덩순이와 돌멩이의 두돌맞이 산행이기도 했다.
(만일재에서 아드님과 함께한 소화기님)
정체로 인하여 예정보다 많은 시간이 지나버렸다.
예정대로의 코스는 아무래도 무리라는 의견에 코스를 수정해서 두륜봉지나 첫번째 만나는 길에서 내려서기로 하고
두륜봉을 향했다.
그곳 또한 걸음을 빨리할 수가 없었으니
물흐르듯이 한발한발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협곡을 흐르는 맑은 계류 못지않게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계단아래에서 올려다보니 구름다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앉아서 뭉치고 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래에서 보면 그냥 껑충껑충 건너면 될것같은 모습인데...왜 저럴까 의아했었는데
등산화에 달라붙은 흙 때문에 미끄러워 경사면을 내려설 때 무척 조심스러웠다.
구름다리를 지나 두륜봉에서 지나온 가련봉과 마주했다.
마주보이는 가련봉의 모습도, 바다를 향해 뻗어 있는 투구봉 능선도 너무 아름다웠지만
황사때문에 맑은 바다빛을 볼 수 없어 조금 아쉬웠다.
내려오는 길도 동백나무와 봄을 알리는 계곡물소리와 함께하는 즐거운 길이었다.
겨울을 견디며 꽃을 피워내느라 힘들었는지 동백잎은 몇해전에 보았던 반짝반짝 광채가 나던 그런 모습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생기있고 아름답다.
대흥사 경내를 둘러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절 집 뒤로 보이는 노승봉 가련봉을 배경으로 몇장의 풍경만을 사진에 담았다.
계곡에 발을 담그지 못해 아쉬웠던차에 주차장에 거의 내려와서 잠깐 물에 발을 담그고는 양말을 갈아신으니 발이 좋아라 한다.
등산화에 묻은 흙을 대충 씻어내고 일어서는데 바다님이 묻는다
" 다 씻은 거예요?"
"네" 하고 대답하니 내 등산화와 바지를 번갈아 쳐다보며..."바지는......?" ^^* 이하생략
차가 주차된곳까지 계곡을 끼고 걷는 길도 좋았다.
항상 즐겁고 보람있는 서부와의 산행이지만 오늘처럼 모든면에서 충만한 느낌의 산행도 드물었던 것 같다.
전날 백두대간 구간종주를 하고서도 참석하신 산호자님, 반달곰님, 그리고 멀리서 새벽길을 달려오신 돌산님과 산미녀님등..
열정적인 정회원님들의 참여가 그러했고
산행이며 점심식사며 질서정연하게 화기애애하게 진행된 산행이 그러했다.
( 대흥사에서 주차장까지의 멋진 오솔길....바람향기님, 오로라님 군밤 잘 먹었습니다 ^^*)
산에서의 일곱시간...오고가는 길에서의 여덟시간 오늘 열다섯시간을 함께한 회원님들 반가웠고
덕분에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다음 산행때도 모두 다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처음뵙는 가을님의 친구 "연보라"님 연보라빛 자켓이 잘 어울립니다.)
본인의 닉네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신 보름달님... 설명없어도 척 보면 이유를 알겠습니다. ^^*
보름달만큼이나 넉넉하면서도 밝은 모습 반가웠습니다.
(오로라 김경희님...돌멩이가 맘에 드나봅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예쁜 얼굴이 그림자때문에..ㅠㅠ)
오늘 처음 함께한 허브바보 한 섭님....짐작과 달리 예쁜 여성분이라서 눈꼽만큼 실망했는데....
미안하게도 사진을 찍지 못했네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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