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3일 일요일 맑음
8시 15분 삼길포행 좌석버스
괜차뉴, 산조아, 산 사람, 현태아빠, 솔방울. 맑은바다, 푸른솔, 돌멩이 여덟명이서
일기예보에 비 소식이 있었지만 날은 맑았다.
아니 지나치게 맑았다.
아침 컴컴해지는 구름에 우산과 우비까지 챙겼는데 말이다
광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좌석버스가 앞에와서 선다.
직통인 좌석버스의 코스까지 바꾸는 마루산악회의 힘.
작은부분의 살핌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
시계종주
서산시와 인근 시, 군의 경계를 답사하는 종주길
1구간의 공지를 보니 경유지가 거의 평지로 구성되어 조금은 지루한 길이 되겠구나 생각도 들었고
한달만에 집에 온 딸아이와 시간을 보내야겠다 싶었는데
딸아이가 다녀오라고 한다.
그래도 새벽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였는데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는 산행일것 같아 함께 하기로 마음을 정하였다.
나와 타인의 경계를 알면 예의를 지킬 수 있고, 市의 境界를 알면.....??
시계종주의 출발점인 삼길포에 도착했다.
오랫만에 와 보는 삼길포 바다다
작은 어선들이 떠 있는 잔잔한 바다
그냥 유람선을 타고 난지도에나 다녀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수갑문쪽으로 물길을 따라 걷기를 시작했다.
쭉 쭉 뻗은 농로에 들어서니 논두렁마다 싱싱한 쑥이며, 고들빼기, 씀바귀들이 지천으로 나 있다.
작은 개천에는 우렁도 보인다.
자연이 주는 건강한 먹거리를 두고 지나치자니 알뜰한 살림꾼들인 아줌마들이 많이 아쉬운 모양이다.
나야 그저 보는것만으로 족하지만..
오른쪽으로는 몇년전 새로 생겼다는 골프장의 모습이 차츰 드러나기 시작하고
논두렁 끝으로 망일산이 보였다.
큰 수로 건너편으로는 왜목마을 가는 길이 보였다.
수로하나를 건너기 위해 먼길을 휘돌아 나와 또 물가를 걷고
때로는 대충 건너뛰어 가로지르기도 하며 길을 걷는다.
한참을 걸은 듯 한데 뒤돌아보면 대호방조제 배수갑문이 그대로 그 자리에 있다.
망일산도 그냥 그 자리에서 꿈쩍을 안하고
또 한참을 걸어서 바라보면 그제서야 몸을 아주 조금 틀어서 앉아있다.
한시간 조금 더 걸었을까?
아침도 못 챙겨먹고 왔다는 산조아언니를 위해 논두렁에 앉아 새참을 먹었다.
메밀부침이 매콤하니 쫄깃쫄깃한것이 맛이 있었다.
다시 물가로 나왔다.
논에서는 물안개가 피어올랐다.
예전엔 봄철이면 논이나 들에 아지랭이 피어오르는 풍경을 흔하디흔하게 보았는데
요즘은 보기 힘든 풍경이 되었다.
풍경이 변한것인지, 아니면 내가 풍경에서 멀어진 것인지 모르겠다.
저 수로는 바닷물인지 민물인지....
갑문이 있는것을 보면 해수일듯도 하고, 주변에 논들이 있으니 농업용수가 필요할터 민물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미나리가 자라는 것을 보면 민물인가보다
주변에 피어있는 갈대가 조금만 키가 작았으면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을것을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제 정자를 향해 걷는다....
왜?................
그곳에서 점심을 먹어야하니까
겨우 도착한 정자앞에는 출입금지 표지판이 서 있었다.
너무 낡아서 붕괴의 위험때문인듯 싶었다.
저만치 앞에 보이는 정자를 향해 전진...깨끗하게 다시 지은듯한 정자에서 점심을 먹었다.
모내기철 들밥을 먹는 기분이다.
점심을 끝내고 괜차뉴님께서 하신 말씀...
해성리에서 세시 버스를 타면 되는데 지금 이대로는 너무 진행이 빠르다고.
그 얘기를 듣고는 오라..천천히 즐기며 걸어도 되겠구나 싶어 쾌재를 불렀는데
그 이후의 상황으로 봐서 그 말씀을 왜 하셨는지 지금도 알수가 없다.
운치있는 운산저수지를 지나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겠구나 생각하며 걸었는데...웬걸...
길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힘이 들었는지 뒤에서 오토바이가 오자 산조아언니가 히치하이킹을 한다.
앞서 붕 달려나가는 언니를 보면서 내심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
한참을 걸어 또 오토바이 오는 소리가 들리자 고개가 자연스레 돌아간다.
세우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연장자인 언니를 위해 못들은척 앞만보고 걸었다.
그 길에도 타래붓꽃이 이곳에도 무척 많았다. 청지천변에도 많은데...
아마도 물가를 좋아하는 꽃인 모양이다.
논두렁의 민들레는 거의 다 지고 날려보낼 씨앗을 햇볕에 고르고 있는데
몇몇 논두렁에는 병아리떼 풀어놓은 듯 노랗게 민들레가 피어 있었다.
길 옆 작은 밭에서 일하는 아주머니에게 물으니 대요리라는 동네란다.
지곡면 대요리.....
석분이 깔린 농로를 걷자니 발바닥도 아프다. 다리도 아프다.
시원한 물에 발이라도 한번 담궜으면 좋겠는데...
마침 수로가 길옆에 낮게 나 있어서 그곳에서 물에 발을 담그니...너무 시원하다.
바지를 걷어올리고 길가 수로에 발을 담근 아줌마들의 모습이 우스웠나보다.
트럭을 타고 지나가던 촌로가 빙긋이 웃는다.
그 물에 어느정도 피로를 덜어 띄워보내고 다시 걷는다.
힘이 드는 사람은 힘이 들어 구조요청을 하고
출근시간을 댈 수 없어 마음 급한 바다님도 구조요청을 해 보지만 모두들 시간이 맞지가 않았나보다.
산호자님, 모기대님, 자연인님, 겨울산님...만만한 사람은 모두 산에 들어 있다한다.
종점을 한시간여 남겨둔 대요리 어느 지점에서 산조아언니의 호출로 출동한 멋쟁이님.
차를 보니 더 걸을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괜차뉴님, 산 사람님, 현태아빠님 셋을 남겨두고 자동차에 몸을 실었다.
아쉽게도 첫 구간은 이렇게되어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다.
차가 오지 않았으면 힘들었어도 끝까지 했을텐데..아쉽기도 하고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그 두 마음 모두 내 진정한 내 마음인것을.
돌아오는 차 안에서 멋쟁이님이 걱정을 하신다.
그늘도 없는 땡볕을 명품들이 그러고 다니면 어쩌냐고...^^*
지나온 세월을 염두에 둔 유머로서의 명품이지만
시계종주를 모두 끝냈을 때는 진짜 명품의 가치를 지닐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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