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꽃이 피었다 하네.
지난해에도 피었었고
지지나해에도 피었던
변산바람꽃이 피었다 하네.
서산시내를 벗어나 본적이 없다는 안방면허 초보 운전자를 꼬셔
그곳에 갔다.
계곡 입구에 갯버들이라나
이렇게 이쁜 버들강아지도 있었구나
나보다 조금 더 변두리에 살았던 친구는 전에도 많이 보았다고
어렸을 적 열매도 따 먹었었다네
비닐에 쌓여 있는 외나무 다리
건너볼까?
지나가는 물길이 무게에 눌려 출렁출렁
떨어져 발목이라도 삐끗하면 운장산에 못 갈 텐데...
내 길이 아닌 줄 알면서도 가고 싶은 길이 있지.
호기심에 한 발 한 발....흔들리는 다리만큼 내 마음도 흔들흔들
뒤로 갈 수 없으니 앞으로 가야지.
그 다리...다시는 건너지 않으리
꽃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이름도 바람꽃인 꽃들이
이쪽저쪽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들이 귀찮은 듯
봄바람에 고개를 살랑살랑 젓는다.
응달 한켠엔 두꺼운 얼음이 바위를 감싸고
이끼 낀 바위를 휘돌아 흐르는 물길이 햇살에 눈부시다.
아직도 고운빛의 단풍잎이 나무그림자에 흔들리고
길가에 피었다던 분홍 노루귀 대신 가녀린 제비꽃 한송이 보았다.
봉우리 하나는 보고 오려 했는데
배를 불리우고 나니 마음도 발길도 아래로만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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